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도지사 발언 논란

▲ “아, 그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신년사로 구설수에 올랐다. 김 지사는 왜곡보도를 문제 삼으며 발언에는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신년사와 실제 발언의 차이는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연초부터 ‘설화’에 휩싸였다. 문제의 발단은 경기 부천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에서 시작됐다. 김 지사가 이 자리에서는 ‘나라가 망하고 식민지가 되고 분단이 되고 참혹한 전쟁이 (일어난 것이)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한 언론매체를 통해 이 같은 ‘실제’ 발언이 알려지며 김 지사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집중 포격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왜곡보도’만을 문제 삼고 있어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식민지·분단 없었다면 성공 대한민국 없었다” 신년사 ‘실언’
김문수 “앞뒤 문장 빼고 왜곡 보도” 시민단체 “매국적 망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부적절한 신년사로 구설수에 올랐다.

“식민지·분단, 한강의 기적 원동력”

‘설화’는 지난 1월2일 김문수 지사가 부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박종희·정미경·원유철·이화수 의원 등 부천지역 국회의원과 시·도의원, 지역 경제인 등 300여 명이 함께한 이날 행사에서 김 지사는 “우리 대한민국은 위기를 통해서 기적을 이룬 나라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운을 뗐다.
김 지사는 이어 “만약 우리 대한민국이 일제 식민지가 안됐다면 그리고 분단이 안 되고 통일이 되어 있었다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과연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었을까.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나라가 망하고 식민지가 되고 분단이 되고 그리고 참혹한 전쟁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나라 없는 서러움이 무엇인지 그리고 북한과 경쟁에서 이기지 않으면 다 공산화 된다”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한 언론매체를 통해 전해지며 논란을 일으켰다. 부천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새 희망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꿈과 민족정기를 바로잡으려는 여망에 찬 물을 끼얹는 망언”라면서 “일제 망령과 식민사관에 물든, 뉴라이트적 악취가 풍기는 매국적 망발”이라고 비판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윤국재 부천지부장은 “거슬러 올라가면 한강의 기적은 식민지배의 축복인 셈”이라고 날을 세웠다. 윤 지부장은 “뉴라이트 국회의원들도 식민지 근대화론 주장이 부담스러워 두루뭉수리하게 감추고, 올드라이트 인사들은 이리저리 말을 돌려서 하는데, 김 지사는 자신의 정체성을 용감하게 커밍아웃했다”고 비아냥거렸다.
김 지사도 대변인실을 통해 반격에 나섰다.
경기도 허숭 대변인은 “견지망월(見指亡月),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아야 하는데 손가락만 뚫어지게 보아 달을 잃어버리는 것”이라며 “위기극복을 강조하는데 ‘식민지·전쟁’이라는 단어에만 몰두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허 대변인은 “경제위기 극복을 통해 대한민국의 도약을 준비하자는 요지의 주장을 하면서, 망국과 식민지, 분단과 전쟁의 위기를 극복하고 한강의 기적을 이룬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위대함을 언급한 바 있다”면서 “일부 언론에서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인사들의 발언을 인용, 발언의 취지를 고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부 언론’을 향해 “상업주의, 황색 저널리즘으로 위기극복 및 국가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러한 ‘해명’은 그러나 논란의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야당과 시민단체까지 비판에 가세하면서 사태가 확산된 것.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김 지사가 남북 분단과 전쟁을 정당화하는 망언을 서슴지 않은데다 뻔뻔한 친일망언에도 불구하고 사과와 반성은커녕 대변인실을 통해 ‘2009년 신년사에 기조한 것인데 잘못 전달된 것 같다’는 궤변으로 해명하려했다며 “공직에서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지만

사태가 커지자 김 지사가 직접 입을 열었다. 5일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전화 인터뷰에서 김 지사는 “(일제식민지, 남북전쟁을) 미화할 리도 없고 논란이 될 것도 없다. 억지 꼬투리를 잡아서 덮어씌우기로 나오는 것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신년사는 우리 홈페이지부터 모든 언론사에 이미 배포가 다 돼 있고 또 내가 한 발언도 다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망국이 되고 신민지를 겪고 분단이 되고 전쟁을 겪으면서도 세계 모든 나라가 부러워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그래서 위기와 망국의 한을 딛고 참혹한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도 우리는 기적을 일으킨 위대한 민족이라는 뜻으로 이야기 했는데 완전히 거꾸로 뒤집어씌웠다”고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실제 발언 내용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김 지사는 “보고 낭독하는 게 아닌 다음에야 조금씩 차이가 난다”면서 “억지로 나를 왜곡 하려고 작정을 하고 보니까 그렇다”고 답했다.
의도와는 달리 듣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듣는 사람이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남의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데 그걸 곡해하는 자체가 굉장히 문제가 있는 풍토”라고 받아쳤다.
‘떳떳한’ 김 지사의 태도에 그의 한 언론매체는 신년인사회 당시 현장에 있었던 부천시의회 한 의원의 발언을 인용, “발언 의도가 무엇이건 간에 당시 발언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었다. 발언 의도가 다르게 발언된 것이라면 그에 대해 솔직히 사과하고 ‘연설을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이라며 웃고 넘어가는 것이 옳을 것인데, 억지로 우기는 모습은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 김문수 도지사 부천상공회의소 현장 발언
“지금 경제가 워낙 어렵기 때문에 오늘 보니 표정이 조금 무거워 보인다. 저는 우리 대한민국은 위기를 통해서 기적을 이룬 나라라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 대한민국이 일제 식민지가 안됐다면 그리고 분단이 안 되고 통일이 되어 있었다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과연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었을까? 저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나라가 망하고 식민지가 되고 분단이 되고 그리고 참혹한 전쟁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나라 없는 서러움이 무엇인지 그리고 북한과 경쟁에서 이기지 않으면 다 공산화 된다.”
▲ 경기도 공보관실 신년사 보도자료
“우리는 위기마다 더 크게 일어서는 ‘승리의 역사’를 써 왔습니다. 망국과 식민지의 한을 삼키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건국했습니다. 분단과 전쟁의 참혹한 잿더미 위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냈습니다. 우리에겐 선진·일류·통일 대한민국이라는 너무나 분명한 목표가 있습니다. 골이 깊을수록 산이 높은 법입니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면서 우리는 거품을 걷어내고, 선진·일류·통일 국가를 만드는 새로운 기적을 창조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