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범은 따로 있는 데…”

우리금융지주의 핵심 자회사인 우리은행은 새해를 맞았지만 기분은 ‘영~’ 떨떠름하다.
그럴 것이 우리은행 카드부문의 비약적인 성장에도 불구 수익창출력은 바닥을 보이고 있고, 거기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2009년 전망은 그리 밝지만 않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우리은행이 이렇게 암울한 새해를 맞이하게 된 데에는 그 주범이 따로 있다는 것. 바로 박해춘 전 행장.
우리은행 내부에서도 박해춘 전 행장을 향한 볼멘소리도 여기저기서 새어나오고 있다. 왜 또떠난 그에게 화살이 꽂혔을까. 본지가 알아봤다.



▲ 우리은행.
우리은행 카드 덩치 키우기 여전…수익창출력은 “글쎄”
박해춘 전 행장의 ‘시장 선점론’에 의한 ‘공격경영’ 탓!



박해춘 전 우리은행 행장은 LG카드 사장 출신으로 스스로도 카드전문가라고 부를 정도로 이 분야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6월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금융업계 일각으로부터 ‘영전’했다는 평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이런 평가를 받고 떠난 박 전 행장이 남기고 간 자리는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물론 현재 우리은행이 처한 상황이 비단 박 전 행장에 의한 것만은 아닐 지언데도 불구, 업계 일각에서는 박 전 행장을 향한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 중 ‘배보다 배꼽이 크게 만든 주범’이라는 말에 시선이 꽂힌다.


배보다 배꼽이 크게 만든 주범


▲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현 국민연금 이사장).
박 전 행장은 재임기간 동안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였다. 박 전 행장의 ‘시장 선점론’에 입각한 우리은행은 시중은행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카드모집인제도’를 도입하는 등 전방위적 공세를 펼친 결과 ‘우리V카드’ 출시 두달여만에 50만좌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문제점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박 전 행장은 95%였던 영업점 카드고객모집비율을 50%로 대폭 낮추고 모집인을 통한 모집비율을 45%로 늘리는 등 모집인을 통한 카드 외형경쟁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카드를 신청하지 않았는데도 카드가 발급되는 부작용 사례가 속출했다.
때문에 동종 업계에서도 비난이 쇄도했다. 나아가 다른 경쟁 은행들의 과당경쟁을 부추기는 시발점이 됐다. 이에 감독당국이 나서 자제를 요청하기까지 했다.
물론 박 전 행장의 공격적 경영 탓에 우리은행은 결과적으로 지난 2007년 1분기 만해도 2조4천780억원이었던 카드자산이 올 3/4분기 4조148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시장점유율은 8.08%로 높아졌다.
하지만 이는 표면상 이익에 불과하다. 총자산이익률 측면에서는 6.1%(지난해 3/4분기), 5.4%(지난해 4/4분기)에서 3/4분기 2.5%로 급격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배보다 배꼽이 큰 우리은행’이 되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주범이 박 전 행장이란 것.


‘니탓 내탓’ 공방 중…


지난 6월 박 전 행장이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그 후임으로 이종휘 행장이 취임했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의 폐단을 간파하고 있었다.
이 행장은 취임 당시 “은행 내외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 카드에 대해서는 자세히 파악, 속도조절이 필요한 부분은 조치를 취해 과당경쟁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선대 행장들이 이루어 놓은 선례를 바꾸기가 여간 쉽지가 않았다.
여전히 우리은행은 업계로부터 신용카드를 중심으로 한 덩치 키우기에 몰두, 수익성관리는 뒷전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행장으로서는 다소 억울한 점이 적잖이 있다. 이 행장의 전임자인 박해춘 전 행장 그리고 이전 행장인 황영기 전 행장 때부터 ‘지적’ 받아왔던 말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행장은 전 행장들이 저질러 놓은 일(?)을 자신은 취임한 후부터 ‘개선의 노력’은 어느 정도 했다는 변명 아닌 변명이라도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전 행장이 벌려놓은 걸 뒷수습하고 있다”는 불만이 새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 관계자는 “조직에 있으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우리은행이 처한 상황을 이해해 달라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시장상황이 좋았으면 결과도 좋았을 것”이라면서 “카드산업의 특성상 규모의 경제가 있어야 하고, 리스크관리가 잘 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