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만점 상임위원장들



국감장에서 누구보다 ‘노련미’를 발휘해야 하는 이들이 있다. 상임위원장이다. 자칫하면 의원과 피감기관간 대립이 심해지거나 여·야의 정쟁으로 국감이 파행으로 치닫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국감에서는 상임위원장을 개성 넘치는 진행이 이목을 끌었다. 국감장을 꿰뚫는 한마디로 완급조절의 역할을 해낸 의원장들. 그 모습도 제각각이다.
1970~80년대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던 오락프로그램 ‘명랑운동회’의 MC 출신인 변웅전 보건복지가족위원장은 특유의 재치있는 진행으로 국감 초 ‘멜라민 파동’에 이어 이봉화 차관의 ‘쌀직불금 파문’까지 벌어지며 격전장이 된 복지위의 분위기를 순화시켰다.
그는 질의시간 배분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한 의원의 항의에 “지금까지 진행만 30년 해왔다”고 받아넘겼으며 이 차관의 쌀직불금 부정신청 문제로 여·야간 논쟁이 붙자 “이 차관만 안계셨으면 우리 상임위가 얼마나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잘 됐겠느냐”고 말했다.
또 의원들이 발언을 마치면 ‘별명’을 지어주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변 위원장은 한나라당 유재중 의원이 의약분업과 관련, 전재희 복지부 장관을 몰아 부치자 “행정의 달인이시죠”라며 유 의원을 추켜세우는가 하면 간호사 출신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이 간호사 부족 문제를 지적하자, 이 의원을 “23만 간호사의 대모이자 지도자이십니다”라고 소개했다.
외교통상통일위 박진 의원장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휘했다. 박 위원장은 김하중 통일장관이 자신을 질책하는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에게 “반성하라”고 한데 대해 엄중 경고하면서 사과를 유도했다. 또 국감 후 지친 의원들에게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박진’감 있는 국감을 마치겠다”고 재치 발언으로 마무리했다.
김학송 국방위원장은 여느 국방위원보다 더 날카로운 ‘송곳질문’으로 피감기관을 추궁했다. 김 위원장은 ‘방독면 발암물질‘로 논란이 됐던 방위사업청 국감에서 “방독면 정화통 내에 중금속이 있지만 안전한 수준이며 찌그러지면 교체해주고 있다”는 방사청의 답변에 “전쟁 중에 찌그러진다고 방독면을 벗을 수 있느냐”고 호통을 쳤다.
이낙연 농림수산식품위원장은 촌철살인의 어법으로 시선을 모았다. 그는 수협 국감에서 수협중앙회장이 모르쇠로 일관하자 “국감에서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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