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의원

▲ “옳은 말로 비판하자” 유시민 전 의원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논리정연한 비판으로 시선을 모았다. 국회가 ‘패싸움’으로 국민들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어 그의 침착한 모습이 더욱 두드러졌다는 평이다.


유시민 전 의원이 오랜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4월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후 자신이 출마했던 대구 수성을에서 한 달 간의 자전거 낙선순례 활동을 마치고 강연과 집필 등 생업에 열중해 왔다. 때때로 현안과 관련한 발언을 해오기도 했으나 정치 전면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닌지라 ‘거리감’은 있어왔다. 그런 그가 지난 18일 MBC <100분 토론> 400회 특집 논객으로 출연, 변함없는 입담을 과시하며 자신의 건재함을 드러냈다. 특유의 논리정연하면서도 유려한 어법은 더욱 능수능란해졌으며 국내 최고의 ‘토론 대표’들과의 공수는 사람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았다.


18대 총선 낙선 후 강연·집필 매진하던 유시민 전 의원 ‘나들이’
오랜 인연 ‘100분 토론’ 특집에 최고의 정치 논객으로 한 자리

유시민 전 의원이 특유의 ‘논리 비판’과 함께 돌아왔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8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 400회 특집 논객으로 출연해 녹슬지 않은 입담으로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줬다.

정든 <100분 토론>으로 컴백

유 전 의원과 <100분 토론>은 각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유 전 의원은 1959년 경주 태생으로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을 거쳐 지난 2002년 정계에 진출해 재선에 성공한 인물이다. 출판사 편집부장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보좌관 등을 거쳤으며 ‘젊은 토론, 대담한 주제선정,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토론’을 표방하며 출발했던 <100분 토론>의 두 번째 진행자가 되면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70회 동안 MC 자리를 지켰으며 2002년 현재 <100분 토론>의 진행자이기도 한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그는 이후로도 <100분 토론>에 단골손님으로 출연했다. 399회까지 모두 1993명의 패널들이 출연한 가운데 집계한 ‘최다 출연자’에서 유 전 의원은 17회 출연으로 20회 출연한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와 19회 출연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에 이어 3위에 랭크됐다.

이번 <100분 토론> 400회 특집에서 그는 방송에 앞서 지난 10~11일 제작진이 성인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최고의 정치 논객’으로 꼽혀 출연하게 됐다.

그와 함께 각 분야 최고의 논객을 선정돼 자리를 함께 했다. 비정치인 중에서는 가수 신해철이 최고 논객으로 꼽혔으며 뒤이어 진중권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연예인 중에서는 김제동이 1위를 차지했고 홍준표 원내대표와 전원책 변호사가 보수 논객,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은 여성 논객,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보 논객 1위에 올랐다.

<100분 토론>은 이러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유 전 의원과 함께 진중권 교수, 나경원 의원, 전병헌 의원, 전원책 변호사, 제성호 교수, 이승환 변호사, 가수 신해철과 방송인 김제동 등 최고의 입담을 자랑하는 9명의 논객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최고 논객들의 말·말·말

‘2008 대한민국을 말한다’는 주제로 120분간 버라이어티 형식으로 펼쳐진 <100분 토론>은 사회를 맡고 있는 손석희 교수가 출연진들에게 ‘올 한해동안 가장 큰 이슈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시청자들이 선정한 2008 한국 사회 주요 이슈를 패널들이 랭킹을 알아맞히는 형식으로 진행된 것.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에 따르면 1위는 ‘금융위기’, 2위는 ‘광우병으로 촉발된 촛불 정국’, 3위 ‘숭례문 화제’ 4위 ‘잇단 연예인 자살 사건’ 5위에 ‘오바마 美대통령 당선’으로 조사됐다.

이어 6위는 ‘중국산 먹거리 파동’, 7위 ‘이명박 정부 출범’, 8위 ‘금강산 피격 사건’, 9위 ‘한국 최초 우주인 탄생’, 10위 ‘베이징 올림픽 7위 달성’ 등이 꼽혔다.

첫 질문은 김제동이 “세계발이지만 금융위기쪽이 아닌가 싶다”고 올해의 이슈 1위에 선정된 금융위기를 언급해 시민논객들로부터 박수를 받으며 순조롭게 시작됐다.

손석희 교수는 “금융위기를 맞춰서 박수 받는 경우는 굉장히 드문 것 같다”고 농을 던지며 “연예인으로서 행사도 하고, 방송도 많이 참여하는데 현장에서 느끼는 경제위기가 있냐”고 물었다.

김제동은 “처음부터 아픈 곳을 찌른다. 자꾸 몇 개씩 줄어들고 있다”며 “우리(연예인)들이 느끼는 것은 그나마 나은 쪽에 속한다. 그걸로 힘들다고 얘기하는 것 너무 염치없는 일이다. 모든 금융위기는 가장 먼저 하층부부터 친다는 것이 가장 비극적인 일이라 생각한다”고 ‘어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진중권·신해철·유시민 ‘어록’

시간이 갈수록 토론자들의 ‘어록’도 경쟁적으로 생겨났다. 이명박 정부 1년 평가에 대한 질문에 비정치인 논객으로 토론에 참여한 진중권 교수는 “YTN 해직기자 모임에 갔더니 어느 개그맨이 ‘나라가 보일러냐 거꾸로 가게…’라는 소리를 하더라.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 때만 해도 대통령 욕하는 게 소위 국민 스포츠라고 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경제 예측만 해도 사법처리 협박이 들어온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이 모든 것들이 반시대적이다. ‘계획은 내 안에 있고 너희들은 움직여라. 나는 CEO고 너희들은 사원이다. 나는 두뇌고 너희들은 수족이다’라는 건데 문제는 그 두뇌 속에 든 게 삽 한 자루 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또 “대통령은 중소기업 망년회나 시장에 나타나서 깜짝쇼를 한다. 매일 강림의 쇼다. 목도리 좀 주고 배추 좀 사면 그래서 경제가 살아나면 얼마나 좋겠나. 사진 몇 개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비 정치인 최고 논객 1위로 뽑힌 가수 신해철은 ‘이명박 정부 1년 평가’에 대한 토론을 하던 중 중앙대 법대 제성호 교수가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에게 강압적 통치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하자 “이명박 정부가 강압적인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민심을 잘 못 읽고 있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어 “다른 주제로 ‘100분 토론’을 출연했을 때와는 달리 이명박 관련 주제에 대한 주위의 반응은 ‘너 큰일난다. 너 보복당한다’였다”면서 “사람들이 그 정도로 위협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해철은 “유모차 엄마들을 체포하고, 공무원들을 물갈이하고, 방송을 장악한다. 교과서도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에 맞지 않는다고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국가의 정책을 펼칠 때도 전문가 집단에 조차도 이념을 들이 댄다”고 지적했다.

수많은 ‘어록’ 중에서도 현 정부를 ‘고양이’에, 좌파를 ‘쥐’에 비유한 유 전 의원의 발언은 단연 압권이었다.

유 전 의원은 “고양이는 쥐를 잘 모른다. 쥐가 막다른 골목에 몰려서 얼마나 무서운지를…”이라며 “고양이는 발톱으로 이렇게 이렇게 긁으면서 ‘별것도 아닌데 왜 그래’라고 한다. (상대편 패널을 가리키며) 지금 고양이 편에 계시기 때문에 등 따습고 배부르기 때문에 (쥐의 상황을) 모르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

국가대표급 ‘토론 선수’라 할 만한 쟁쟁한 인물들의 출연과 ‘어록’으로 <100분 토론>의 시청률은 전국 기준 6.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자정이 넘은 시간대에 방송되어 평균 2~3%대 이던 평소 보다 2배 이상 오른 수치다.

또한 인터넷에서는 두고두고 <100분 토론>이 화제가 되고 있으며 “다시 보고 싶다”는 이들도 상당하다.

“꿈은 항상 꾸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며칠 전 말한 것처럼 3대위기, 안보 위기, 경제 위기, 민주주의 위기에 와 있다.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시킨 건, 다른 거 하나 안 보고 경제 살리기, 일자리 만들기 잘하겠다고 해서 그거 하나 바라보고 표를 찍은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를 향한 날선 질책을 거침없이 퍼부은 유 전 장관.

그는 “지난 10년간 있었던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일을 다 엎으란 게 아니다”라면서 “국민에게 보탬이 되는지 따져보지도 않고 기분 나쁘다고 해서 막 뒤집어엎는 식으로 막 하고 있다. 이게 첫 번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기가 왔을 때 온 가족이 힘을 모아야 하는 건 맞는데, 힘을 모으려면 가장이 잘해야 하는데, 지금 밉다고 쥐어박고 밥 안 주고 밥그릇 뺏고 어디 가두고 이런 식으로 하지 않냐”고 이명박 정부의 ‘차별’과 ‘보복’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최고 논객들이 벌이는 2008 한국사회 주요 이슈 풀이 한마당
“정부도 개념 정부 돼야” 이명박 정부 논리정연한 비판 돋보여

또한 그는 “정부도 개념 정부가 돼야 된다”고 말했다. “잘 할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 지금 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해 본다. 요즘 젊은이들이 ‘개념 있다’는 말을 하는데 정부도 개념 정부가 돼야 된다. 어떤 정도로 따지고 완급 조절을 하는지…. 아무 개념 없이 막 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준다”는 것.

이처럼 오랜만에 ‘패싸움’이 아닌 논리 정연한 비판으로 답답한 속을 뚫어준 유 전 장관의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될까. 정치권은 그가 항상 꿈을 꾸고 있다고 말한다. 팬클럽과의 교류는 이전보다 확대되고 있으며 강연 등을 통해 대중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하고 있다는 것.

또한 ‘불모지’로 꼽히는 대구에 터를 잡은 것은 그가 ‘정치실험’을 계속할 것이며 향후 또다시 대구지역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유시민 전 의원 자신은 정치인으로써의 자신에 대해 “정치인으로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답변을 유보한다. 뜻이 옳다고 해서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 전 의원은 “하지만 어떻습니까. 스스로 옳다고 확신하는 일을 위해서라면 실패할 위험을 무릅쓰고 시도해 보는 것, 이런 것이 삶의 묘미가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살아 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입니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라며 ‘꿈’이 계속 될 것임을 되새겼다.


유시민은 누구?

출생: 1959년 7월 28일 경상북도 경주
학력: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마인츠요하네스구텐베르크대학교대학원 경제학 석사
이력:
2008년1월~2008년5월 제17대 국회 국회의원
2007년8월~2008년1월 제17대 대통합민주신당 국회의원
2006년2월~2007년5월 제44대 보건복지부 장관
2004년5월~2007년 제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2000년5월~2004년5월 제16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개혁국민정당 대표집행위원
개혁국민정당 고양시덕양구갑지구당위원장
성공회 대학교 교양학부 겸임교수
한국학술진흥재단 기획실장
한겨레신문 독일통신원
도서출판 학민사 편집부장
저서: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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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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