전지모-박사모 한판승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의 팬클럽인 ‘전여옥 지지자 모임(전지모)’가 전국지부 출범식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모임인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와 충돌했다. 한때 ‘동지’였던 적도 있으나 전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 MB를 지지한 후 감정이 좋지 않았다. 여기에 최근 전 의원이 국회파행과 관련, 박 전 대표를 겨냥하자 박사모는 전지모를 “전두환을 지지하는 모임인 줄 알았다”며 비꼬았다. 전지모도 박사모에 “민주당 2중대 노릇이나 그만하라”고 촉구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표 지지모임 ‘박사모’ vs 전여옥 의원 팬클럽 ‘전지모’
“전두환 지지하는 모임인가” vs “민주당 2중대 노릇이나 그만하라”

한나라당 두 여성의원의 지지모임이 ‘앙숙’이 되어 서로를 헐뜯고 있다. 전여옥 의원의 팬클럽인 ‘전지모’와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모임인 ‘박사모’가 바로 그들이다.

틀어진 ‘동지’ 할퀴는 ‘전우’

전지모와 박사모는 전 의원이 박 전 대표와 뜻을 함께 할 때만 해도 ‘동지’였다. 그러나 지난 대선, 전 의원이 MB를 지지하면서 이들의 관계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박사모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전 의원을 ‘5적’ 중 한명으로 규정하고 낙선운동을 벌였을 정도다.

총선 직후에도 박사모 정광용 대표는 “전 의원의 당선이 확정됐지만 투표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자료를 갖고 있다”며 전 의원의 당선을 무효화 시키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지모는 성명을 통해 “박사모가 낙선운동에 들어가자 우리는 비상체계에 돌입했다”며 “이후 박사모는 영등포갑에 발도 못 붙였다”고 말했다.

전지모는 “박사모가 여론에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박 전 대표의 이름 석자 때문”이라고 평가절하하며 “박사모가 하루만 더 있었어도 전 의원을 낙선시킬 수 있었다고 말하지만 하루만 더 있었으면 전 의원은 더 큰 지지율로 당선됐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들의 갈등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한 것은 전 의원이 국회파행과 관련, 박 전 대표를 비판하면서부터다.

전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지금 한나라당의 위기는 내부 분열이 그 원인”이라고 말해 “한나라당이 내놓은 법안들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점은 굉장히 안타깝다”고 한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전 의원은 “한나라당을 172석이니 거대여당이니 하는데 172석이 아닌 것 같다는 확실한 의심이 있다”면서 “80석? 60석? 한지붕 아래 두가족이다. 한나라당이 물과 기름같은 ‘친이와 친박모임’처럼 되버렸다. 이념과 가치는 비슷할지 몰라도 서로가 계산이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 되는 일이 없는 헛장사를 지금 두달째 하고 있는 셈”이라며 친이·친박계의 갈등을 꼬집었다.

전지모는 전 의원의 ‘지킴이’로 나섰다. 전지모는 “당원들은 분노에 차 있을 때 한나라당 국회의원 172명 중 유일하게 전 의원이 국민의 대변자로 나섰지만 허공에 메아리쳤을 뿐”이라며 “우리는 사랑하는 내 가족, 내 자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전 의원이 가는 길이 험한 것을 앉아서 볼 수만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각종 언론이나 당내에서 전 의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던 아니면 부정적으로 보던 현 정치상황의 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많은 도전이 예상된다”고 전망하고 “전지모는 ‘이제는 두려워하지 않고 주저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선언한 전 의원의 뒤를 따라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 함께 할 것을 선언하며 만약 그 길에 방해하는 자나 세력이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15일 전국 단위 조직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팬카페 중심으로 운영돼 오던 전지모를 서울·인천·대구·부산·경기 등 5개 지부, 50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전국조직으로 확대·개편키로 한 것이다.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전지모지만 박사모는 ‘냉소’로 평가절하했다. 정광용 대표는 전지모의 활동에 대해 묻는 질문에 “전지모 하니까 전두환을 지지하는 모임인 줄 알았다”며 “그냥 웃는 것으로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야기를 들으니 자꾸 웃음만 나온다”며 비아냥거렸다.

또한 전 의원의 최근 행보가 서울시장 출마 내지 대권을 염두에 둔 게 아니겠냐는 질문에도 “그냥 웃는 것으로 대신하겠다”며 웃었다.

그는 전 의원의 ‘홈페이지 논평’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얼마나 나오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비율을 한번 생각해 봐야 될 것”이라면서 “어떤 영향력이 있거나 파괴력이 있을 때 논평하는 건데 그런 가치가 없어 논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우리 서로 “그냥 웃고 말지요”

전지모 최정수 회장은 박사모의 비꼼에 “나도 그냥 웃겠다”고 맞받아쳤다. 최 회장은 “한 때 나는 정 대표와 가장 친한 동지였다”면서 “만일 내가 그의 위치라면 ‘전지모’ 발대식에 참석해 축하할 것이다. 한나라당에 팬클럽이 많이 생기면 좋은 것 아니냐. 남을 비웃는 그런 부분들이 가슴 아프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이상 정씨가 한나라당의 한 국회의원 팬클럽 회장으로서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고, 제발 민주당 2중대 행동을 하지 말기를 옛 동지이자 친구로서 충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사모가 ‘전여옥 배신론’을 주장하는데 대해서는 “전 의원은 지난 12월부터 민주당 농성과 관련해 한나라당 다른 의원들이 침묵하고 있을 때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 바른말을 계속해 온 분”이라며 “사실상 한나라당이 잘못했다는 것이 이번에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변신’ 운운하는 것은 (친박진영) 스스로의 ‘자격지심’이다. 자신이 떳떳하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 내가 볼 때는 자가당착”이라고 반박, 박사모와 신경전을 벌였다.

최 회장은 ‘전국지부 출범식을 갖는 것이 전 의원의 서울시장 내지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전 의원이 대선에 나가서 승리한다면 지지자 입장에서 더 바랄게 뭐가 있느냐”면서 “나는 전 의원의 그릇을 크게 보고 있다. 아직 넘어야 할 부분이 많이 있지만, 전 의원은 충분히 가치가 있고 그릇이 되고 추진력도 있는 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내가 한때 박 전 대표 팬클럽 활동도 했지만, 전 의원의 추진력이나 앞을 내다보는 안목은 현재 우리나라 여성 정치인들 중에서 아무도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노골적으로 전 의원이 박 전 대표보다 낫다고 강조,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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