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4·29 재보선

▲ 국회의원들의 연이은 낙마로 4.29 재보선이 달아오르고 있다.

오는 4월29일 재·보궐선거가 달아오르고 있다. 4·29 재보궐 선거는 2010년 지방선거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뿐 아니라 MB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와 각 당의 지지율 반등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8대 국회에서 금배지를 단 이들이 줄줄이 낙마, 여의도행 티켓이 각 지역에 뿌려져 열기를 더하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가 적지 않다는 것은 민주당 등 야당의 ‘설욕전’을 가능케 하는 요소다. 또한 한나라당으로써는 이번 선거를 통해 다시 한 번 국민들의 선택을 받음으로써 거대여당의 존재 이유를 강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MB 개혁드라이브에 새로운 동력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각 당은 ‘표적수사’ 논란으로 4·29 재보선의 전초전을 치르고 있다. MB맨들의 복귀도 점쳐지고 있어 어느 때보다 뜨거운 선거전이 예고되고 있다.


4·29 재보선까지는 시간이 아직 남아있지만 선거전은 벌써부터 시작되고 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18대 총선 당선자 34명 중 이무영·이한정 의원이 지난해 12월11일 대법원의 판결로 18대 국회 처음으로 의원직 상실이 확정된데 이어 김세웅 의원과 김일윤 의원도 의원직을 상실하는 등 재보궐 지역구가 확실해지고 있는 탓이다.
또한 12명이 추가로 1심이나 항소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받아 ‘금배지’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소속별로는 한나라당 5명(구본철·윤두환·안형환·박종희·홍장표), 민주당 2명(정국교·김종률), 친박연대 3명(서청원·양정례·김노식), 창조한국당 1명(문국현), 무소속 1명(최욱철)이다.
또한 한나라당 유재중 의원은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구형받고 현재 1심 재판 중에 있다.

표적수사 맞서 손잡은 野

야권이 ‘표적수사’를 4·29 재보선의 ‘전초전’으로 보고 손을 맞잡았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은 각각 ‘표적수사’ 의혹을 제기해왔으나 검찰 수사나 법원 판결에서 위기에 처하자 그 공조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민노당이 우려하는 것은 강기갑 대표의 ‘낙마’다. 한나라당 공천을 좌지우지했던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역풍’으로 꺾이고 그의 지역구를 이어받은 강 대표의 당선은 ‘사천의 기적’으로 불리는 18대 국회의원 선거 최대의 이변이었다.
그러나 총선선거운동 기간 이전인 지난 3월8일 경남 사천시 사천읍실내체육관에서 ‘총선필승결의대회’를 열고 시내버스 5대를 동원해 차량편의를 지원한 혐의로 지난 5월 불구속기소됐다.
이후 민노당과 강 대표는 끊임없이 ‘표적수사’ 의혹을 제기해왔다. 살아있는 정권이 ‘측근’이었던 이 전 사무총장을 낙마시킨 ‘괘씸죄’를 들어 표적수사를 진행하고 결국에는 낙마시킨 후 이 전 사무총장을 다시금 의회로 보내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전 사무총장이 낙마 후에도 지역구 행사에 부지런히 참석하고 사무실을 차리는 무언의 ‘압박’을 한 것은 민노당을 초조하게 했다. 사천은 ‘진보의 승리’라는 상징적 지역구이고 강 대표는 야권의 대표적인 ‘스타’여서 그를 잃게 되면 의원 뿐 아니라 유력 ‘대권주자’까지 잃게 되기 때문이다.
야권은 힘을 모아 삼보일배 시위와 ‘강기갑 지키기 촛불 문화제’ 등으로 ‘강기갑 살리기’에 나섰다. 민주당은 소속 의원 전원이 서명한 탄원서를 건넸으며 문국현 대표의 재판이 진행 중인 창조한국당 의원들은 물론이고 평소 정치적 입장 차이 때문에 마찰이 잦았던 자유선진당에서도 류근찬 정책위의장과 이상민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탄원서 제출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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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야권의 공조 강화는 강 대표의 낙마 시 야당 정치인들의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더해진 것이다. 12월31일 강 의원이 1심 재판에서 벌금 80만원으로 의원직 유지가 확정되면서 야권은 한숨 돌렸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도 금배지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1심 판결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당채매입방식으로 6억원을 연 1% 이율로 당에 제공되게 한 점은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창조한국당은 즉각 “재판부가 억지로 죄를 껴 맞춘 것 같다”며 항소의사를 밝혔다. 문 대표도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2009년부터 자유선진당과 함께 하는 교섭단체 ‘선진과창조의모임’ 원내대표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중재 역할을 하게 되는 막중한 책무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 당의 ‘절박함’과 어울려 법원 판결이 난 후에도 ‘표적수사’ 논란의 불꽃은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로 돌아오는 거물들

이러한 ‘위기감’과 동시에 한편에서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MB맨’으로 불리는 MB의 최측근 인사들과 민주당 정동영 전 장관, 손학규 전 대표 등 거물급 인사들이 4월 재보선을 통해 여의도로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이재오계의 수장인 이재오 전 의원과 이방호 전 사무총장, 정종복 전 의원,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 강재섭 전 대표, 박희태 대표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조기복귀설, 지역구 출마설에 휘말렸던 이 전 의원은 최근 “비자가 만료되기 전에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스스로 판단해서 지금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한국에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정치권은 이 전제조건을 지역구 출마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의원이 이 같이 말한 지 하루만인 지난 12월5일 지난 18대 총선에서 맞붙었던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문 대표의 의원직 상실이 기정사실화 되며 ‘지역구 출마설’에 불이 붙은 것.
이 전 의원의 측근인 진수희 의원은 “서울 은평을 재·보선은 4월보다 10월로 잡히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있다”며 “(비자가 만료되는) 5월 전에 오더라도 재보선을 염두에 두고 귀국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은평을 보궐선거에 이 전 최고위원이 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한 측근은 “내년 귀국할 예정인 이 전 최고위원이 입각하거나 다른 공직을 맡지 않고 정면으로 보궐선거에서 승부를 보기로 결심한 것으로 안다”며 “참모들이 이미 선거에 대비해 조직 재정비 계획을 짜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지난 11월 초 사천시의 한 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내가 고생해서 한나라당 대통령을 만들었으니까 사무총장은 최하 장관급”이라며 “처음에는 생각해봤지만 지금은 장관자리를 줘도 안 한다”고 항간에 떠돌던 입각설을 부인하면서 재보선 출마에 불을 지폈다.
이어 지역구 챙기기에도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25일 강 대표가 “이 전 사무총장이 내년 4월에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얘기하고 다닌다”고 꼬집은 것도 그의 재보선 출마를 경계한 것이다. 그러나 강 대표가 1심에서 의원직 유지형을 받으면서 출마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의원직을 상실한 김일윤 의원의 지역구 경북 경주에서는 친이계 정종복 전 의원과 친박계 정수성 전 육군대장이 한 판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이상득 의원의 최측근인 정 전 의원과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인 정 전 육군대장의 ‘대리전’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모은다.
이무영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전주 완산갑에서는 장영달 전 의원이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정균환 전 최고위원도 출마 여부를 고심하고 있으며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 김대곤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오홍근 전 국정홍보처장 등이 예비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출마설’ 소문만 요란

지난 4·9 총선 이후 여의도를 떠났던 이들의 출마설도 각 지역구를 진동시키고 있다. 본인들은 “아니라”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기정사실’로 볼 정도로 소문이 파다하다.
김세웅 전 의원이 낙마한 전주 덕진에서는 미국 듀크대에서 연수중인 정동영 전 장관의 출마설이 공공연하게 오르내리고 있다. 전주 덕진은 정 전 장관이 15, 16대 국회에서 둥지를 텄던 ‘옛고향’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불확실한 ‘출마설’ 대신 “핵심측근에겐 이미 지시가 전해졌다”, “구정(1월26일) 전 일시 귀국, 고향인 전북 순창과 전주를 방문할 것”, “전주의 두 지역구 중 한 곳은 정 전 장관이 맡고 나머지 한 곳은 중진거물 또는 참신한 신인이 짝을 지어 출마한다” 등 진전된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정동영 캠프의 ‘좌장’격인 최규식 의원은 “이제는 상황이 됐으니 정 전 장관도 뭔가 말씀이 있지 않겠느냐”며 “정치를 긴 호흡으로 보면 일단 원내진입이 중요하다. 난 전주 덕진 출마를 권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 전 장관이 지난 12월23일 서울 반포의 한 주점에서 자신의 캠프 출신 인사 60여 명과 화상대화 행사를 한 것을 두고 본격적인 정계 복귀 수순이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손학규 전 대표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수원 장안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수원 장안은 지난 18대 총선에서도 손 전 대표의 출마예상지로 꼽혔던 곳으로 경기도지사를 지내며 ‘터’를 닦아둔 손 전 대표가 연착륙할 수 있는 곳이다.
손 전 대표는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출마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당 내 인물이 없다”, “외도가 길면 돌아오기 힘들다”는 측근들의 재촉이 심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여의도와는 거리감을 뒀던 강재섭 한나라당 전 대표도 재보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각행이나 정부직을 원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재보선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지난 12월19일 5개월여 만에 대선 승리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김포공항 스카이시티에서 열린 당 전국위원회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면서 복귀가 멀지 않았다는 관측을 불렀다. 이미 7월 재단법인 형태의 연구 모임 ‘동행’을 설립, 측근 의원들과 만나온 데다 수원 장안에서 손학규 전 대표와 맞붙을 것이라는 설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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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전국위원회 당시 강 전 대표는 “국민들보고 단결하자고 해놓고 한나라당 내부에서 단결을 안 한다, 각자 따로 파가 갈려져 있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줘서는 안 된다”며 “국민들이 정말 정권 교체 잘 했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 하기 위해서는 대동단결을 해야 한다”고 당내 화합을 강조했다.
박희태 대표의 출마설도 끊이지 않는다. 원외 대표라는 한계로 번번이 고생해왔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출마설과 관련, 측근들을 단속하는 한편, 당 내 리더십에 대해 “지도력이 빈곤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최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원외 대표가 있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고 별 문제가 안된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박 대표의 꿈은 국회의장”이라며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입성하고 18대 국회 하반기에 국회의장을 노려볼 수도 있지 않겠냐”는 말로 ‘불씨’를 살려두고 있다.
이 밖에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구형받고 1심 재판 중에 있는 유재중 의원의 지역구 부산 수영에서는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이 ‘명예 회복’을 노리며 재판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또한 김근태·신계륜 전 의원과 안희정 최고위원도 재보선을 통해 원내 진입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색 패자부활전

지난 12월11일 ‘18대 국회 첫 의원직 상실’ 타이틀을 얻은 이무영 전 의원은 명예회복 차원에서 부인 오경자씨가 출마하는 ‘부인 출마설’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지난4월7일 선거 방송토론회에서 “장영달 후보는 민주화 운동으로 감옥에 간 것이 아니라 북침설을 주장하다 7년간 징역살이를 했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잃었다.
부인의 출마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 전 의원은 “지켜보겠다”는 말로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아직은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지 지역 여론을 듣고 동지들과 긴밀히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93년 대구 수성갑 보궐선거 당시 박철언 의원의 부인 현경자씨가 ‘정권의 탄압에 의한 보복수사’라며 남편의 명예회복 차원에서 출마, 남편을 대신해 당선한 예가 있어 ‘제2의 박철언-현경자 부부’가 탄생할 수 있을지 여부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의원직 상실 후 “부주의한 언행 하나 때문에 7000여 표 차로 압도적으로 저를 당선시켜 주신 민의가 무시돼 너무도 안타깝다”며 “모든 것이 제 탓이요 저의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그는 “당선된 이후 8개월 동안, 전주시민을 비롯해 많은 도민들께서 여전히 저를 응원해 주고 사랑해 주시고 있음을 몸으로 체험했다”며 “그 사랑과 기대를 절대 잊지 않겠다. 반드시 결초보은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소 고발이 없는 사회, 대화와 타협이 통하는 상생의 정치시대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저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할 것”이라며 “내년 4월로 예정된 재선거에서도 법 테두리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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