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8 총결산] 정가 10대 뉴스

2008년의 해가 지고 있다. 한 해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참여정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것을 시작으로 광우병 사태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이 일어났으며 최근에는 의회 폭력사태로 정치권이 몸살을 앓았다. 선거도 많았다. 17대 대통령 선거로 정권교체가 이뤄졌으며 4·19 총선으로 18대 국회의원들이 선출됐다. 교육감 선거와 6·4 재보궐선거, 10·29 보궐선거도 치러졌다.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친인척과 관련된 각종 비리도 시선을 끌었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당선은 우리나라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본지는 큰 파급효과를 낸 사건들을 중 정치권 10대 뉴스를 정리해봤다.

1. 뒤안길로 사라진 참여정부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으로 10년에 걸친 범평화개혁세력의 집권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정권 말을 정리하려 했지만 측근들의 비리의혹 수면위로 떠오르며 곤혹스런 말로를 맞았다.
“깜도 안 되는 의혹이 춤을 추고 있다”,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이를 부인했다가 일이 커지자 “내 스스로의 판단에 대한 자신이 무너졌다. 무척 당황스럽고 힘들다”고 고개를 숙인 것.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로의 귀향도 ‘호화사저’ 논란이라는 ‘잡음’을 동반했다. 또한 청와대 문건 무단반출 문제로 이명박 정부와 집권 초부터 갈등관계를 형성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e지원(知園)’을 비판하며 청와대 자료 반환을 요구했지만 노 전 대통령측은 “양해를 구했다”며 이를 거부, 청와대와 정면충돌했다.

2. 이명박 대통령 취임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25일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 대통령은 BBK를 비롯한 각종 의혹을 딛고 48.7%의 대선 득표율과 530만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경제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높았으나 취임 후 정부조직개편안에서부터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
장관 내정자 중 상당수가 수십억원대 재산을 가진 것으로 드러나 ‘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 논란에 휩싸였으며 이 중 3명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했다.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S라인’(서울시 출신) 등 신조어가 생기며 ‘코드 인사’, ‘제 식구 챙기기’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3. 파란만장 4·19 총선

4월19일 총선이 펼쳐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으로 탄력을 받은 한나라당은 ‘거대여당’을 노렸으며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집권 초 문제점을 들며 반사이익을 꾀했다.
통합민주당은 총선 준비를 ‘공천’으로 시작했다. “모든 공천 기준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원칙과 기준이 정해지면 누구도 예외가 없다”는 박재승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삼은 것. 민주당 내에서는 그와 공천위원들을 ‘저승사자’와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불렀다.
한나라당도 뒤질세라 공천 칼날을 휘둘렀다. 공천파동으로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은 무소속 혹은 친박연대로 뭉쳐 총선에서 표몰이 돌풍을 일으켰다.
4·9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총 의석 299석 중 153석(비례 22석)을 차지했으며 통합민주당은 81석(15석), 자유선진당은 18석(4석), 친박연대는 14석(8석), 민주노동당은 5석(3석), 창조한국당은 3석(2석), 무소속은 25석을 얻었다.
한나라당의 과반 확보로 정국은 여대야소로 재편됐으며 민주당은 당초 목표했던 개헌저지선(100석) 확보에 실패, 지도부 책임론 등 후폭풍에 휘말렸다.

4. 광우병 사태+촛불집회

지난 4월 한미쇠고기협상이 타결되고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가 방영되면서 본격화된 일명 ‘광우병 사태’가 한여름을 불태웠다.
국민들은 광우병 위험이 높은 ‘30개월 이상의 뼈 있는 소고기’ 수입에 ‘촛불집회’, ‘침묵시위’로 항의하며 거리로 몰려나왔다. 야당도 시민단체와 손잡고 거리에서 촛불로 투쟁했다.
6월은 그간의 촛불집회가 총 망라된 달이었다. 6일부터 주말까지 시작된 72시간 연속집회가 6·10항쟁 기념일에 탄력을 받아 휘몰아쳤다. 경찰 추산 8만명, 주최측 추산 60~70만명이 촛불을 들었다. 13일에는 ‘효순·미선양 6주기 추도행사’와 함께 쇠고기 재협상을 주장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한나라당은 촛불집회에 대해 “반미·반정부 세력, 좌파정권의 선동 전문가들이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며 “정치선동을 중단하라”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된서리를 맞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10%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이명박 대통령 하야’를 부르짖는 민심에 취임 100일 만에 두 번이나 사과를 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 대통령은 특별기자회견에서 “지난 6월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청와대 뒷산에 올라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봤다. 캄캄한 산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내 자신을 자책했다. 늦은 밤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수 없이 제 자신을 돌이켜보았다”는 말로 고개를 숙였다.

5. 금강산 관광객 피격

7월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 초병 총격에 숨지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삐걱거리고 있던 남북관계는 본격적인 경색국면에 접어들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택하면 10년 내에 국민소득이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비핵·개방 3000’에 불쾌해하던 북측이 사건 후 정부와의 공식·비선라인까지 닫은 채 ‘통미북남’ 정책을 고수하기 시작한 것.
남북간 대화가 단절 된 후 금강산관광 중단, 개성공단 폐쇄,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까지 순탄치 못한 관계가 계속됐다. 북핵 6자회담도 성과 없이 끝나면서 당분간 한반도에 냉기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6. 버락 오바마 美 대통령 당선

제44대 미국 대통령에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가 당선됐다. 오바마 후보는 11월4일 최종 득표율 52%로 선거인단 364명을 획득, 47%의 득표로 174명을 얻은 공화당 존 매케인 대선후보를 따돌리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날 선거에는 전체 유권자 중 64%에 달하는 1억3100만명이 투표에 참여해 44년 만에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으며 민주당은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주지사 선거에서도 승리해 1994년 이후 처음으로 행정부와 의회를 동시에 장악했다. 미국인들이 ‘변화(Change)’를 기꺼이 받아들인 것.
세계 정치·사회·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정권교체로 인해 우리나라에도 파급효과가 상당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과 정치·외교·경제·복지 등 수많은 부분에서 의견을 달리하고 우려가 적지 않았다.
청와대는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에게 당선 축하 메시지를 띄우고 관계 재설정을 위한 탐색전에 들어갔다. 당장은 위기에 처한 ‘세계 경제’와 관련해 ‘힘을 모으자’는 협력관계가 구축될 수 있지만 한미 FTA 등 한미의 경제 관계나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로 인한 한반도의 지형변화 등에서는 부담도 적지 않다.

7. 김정일 건강이상설

8월 중순부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졌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 위험한 정도에 이르렀다는 것. 김 위원장의 정권 수립 60주년 행사 불참은 건강이상설을 증폭시켰다.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해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은 국회 정보위에서 지난 8월14일 이후 순환기 계통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김 위원장은 집중 치료를 받아 현재는 많이 호전됐다는 첩보가 있다”며 구체적인 병명에 대해서는 “뇌졸중 또는 뇌일혈로 보이나 하나로 특정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현재 몸 상태에 대해 “밖으로 다닐 수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의식은 있다”며 “언어에는 전혀 장애가 없으며, 움직일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한 “아주 불안정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는 상태”이며 “김 위원장이 여전히 국가통제력을 잃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측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부인하며 김 위원장의 활동사진을 보도했지만 이 사진들은 진위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된 각종 추측과 보도가 난무했다.

8. 참여정부 사정 칼날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부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혹들을 캐기 시작, 상당한 진척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 정권 초부터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향한 사정칼날이 드리워지는 등 전 정권에 대한 ‘복수혈전’이 펼쳐졌다.
강무현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참여정부 장관급 인사로는 처음으로 장·차관 시절 관련 기업과 단체에서 1억원에 가까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최근에는 노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와 측근인 정화삼씨와 동생 정광용씨,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이 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참여정부 시절 ‘친인척 비리’에 대해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공언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침중한 표정으로 봉하마을을 지키고 있다.

9. 18대 국회 금배지 주의보

친박연대 양정례, 서청원, 김노식, 창조한국당 이한정, 민주당 정국교 등 비례대표 공천 의혹으로 시작된 18대 국회 부정선거 의혹 관련 조사는 각 당으로 확대됐다.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의원은 모두 34명으로 이 중 14명이 1심(6명)과 2심(8명)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 받았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와 한나라당 박종희·안형환·윤두환, 민주당 정국교, 무소속 최욱철 의원 등 6명은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았다.
2심에서까지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한나라당 구본철, 민주당 김세웅, 친박연대 김노식·서청원·양정례, 창조한국당 이한정, 무소속 김일윤·이무영 의원 등 8명이다.
법원은 “선거사범 재판을 최대한 신속히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으며 형량도 강화되는 추세라 2심까지 당선무효형을 받은 지역구 중 상당수는 내년 4월 재·보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10. 폭력으로 물든 ‘막장국회’

새해 예산안이 ‘평화적 해결’을 맞았다면 주요 법안처리는 ‘전쟁’으로 그 시작을 알렸다.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단독상정을 감행, 야권의 거센 ‘후폭풍’을 맞은 것.
한나라당은 이후 정무위, 행안위 등에서 쟁점 법안 상정을 강행하려 했으나 민주당이 이를 저지하겠다고 맞서면서 국회에서는 연일 첨예한 대립이 이뤄졌다. 상임위 곳곳에서 해머와 전기톱까지 등장하는 물리적 충돌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김형오 국회의장은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심경을 밝혔다. 한나라당은 선(先)대화 후(後)강행처리 의사를 강조했으며 민주당은 국회 파행 사태를 ‘이명박에 의한 이명박을 위한 이명박의 전쟁’으로 규정, ‘전쟁’에 돌입했다.
전면전 속도전을 선언한 이명박 대통령의 지휘 방침을 받들어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단계적 접근을 포기하고 전 상임위에서 모든 법안을 전면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전투 방침을 밝혔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사과와 불법 날치기를 재발하지 않겠다고 정부 여당이 구체적으로 약속하기 전에는 대화와 협상을 구걸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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