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형 新 인신매매

2009년 형 新 인신매매


허위 구인광고에 새우잡이 배 타고 ‘엉엉’



▲ 어선



장애인ㆍ노숙자 대상, 벼룩시장, 전단지, 인터넷에 허위 구인구직광고


터무니없는 외상 빚에 발목 묶여, 한 번 승선하면 꼼짝없이 강제노역



80년대에 유행하던 인신매매가 또다시 성행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2009년 신 인신매매 수법은 더욱 악랄하게 진화해 우리 일상생활 속까지 깊숙이 파고들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 인신매매단은 전단지, 벼룩시장, 인터넷에 허위로 구인·구직광고를 낸 뒤 찾아오는 노숙자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김 양식장, 새우잡이 어선, 섬 등에 팔아넘겼다.

더욱이 인신매매를 당한 피해자들은 거액의 빚더미만 떠안고 임금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강제노역에 시달려야 했다.

허위 구인광고에 속아 강제노역 생활을 해야 했던 피해자의 사연을 들어봤다.



2007년 4월, 2008년 2월, 11월에 부산과 전북지역에서는 전단지, 벼룩시장, 인터넷에 허위 구인구직광고를 실어 장애인, 노숙자, 범죄수배자등을 유인해 인신매매한 사건이 발생했다.



월 400보장, 허위 과대광고



인신매매 판매책들은 대구, 부산, 마산지역 등 벼룩시장, 전단지 및 인터넷광고 등을 이용하여 허위 과대광고를 냈다.

내용은 월 200~400만원 보장, 신용불량자도 모집, 숙식제공 등의 선원모집광고다.

이를 보고 찾아온 장애인, 노숙자, 범죄수배자 등의 구직자들을 전북의 아파트내에 집단 합숙시키며 휴대폰을 강매하여 도주자 등에 대한 추적장치로 활용했다.

또한 금액이 기재되지 않은 차용증에 강제로 서명을 받아내어 보관하는 등의 수법으로 선원들의 도주를 차단하는 등 대범하고 치밀한 방법을 보였다.

판매책일당은 사전에 연계된 주점 등을 통해 강제로 술을 먹이고 협박과 폭행으로 터무니없는 외상 빚을 지워 도주를 방지했다.

판매책일당은 이렇게 빚을 지게 된 장애인, 노숙자, 범죄수배자등을 환경이 열악하여 건강한 선원들조차 승선을 기피하는 낙도지역의 노예선이나 김 양식장, 심지어 섬에 팔아 노동력을 착취했다.

배에 한 번 승선한 피해자들은 몇 달 동안은 꼼짝없이 배에서 고된 생활을 해야 했다.


지난 2008년 3월, 부산해양경찰서는 전단지, 벼룩시장, 인터넷에 허위 구인구직광고를 내고 장애인, 범죄수배자등을 대상으로 서해안 낙도지역의 속칭 노예전 등에 팔아넘긴 판매책일당들을 검거했다.

부산해양경찰서는 허위 구인구직광고를 내고 인신매매를 한 주범 황모씨(51세ㆍ남ㆍ전북지역판매총책)에 대해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최모씨(46세ㆍ남ㆍ부산지역모집책), 오모씨(50세ㆍ남ㆍ전북지역판매책), 조모씨(56세ㆍ여ㆍ전북지역 판매총책)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한, 달아난 부산지역 모집책 김모씨(44세ㆍ부산시), 이모씨(52세ㆍ부산시)등 2명을 전국에 수배, 추적 중에 있다.


이들 인신매매 판매책일당은 2006년경부터 위와 같은 수법으로 107회에 걸쳐 권모씨등 피해자 112명을 유인하여 군산 등 서해안지역의 어선 선원 등으로 매매하고 1억4000만원 상당을 착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선원모집광고



빚더미 승선, 강제노역



인신매매피해자인 정신지체 2급 장애인 권씨(28세, 남, 부산시)는 2009년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

그는 2006년 5월 부산모집책인 최씨의 회유로 100만원에 군산 판매총책인 황씨에게 팔려가 어선으로 매매됐다.

군산 판매총책인 황씨는 피해자인 권씨가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고 체격이 왜소하여 힘든 일을 견디지 못하고 3일만에 하선하자, 권씨로 하여금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게 한 뒤, 이틀 만에 다시 어선에 팔아넘겼다.

2007년 4월 권씨는 부산해양경찰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하지만 인신매매 판매책일당들은 또 권씨를 잡아 감금시켰다.

권씨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또 다른 판매책인 조씨(55세, 여, 전북 군산)에 유인되어 다른 어선에 450만원에 팔려갔다.


2007년 7월 부산해양경찰의 수사가 확대되자 판매책 조씨는 자신의 범행 은폐를 위해 고속도로상에 권씨를 유기했다.

부산해양경찰서는 방황하고 있던 권씨를 발견하여 무사히 가족의 품에 인계했다.


부산해양경찰서의 형사과 매종국 반장은 “월 200~400만원에 신용불량자도 모집한다는 광고는 인신매매가 의심된다.

초보선원들은 평균 3~4개월씩 일하며 월 100만원을 기본으로 받는다.

보통 기본급에 보합금(총 어획고를 기준으로 직급 및 능률에 따라 일정 비율에 의하여 지급되는 성과급)이 추가되어 임금이 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허위 구인구직광고를 낸 광고인, 직업소개소, 선박은 한 통속이다.

인신매매단들은 배가 출항하기전 선불로 술과 용돈을 주고 이들을 폭행, 감금, 협박하여 술값과 미리 받은 돈을 그대로 빚으로 남게 한다. 그 액수는 평균 500~1000만원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어쩔 수 없이 배를 타게 되도 바다에 떠있는 몇 개월 동안은 배에서 내릴 수 없다며 억울하게 배에 갇혀서 강제 노역을 당하거나 섬으로 끌려간다”고 말했다.


‘해당 선박은 책임이 없냐’는 질문에 그는 “선박업주들은 ‘선원들이 장애인인줄 몰랐다. 나는 선박에 탄 사람들이 그런 상황인지 몰랐다’라고 말하면 법적으로 책임을 물 수 없다”고 전했다.



끝나지 않은 인신매매



2009년 1월, 인신매매피해자 권씨의 아버지는 사건 당시 “아이(권씨)가 동작이 느리고 몸이 불편하다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는데도 잡아갔다”며 “아이(권씨)는 광고를 보고 간 것이 아니라 끌려간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권씨의 아버지는 또 “아이(권씨)가 좀 떨어지다 보니 세상물정을 모른다. 나쁜 사람들이 배 태워준다고 하면서 동네에서 배회하고 있는 아이(권씨)를 끌고 갔다”고 말했다.


권씨의 아버지는 “한 군데 뿐만 아니라 술집과 여관을 전전했다”며 “그래서 아이(권씨)의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 여관에 머물렀을 때는 몇 달 동안 불량배한테 폭행을 당했다. 술집으로 팔려갔을 때는 안 좋은 환경에서 온갖 고생을 하고 김 양식장으로 팔려갔을 때는 고된 강제노역을 당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또 권씨의 아버지는 “아이(권씨)가 밥은 간신히 얻어먹었지만 임금은 하나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권씨의 아버지는 “아이(권씨)가 며칠째 집에 안 들어온다.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나쁜 사람들한테 또 끌려간건아닌지 모르겠다”고 하며 행방불명된 권씨를 걱정했다.


2009년, 부산해양경찰서의 꾸준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선원 인신매매사범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범죄행위는 선량한 선주, 선원들이 제2의 범행 피해에 노출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인터넷 구인구직광고 사이트인 ‘부산잡코리아’에는 선원을 모집하는 광고들이 계속 나와 있다.

광고의 내용은 월 250~400만원, 초보가능, 신용불량자 가능, 숙식제공, 4대보험 등이다. 이런 의심되는 구인구직광고에 대한 선별작업과 법적규제가 시급하다.

부산해양경찰서는 낙도지역의 선원, 염전의 인부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전단지, 인터넷 등 허위 구인구직광고에 대한 단속도 전국적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취재/ 장종욱 기자 st32@sisa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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