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시계 되돌리는 YS·DJ 속사정

▲ “영원한 라이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기 무섭게 김영삼 전 대통령도 ‘독설’을 시작했다. 직설적인 비판의 칼끝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양김정치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현안에 대해 특유의 독설로 멈춰져있던 정치시계를 다시금 과거로 되돌리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대북정책과 관련, 이명박 정부에 날카로운 질책을 퍼부었다. 현실정치에서 한발 물러서 대북정책에 대한 ‘조언’을 해주던 이전과는 한참 달라진 모습이다.

DJ는 또 현 정권의 역주행을 막아서야 한다며 ‘광범위한 민주연합’의 결성을 주장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이에 동조, 다른 야당, 시민사회, 민주노총과 힘을 합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DJ의 저격수로 나섰다. 그는 DJ를 ‘독재자 김정일의 대변인’이라 칭하며 직설적인 비판을 가했다. 비판에 비판이 더해지며 정국은 양김정치의 파도 속에 혼란을 더하고 있는 모습이다. 되살아난 양김정치, 두 전 대통령이 향하는 ‘끝’은 어디일까.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치적 발언을 늘려가며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현 정권에 대한 비판과 야당, 시민단체의 연합전선 구축을 주문하는 DJ의 발언은 전성기를 연상케 하며 그에 대한 YS의 비판은 ‘옛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호남 맹주의 포격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강공을 쏟아 붓고 있다. DJ는 지난달 27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이명박 정권이 남북관계를 의도적으로 파탄 내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현 남북관계의 경색은 전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탓이라는 것이다.

DJ는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민주주의 위기, 경제위기와 서민고통, 남북관계 문제 등 3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며 “10년 전의 시대로 전체 흐름이 역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면으로 나서는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 정치적 발언 ‘솔솔’
DJ ‘잃어버린 자식’ 햇볕정책 생각에 이명박 정부 정책 독설로 일침

그는 ‘민주주의 위기’와 관련, “우리 국민은 이미 이승만 독재, 박정희 독재, 전두환 독재 등 세 독재 정권을 좌절시켰기 때문에 이제는 그 누구도 독재로 성공할 수 없다”면서 이명박 정부를 ‘독재정부’로 보고 있음을 내비쳤으며 경제위기와 관련해서는 “돈을 풀어 내수경기를 진작시켜야 한다”면서 “돈을 어디다 쓰느냐가 중요한데, 부자에게 줘도 소용없다. 비정규직과 기초생활보장을 위해 써야, 경기가 살고 선순환한다”고 말했다.

DJ는 특히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 3000’을 “부시 정부의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무슨 수로도 (현재의 남북관계를) 역행하지 못 한다. 만약 역행한다면 김영삼 정부 시절의 통미봉남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굳건하게 손을 잡고 시민사회단체 등과 광범위한 민주연합을 결성해 역주행을 저지하는 투쟁을 한다면 반드시 성공한다”면서 ‘민주연합’ 구성을 주문했다.

DJ의 이날 발언은 남북관계 뿐 아니라 전반적인 분야에서 상당히 강도 높은 비판이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가급적 이명박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며 ‘권유’를 해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정치의 최전선에서 강경발언을 하는 모습은 7, 80년대 그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한다.

후폭풍에 몸서리치는 정가

DJ의 발언 이후 정치권은 ‘비판’과 ‘옹호’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곧바로 비판을 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곧바로 김 전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왔다. 윤상현 대변인은 “남북관계를 의도적으로 파탄내고 잇는 것은 북한정권인데,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사실왜곡을 하는 김 전 대통령의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김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이라는 녹슨 새장에 갇혀 있는 앵무새”라며 “국민들은 김 전 대통령의 발언에 속을 만큼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고 말했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김 전 대통령이 6.15선언을 하고 ‘대한민국에 전쟁은 없다’라는 얘기를 하면서 안보불감증과 군 무력화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나”고 반문하면서 그의 발언을 “전형적인 선전선동”이라고 쏘아붙였다.
이회창 총재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금도를 벗어난 발언으로 전직 대통령답게 점잖게 처신해주길 바란다”라며 “어떻게 전직 대통령이 야당과 시민단체에 대해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발언을 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DJ를 비난한 한나라당을 비판하며 그의 고언에 따를 것을 촉구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이명박 정권의 대북강경책과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한 깊은 우려와 염려에서 나온 김 전 대통령의 고언을 무례하게 비난한 한나라당은 과연 무엇을 하는 정당인가. 아무런 대책도 전략도 없이 실용이라는 허울에 갇힌 쌈닭인가”라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김 대변인은 “표류하고 있는 금강산 관광도, 이산가족문제도, 개성공단도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비난만 주업으로 삼고 있다. 정말 우려스러운 사태”라고 지적하며 “무작정 기다리라는 것은 책임 있는 집권여당의 자세로는 더할 나위 없이 부적절한 태도이다. 그러는 사이 한반도 평화도, 개성공단도, 통일도 다 죽는다”고 강조했다.

▲ “조언” VS “조언”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라고 ‘조언’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10년 전의 시대로 전체 흐름이 역전되고 있다”고 일갈했다.
DJ의 ‘유엔 특사’ 파견을 주장했던 정세균 대표는 당 지도부와 민주노총을 방문,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감시, 비판, 경제하기 위해 다른 야당, 시민사회, 민주노총과 힘을 합쳐야겠다고 생각한다”면서 DJ의 ‘민주연합’ 구성 주문에 행동으로 답했다.

또한 강기갑, 문국현 대표와 남북관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시국회의를 결성했다. ‘원내투쟁’을 강조하며 외부와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해오던 것에서 벗어나 ‘대연합’으로 가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이다.

정치권은 민주당의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가 ‘따로’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절박감과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에 목말랐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DJ의 발언에 공감하는 여론이 43.7%나 되는데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민노당, 자유선진당 지지층, 지역별로는 전북, 전남·광주, 서울, 대전·충청 사람들이 DJ의 견해를 높게 지지하는 등 ‘영향력’이 살아있음이 아직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는 것도 DJ가 주문한 ‘결집’의 강도를 높이는 ‘접착제’가 되고 있다.

맞수 따라 덩달아 뛴다

DJ의 발언이 정치권에 강력한 후폭풍을 만들어내자 ‘영원한 라이벌’ 김영삼 전 대통령도 직격탄으로 ‘맞불’을 놓았다. “지난 10년간 우리 국민과 민족에게 저지른 자신의 죄악이 드러날까 두려워 대정부 투쟁을 선동하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

YS는 공식성명을 통해 “김대중 씨의 대한민국 정체성에 대한 끝없는 도전과 국기문란을 국민이 더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에 돈을 퍼줘서 핵실험을 하게 한 장본인은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생지옥인 북한을 노다지라니, 정신이 이상하지 않고는 공감할 수 없는 말”이라며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국민 심판으로 정권이 바뀌어 굴욕적인 대북정책을 바로잡으려 하자 이에 반발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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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DJ를 ‘독재자 김정일의 대변인’, ‘정신 이상자’ 등으로 표현하며 “김대중이라고 하는 사람에게 제일 좋은 방법은 이북에 보내는 것”이라는 독설도 서슴지 않았다.

YS는 이와 함께 현 상황을 “난국”이라고 표현하며 “어려울 땐 다른 당과도 협력해야 하는데 자기 당 사람과 힘을 모으는 건 당연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와도 힘을 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공황 때보다 더 심각한 위기인데 정부가 상황을 좀 안이하게 보는 것 같다”면서 “대통령이 너무 독주한다, 옆 사람 말을 안 듣는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자기를 위해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과 대화를 좀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 전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자주 만나야 한다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지금도 상당한 세력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인데 그걸 인정하지 않고 만나지 않겠다는 건 옳지 않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이라도 꼭 필요하면 싫어도 만나야 하는 게 정치”라며 거듭 만남을 강조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살아난 YS의 ‘독설’에 “정치적 지분 찾기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의 기틀을 닦았음에도 제대로 대접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마다 거침없이 퍼부어졌던 ‘독설’이 다시금 나온 것은 ‘어른’의 역할이 필요한 순간 ‘방패막이’와 ‘조언자’가 되어 주겠다는 그의 의지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으로 선임되기는 했지만 비상근 부소장인 탓에 여연 안에 따로 자리도 없고 출근을 할 마땅한 명분도 없다”며 “김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친이, 친박에 모두 포진해 있는 상황이니 ‘화해’시켜주는 게 어른으로써의 모양새도, 측근들의 앞날을 위해서도 좋은 일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결국 한나라당은 YS가 세력을 확장하고, 민주당은 DJ의 품에 안기는 모양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치시계가 12시를 한참이나 지난 두 전 대통령의 행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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