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Sophomore Jinx'

대중음악, 특히 록에 있어 '동시대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중음악의 근본은 어디까지나 '유행가'라는 현재시점의 숙명을 좀처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그 동시대성에 있어 한국 록의 훌륭한 모범답안이라 해도 좋을 음악을 제시한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음반을 들으면, 우선 이 밴드의 음악이 무척 '건강하다'는 인상이 바로 떠오른다. 물론 여기서 '건강하다'는 의미는 '건실하다'는 뜻과는 엄연히 다르다. 건전과 착실은 록의 반항적 본질과는 어긋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록의 에너지를 성실하고 꾸밈없이 발산하는 긍정적인 기운과 자세일 것이다. 자신의 삶에 대해 쌓여가는 불만과 회한을 기본적으로 표출하면서도 힘찬 에너지를 숨기지 않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직설적인 사운드는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 그래엄 파커(Graham Parker), 닉 로(Nick Lowe), 조 잭슨(Joe Jackson) 같은 1970년대 후반 영국 펍 록의 위대한 전통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한국 록의 흐름 차원에서 무척 희귀한 순간이다. 스타일의 장막을 걷은 채 진실만이 남은 순간이기 때문이다. 진실의 모습은 물론 빈약하고 앙상하지만, 한없이 신뢰를 안겨주는 것이다. 물론 영미 록에 절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지금까지 언급한 뮤지션들에게 있어 '새로움'이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새로움이란 상대적이다. 우리 풍토에 맞는 다양한 실험과 모색의 '중구난방'이 있어야, 비로소 몸과 마음을 흔드는 거대한 혁신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들의 진정한 가치는 아직 '결과'보다는 '과정'에 방점이 더욱 찍혀있지만, 이들이 만들려는 것이 빛나는 보석상자임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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