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하늘이 열리고 닫히기까지

생의 길을 가다 고대 인류의 성인식은 고통의식으로 점철되어 있다. 인디언의 어린 소년이 단 한자루의 칼에 의지하고 무시무시한 계곡에서 홀로 공포와 싸우는 일, 아프리가 흑인 소녀가 피나 나도록 매를 맞으며 춤을 추는 일 등은 씨앗이 두터운 껍질을 깨고 나오는 부화의 고통을 재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인식은 생물학적인 탄생을 넘어선 인식론적 재탄생 즉, 이중 탄생의례에 다름 아니다." 모든 통과의례는 현실적 목적 위해 행하는 축제성과 제의성 띈, 인류의 원형적 상징을 쫒아가는 초현실적 행위....... 그 어떤 예술보다 예술적이다 성년의 날 되돌아보는 인생의 통과의례 지난 5월 19일, 많은 젊은이들이 거리마다 장미꽃을 들고 다나며 시선을 끌었다. 매월 셋째 주 월요일은 갓 20살에 들어선 새내기들이 성년의 문에 들어서 그에 부응하는 선택권과 자유와 동시에 책임과 의무를 부여받는 '성년의 날'인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삶을 마감하기까지 생의 전 과정을 통틀어 출생의례, 성년례, 혼인례, 상장례를 체험하며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몇몇 과정들이 있다. 이 과정에서 치르는 특별한 '의례'들인 통과의례. '통과의례'라는 표현은 우리나라에서는 관혼상제라는 개념으로 흔히 쓰이고 있다. 그러나 세계통과의례 페스티발 집행위원장인 임진택씨는 "관혼상제가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생의 고비를 넘어가는 의식 즉 일생의례라면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에 따라 만물의 생장과 소멸이 되풀이되는 세시의례까지 포함하는 것이 통과의례라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성년식만 하더라도 비단 우리민족만의 고유한 특성, 한민족만의 특수한 의미부여 행위가 아닌 전 세계의 각 민족들에게 제각기 통용되는 사례이다. 각 민족의 통과의례의식들이 그 항목 상, 내용상 깊은 유사성을 찾아 볼 수 있다는 것은 미국의 종교학자 엘리아데가 신화, 상징, 의례에서 창아낸 역사·문화의 차이를 초월한 인류공통성에서 신휴머니즘을 주창한 바와 같이, 인간의 무의식적 본질성과 보편성 및 인간의 기원에 대해 사유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2003년 성년의 날을 보내며, 각자의 인생에 몇 차례 맞아했고 맞이해야 할, 생에의 함축적인 철학과 동시에 유희를 담고있는 통과의례에 대해 알아본다. "통과의례(rites of passage)의 진정한 의미는 생의 한 고비마다 하나의 의례를 치르고 위기를 넘길 때마다 그 사회의 전통에 따라 각각 새로운 역할에 따른 대우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 사회집단의 성원은 그 사회가 규정한 일정한 시기에 모두 동일한 형태의 일생의례를 치르도록 되어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성장과정에 따라서 발전해야 되는 단계를 설정하고 사회의 공동적 행사로 규정한 바 이것이 곧 통과의례"라는 것이 세계 통과의례 페스티발 집행위원장인 임진택씨의 설명이다. 인생에 바치는 제의 어떤 관점에서 보면 모든 통과의례는, 축제성과 제의성을 띄고있다. 통과의례는 엄숙함과 신성성을 함축하고 있는 동시에 놀이마당의 재미와 난장이 밀도있게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전통의례에 내포된 공연적 상상력, 종교성, 놀이성, 일상성 해체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통과의례 의식'을 작품에 담아낸 예술작품들은 많다. 통과의례를 투영시키고 있는 작품들의 가장 큰 미덕은 카니발적 시간으로의 특권이 부여된다는 데 있다. 즉, 관혼상제라는 의식행위는 일상적 구조해체의 카타르시스를 배경으로 깐다. 이에 시공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신화적 상황을 현실에 구현시킨다. 죽음이라는 소재를 전통 제의양식에 담아낸 임권택 감독의 '오구'나 박철수 감독의 '학생부군신위', 임권택 감독의 '축제', 홍콩영화 '음식남녀', 에밀쿠스트리차 감독의 '집시의 시간' 등등의 쉴 수 없이 수많은 작품들이 그러하다. 또한 제의적 행위의 원형성을 보이는 이러한 통과의례의 '의식'은 본질적으로 삶의 부조화를 다시 조화롭게 해주는 회복을 목표로 하는 동시에 인생의 전체적인 면을 통시적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본질적으로 굿의 성격을 띄고 있는 인생자체를 주제로 한 이러한 의식들은 현실적 목적을 위해 행하는 초현실적 행위이고, 바로 이점에서 강력한 환상적 힘을 지니게 되기 때문에 그 어떤 예술행위보다 그 자체로 예술적이다. 모든 예술행위가 신께 드리는 집단적 제식에서 비롯되었음을 상기하면 그 연관성을 파악하는 것이 쉽다. 한편 이러한 통과의례 의식들은 재생산을 가능케 한다는 특징도 지니고 있다. 인간은 관혼상제를 통해 인생의 길흉화복을 기원하고 죽음에의 공포를 극복, 자신의 현재적 삶을 현저하게 보호받으려한다. 통과의례의 축제성과 제의성 상장례를 작품 전면의 주재와 소재로 부각시킨 연극 '오구'의 연출가 이윤택씨는 "민족성과 일상성 사이에서 나는 연극을 하고 있다. 예술은 민족의 집단 무의식을 드러낼 때 세계적 보편성을 띌 수 있다. 굿이나 탈춤, 관혼상제 의식은 그런 점에서 중요하다. 상제례라고 하더라도 즉, 죽음은 삶의 종말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시작에 지니지 않으며 지옥이나 지하의 세계 또한 전통적인 의미와는 다른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의 통과의례에는 반도적 민족으로서의 낙천성이 담겨있다."라고 말한다. 전 세계의 모든 세시풍습과 관혼상제, 통과의례는 욕망(이승)과 죽음(저승)이 공존하고 있으며, 특히 동양문화권의 관혼상제가 담고있는 삶에 대한 관조와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인생관의 투영은 한국인의 삶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있다. 통과의례 행위는 천지의 기운을 받아들이고 자연의 12절기를 자신의 인생에 대입시켜 순응하여 따르는 과정이다. 이를 집단으로 공유하는 의식은 불안, 초조, 외로움, 인생의 궁극에 도달하게 될 죽음에 소멸, 공포, 혼돈의 세계를 치유하고 삶의 생기를 부여하는 제의이며 축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과정을 더욱 뜻깊게 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자신의 생을 사랑하는 열정인 것으로 이러한 열정이 바로 '생의 길'을 건강한 방향으로 전진하게 하도록 하는 프로펠러가 될 것이다. 성년의 의미와 성년식 전통적인 우리나라의 성년식의 경우 여자는 쪽을 찌어 비녀를 꽂았는데 비녀로는 계자를 사용해서 계례라 했다. 관례(冠禮)란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남자에게 뒤로 땋아 내렸던 머리를 들어 올려 상투를 틀고 갓을 씌워 어른이 되게 하는 의례였다. 남자가 15세에서 20세 사이에 관례를 치르고 여자는 15세가 되면 계례를 치렀는데 관행에서는 조혼의 습속 때문에 이보다 앞서 행해졌던 경우도 있었다. 관례란 중국의 영향을 받은 의식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광종 16년에 왕자에게 원복례가 행하여졌다는 기록이 있어 고려시대부터 행하여졌다고 보고 있다. 갑오경장 때 단발령이 내려 남자들이 머리를 모두 깎았기 때문에 상투를 틀 머리가 없어졌다. 따라서 관례는 갑오경장 이후 흔적도 없이 소멸되었다. 여자의 경우 계례는 혼례 속에 속하게 되었다. 반면 서민층에는 복잡하고 형식적인 관례보다는 들돌들기 또는 들참례 라는 성년식을 치렀다. 들돌을 드는 것을 일꾼의 기준으로 삼아 들돌을 들면 성년으로 인정했다. 들돌을 드는 정도에 따라 상머슴 담살이 등으로 구분하며 노동력을 인정해주었다. height='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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