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오바마 인연줄’ 잡기 분주



정치권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인연찾기에 부산하다. 오바마 당선인은 초선 상원의원으로 4년여의 경력을 가지고 있어 우리나라에까지 인맥이 만들어 지지 않았다. 때문에 그와 한번이라도 안면을 익혔거나 측근 인사들과 가까운 이들은 ‘인연’의 공든 탑을 쌓아 올리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한미관계특위를 설치, 대선 후 미국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한편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고 한나라당에서는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이들이 오바마라는 ‘변화’의 화두를 잡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오바마와의 인연이나 ‘닮은면’을 강조, ‘오바마 특수’를 누리려는 이들이 눈에 띈다. 오바마와의 접촉면을 늘리기 위해 애쓰고 있는 청와대도 ‘오바마 인맥’ 발굴에 나섰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친인들이 오바마 진영에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시선을 끌고 있다.

혜성같이 나타나 ‘변화’ 일으킨 버락 오바마에 줄 대려 정치권 ‘시끌’
한나라당 민주당 한미관계특위 구성…‘오바마 시대’ 빠르게 적응한다

너도나도 ‘버락 오바마’를 외치는 목소리로 여의도가 시끄럽다. 당은 오바마 진영과의 인적네트워크 구축에 들어갔으며 여야 의원들은 오바마와의 ‘인연 쌓기’에 들어갔다.

여야 미 대선에 촉각 곤두세워

한나라당은 6일 미국 대통령성거 결과 후속 대책 마련을 위해 당 내 정몽준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한미관계특위를 설치키로 했다. 이 특위는 정세를 분석하고 오바마 당선인측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한편 필요한 경우 미국 방문도 추진키로 했다.
정 최고위원은 ‘의원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의원외교협의회 차원에서 미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것. 그는 18대 국회에서 한미의원외교협의회장을 맡을 만큼 워싱턴 정가의 조야 인사들과 두루 인맥이 넓은데다 이번 미국 선거는 대통령 선거뿐 아니라 하원과 일부 상원 건거까지 한꺼번에 치러지는 만큼 ‘안면’ 익히기가 수월해 당 내에서는 벌써부터 성과를 기대하는 시선들이 늘고 있다.
민주당도 5일 당내에 한미관계발전특위를 구성, 1차 회의를 갖는 등 ‘오바마 시대’에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송영길 최고위원이 위원장을 맡았으며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과 외교통상부 장관 출신의 송민순 의원, 박영선·이광재·우제창·전현희 의원 및 안희정 최고위원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최재성 대변인은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등장함에 따라 한반도 정책 변화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특위를 구성한 것”이라며 “양국 행정부간 불안한 관계가 이미 예고되고 있는 만큼 민주당이 해야 할 역할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위는 한미FTA를 비롯해 한반도 정세 등 향후 대미관계 이슈를 전담, 분야별 대응책 등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며 미국 내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도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음달 중순께 국내외 전문가 그룹으로 이뤄진 자문단을 구성,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

여야를 가리지 않고 오바마 당선인과의 인연이 강조되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는 박진 의원이 오바마 진영과 선이 닿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 대표적인 대외통인 박 의원은 오바마 당선자와 직접적인 안면은 없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통역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와 인연을 맺은 이후, 의원 외교 활동을 통해 친분관계를 유지해왔다.
바이든 당선자의 아시아 정책 참모인 프랭크 자누지 상원 외교위 전문위원과도 막역한 사이이며 오바마 캠프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 재단 사무총장, 제프 베이더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등과도 인맥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조만간 미국으로 건너가 ‘안면’을 더 넓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를 위원장을 하는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대표단이 17일 미국을 방문, 이날부터 3일간 치러지는 미국 의회의 레임덕 세션 때 상하원 의원들을 만날 계획이기 때문이다.
박진 위원장은 “이 기간을 놓치면 정부 출범 전까지 미국 의원들이 워싱턴을 비우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려면 이때 가야 한다”고 말했다.
외통위 한나라당 간사인 황진하 의원도 지난 1998년부터 4년간 미국에서 근무할 당시 오바마 당선자의 국방 분야 자문을 맡고 있는 윌리엄 코언 전 국방장관을 비롯한 민주당 국방 인맥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정욱 의원과 고승덕, 강용석, 이달곤 의원은 ‘학맥’으로 연결된다. 모두 하버드대를 나온 것. 홍 의원은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데다 미국에 폭넓은 교분을 가지고 있고 고승덕 강용석 의원은 오바마 후보와 하버드대 로스쿨 동문이다.
이 외에 미국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윤상현 의원과 씨티은행 부행장 출신의 조윤선 의원도 다각도로 ‘오바마 인맥’을 찾고 있다.
한나라당 차기 대권주자들은 오바마의 영향력을 주시하고 있다. 2012년 대선까지는 시일이 많이 남았지만 전 세계를 휩쓴 ‘오바마 돌풍’의 크기가 어디까지 번질지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전략마련에 들어간 것.
정몽준 최고위원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원희룡 의원은 미 대선 결과가 나오자 “오바마의 당선으로 통합과 변화의 진정한 21세기가 시작됐고, 진정한 21세기를 열어갈 주역이 등장했다”면서 “우리도 이러한 통합과 변화의 흐름에 앞장서는 젊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 오바마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표측은 “두고 본다”는 입장이다. 미 대선을 통해 한때 차기 대선 후보로 유력시됐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벽’을 넘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흑인 대통령’이라는 또 다른 파격은 ‘여성 대통령’의 탄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 것.
그러나 별다른 배경과 경력 없이 ‘변화와 희망’을 화두로 내건 오바마와 대통령의 딸로 ‘신뢰’를 굳히고 있는 박 전 대표는 많은 차이가 있는 만큼 남은 기간 동안 오바마의 활동을 주목하겠다는 판단이다.

민주당, 美 민주당과의 인연 강조

민주당의 사정이 한나라당보다 낫다. 당내에 오바마 당선인가 안면을 익힌 이들이 소수지만 자리하고 있는 것. 게다가 의회 장악에 성공한 미국 민주당과의 두터운 인맥도 있다.
송영길 의원과 김민석 최고위원은 “6월 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오바마 돌풍을 예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영길 의원은 지난해 1월 미 상원의원 개원식에 참석, 오바마와 조지프 바이든 민주당 부통령 후보를 직접 만나 안면을 익혔으며 이후 오바마 측근인 아터 데이비스 하원의원과도 인연이 있다.
송 의원은 오바마가 대선후보로 부각되기 전부터 주목해 왔다며 자신과 오바마 당선인 모두 변호사 출신에 40대 기수론을 주장하는 정치인인데다 자신은 노동운동, 오바마는 지역봉사활동을 했다는 공통점을 강조, 자신을 ‘한국의 오바마’로 지칭했다.

여권 오바마와 닿는 연줄 찾기…본인 아니라 측근과의 인연이라도 좋아
청와대 대외 현안 ‘지원사격’ 해 줄 ‘오바마 인연’ 국제자문단서 ‘재발견’

김민석 최고위원도 미국에 체류하던 시절 오바마 후보와 대면할 기회를 가졌다. 그는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지난해 오바마 후보를 한국에 초청하는 작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송민순 의원은 오바마와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지만 참여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내면서 북핵 문제로 미국 상하원의 외교전문가들과 폭넓은 교분을 쌓아왔다. 이중 오바마 정부에서 입각할 인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며 오바마 정부와 가까운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오바마와의 ‘인연’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오바마와 함께 백악관에 입성하는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이 ‘햇볕정책’의 열렬한 지지자이기 때문. 바이든은 1980년대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 시절 인연을 맺었으며 2001년 청와대를 방문해 김 전 대통령과 회동하기도 했다.
국무장관 하마평에 오르는 존 케리나 척 헤이글 상원의원도 김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으며 재무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와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를 발탁한 로버투 루빈 전 재무부장관도 김 전 대통령과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교분을 나눠왔다.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지원 의원은 “루빈 사단 내 젊은 보좌진들도 동교동계와 깊은 관계를 갖고 있는 만큼 대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석’을 미처 몰라봤네

청와대의 ‘오바마 인맥’은 대통령 국제자문단 멤버에서 찾을 수 있다. 15명의 국제자문위원 중 존 쏜튼 브루킹스연구소 이사회 의장,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오바마의 측근 인사들이다.
미국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를 맡고 있는 존 쏜튼 의장은 향후 오바마 국정운영의 조타수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며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거론되는 수전 라이스 전 국무부 차관보, 동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는 제프 베이더 전 국무부 차관보, 북핵문제 전문가인 리처드 C. 부시 동북아 정책연구실장 등도 속해 있어 오바마 정부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거시경제와 국제금융 분야를 자문하는 서머스 전 장관은 현재 차기 재무장관에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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