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가 부른 비극

‘ADHD 아동’ 같은 아파트 거주하는 두 살배기 여자 아이 13층서 던져
엘리베이터 같이 탑승한지 ‘2분’만에 ‘던지고 싶다’ 충동적 범행 저질러
ADHD, 한 학급에 3~4명 정도가 앓고 있을 만큼 흔한 ‘아동 행동장애’
놀이나 학습 따라하지 못하고 ‘과잉행동’ ‘충동성’ ‘공격성’ 성향이 강해


최근 ‘묻지마’ 범죄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우리 사회를 불안에 떨게 했다.
그런데 얼마전 묻지마 범죄만큼 끔찍한 사건이 발생해 세상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한 초등학교 남학생이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두 살배기 여자 아이를 아무 이유없이 아파트 13층에서 던져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끔찍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주목 받은 이 초등학생은 평소 ADHD라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를 겪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극단적인 살인 사건으로까지 이어진 ADHD 아동에 대해 살펴봤다.

▲ ‘ADHD’는 한 학급에 3~4명 정도가 앓고 있을 만큼 흔한 아동 행동장애로, 놀이나 학습을 따라하지 못하고 과잉 행동, 충동성, 공격성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사진은 특정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건의 발단은 두 살배기 A(2)양의 장난기로부터 시작됐다. A양이 그날 엘리베이터만 다시 타지 않았어도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비극’

지난 11월8일 토요일 오후 2시25분께. 전라남도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던 A양은 화창한 날씨에 가족들과 외출을 한 뒤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아파트 3층에 거주하고 있던 A양의 가족은 집으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고, 3층에 다다르자 가족들과 A양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런데 갑자기 A양의 가족들이 한 눈을 판 사이 A양이 엘리베이터에 다시 탑승했고, 엘리베이터는 윗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누군가를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A양이 엘리베이터를 다시 탔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A양이 사라져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2분 후, ‘쿵’ 소리가 들려왔다.

알 수 없는 불길한 예감에 아파트 난간 밖을 바라보던 A양 가족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함께 있던 A양이 화단에 고꾸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생각은 할 세도 없이 A양 가족들은 화단으로 내려갔고, A양은 병원으로 응급 후송됐지만 안타깝게도 6시간 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어린 A양이 감당하기엔 추락의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출동한 경찰은 사건 현상을 수습, 현장 조사를 벌여 용의자를 사건 발생 3시간 만에 검거했다. 그런데 경찰도 이를 지켜보던 이웃주민들도 사건 용의자를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던 초등학교 4학년 B(11)군이 용의자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사건 발생 후 태연하게 집에 있다 검거된 B군은 경찰이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 녹화자료를 근거로 범행을 추궁하자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

사건을 담당한 광주 북부경찰서와 폐쇄회로 녹화자료에 따르면 A양과 같은 아파트 6층에 거주하고 있던 B군은 이날 심부름을 가기위해 집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때마침 A양이 탄 엘리베이터가 6층으로 올라왔고, B군도 그 엘리베이터로 발을 옮겼다.

그런데 A양을 본 순간, B군은 갑자기 A양을 ‘던져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그리고 B군은 13층 버튼을 눌렀다.

마침내 엘리베이터가 13층에 다다르고 문이 열리자 B군은 A양을 엘리베이터 밖으로 내리게 한 뒤, 복도 난간을 통해 A양을 밖으로 내던졌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A양은 아파트 화단으로 떨어졌고, B군은 태연하게 엘리베이터를 다시 타고 1층으로 내려가 심부름을 갔다.

4년 전부터 ‘ADHD’ 앓아

경찰이 공개한 폐쇄회로 녹화장면에 찍힌 B군의 범행 장면은 정말 순식간이었다. A양이 가족과 떨어진지 불과 2분 만에 사건이 모두 마무리된 것.

왜 B군은 이런 알 수 없는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일까. 경찰 조사 결과 B군은 4년 전부터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앓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ADHD는 한 학급에 3~4명 정도가 앓고 있을 만큼 흔한 아동 행동장애로, 놀이나 학습을 따라하지 못하고 과잉 행동, 충동성, 공격성이 심하게 드러난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뇌신경 전달 물질(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분비 이상이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꼽힌다.

뇌신경 손상, 뇌의 비활동성과 불균형, 유전적 요인도 원인이 된다. 또 최근에는 환경오염에 따른 환경호르몬이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ADHD를 앓고 있는 아동들은 대게 학교 성적이 떨어지는 등 학습장애가 심하며, 산만하여 교실에서 말썽을 자주 일으켜 대인관계에도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경찰에 따르면 실제 A군은 자신의 충동을 자제하지 못하고 그대로 행동에 옮기는가 하면 평소에도 물건을 닥치는 대로 집어 던지는 습성이 있었다. 때문에 아파트 밖으로 물건을 던져 자동차가 파손되는 등의 문제를 자주 일으켰다.

문제는 전문가들에 의하면 ADHD 아동은 충분히 치료로 상태가 호전될 수 있으며, 완치까지도 가능한데 B군의 경우에는 최근에는 치료를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B군은 발병 후 병원치료를 받아왔었지만, 1년 전부터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치료를 중단했다.

‘지속적 치료’가 중요

아동 정신전문의에 따르면 ADHD를 앓고 있는 아동의 경우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충동적 성향이 강해, 아동 스스로는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없다. 때문에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병이다.

또 ADHD의 경우 약물치료만 해도 50% 증상이 호전되고 심리치료와 부모교육까지 병행할 경우 70~80%까지 효과를 볼 수 있다.

마포구 정신보건센터 김나진 아동담당상담사는 “최근에 ADHD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ADHD 아동에 대한 인식이 많아져 ‘혹시 내 아이가 병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으로 검진을 받으러 오는 분들이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사건처럼 ADHD 아동이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는 드문데, 치료를 받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김 상담사에 따르면 ADHD 아동의 경우 초기 치료가 가장 중요하며, 발병 즉시 치료하는 것이 가장 완치율도 높다.

또 무엇보다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 치료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ADHD 아동의 지속적인 치료는 여러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신의 자식들이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발병 사실을 알고도 ‘언젠가는 낫겠지’ ‘아이들은 워낙 산만하지니깐’ 등의 생각으로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기도 한다.

김 상담사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ADHD를 앓고 있을 수도 있다”며 “아이들이 눈에 띄게 산만하거나 충동적이고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면 빨리 전문가와 상담할 것”을 강조했다. 그의 강조대로 초기 발견이 가장 완치율이 높기 때문이다.

또다른 아동 정신전문가도 “ADHD 아동들은 치료만 제대로 받으면 미국 수영선수 마이크 펠프스처럼 ADHD를 극복할 수 있다”며 “장애를 알고도 치료를 미루다보면 치료 시기를 놓쳐 성인이 되어서도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이 없어지지 않아 자칫 범죄자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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