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지타 'Hello World'

코코어의 리더 이우성의 프로젝트 밴드 싸지타의 지향점은 퇴폐미다. 그것도 1960년대 후반 영미에서 풍미했던 포크장르의 약물냄새 가득 풍기는 유미주의다. 싸지타의 음반을 펼쳤을 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들의 컨셉이 노골적이리만큼 '레트로(retro)'하다는 점이다. 이정은의 모습은 매우 관능적이지만, 묘하게도 동시대성이 없다. 이는 싸이키델릭 한 음반 분위기와 더없이 맞물리고 있다. 사실 이정은의 가창력이 그리 두러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면에 드러난 것을 보면, 여기엔 분명 '전략적'인 의도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싸지타가 추구하는 과거지향적인 섹슈얼리티는 분명 현재 한국 대중음악의 상황에서는 대단히 진귀한 영역이다. 마마스 앤 파파스(The Mamas & The Papas)를 곧장 떠올리게 하는 음악 또한 상당히 신선하다는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녹음 톤이나 보컬, 그리고 연주 모두가 '현재의 것 같지 않다'는 기묘한 감정에 빠뜨리는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프로젝트'라는 시한부적 상황이 음악에 고스란히 투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싸지타의 과거지향적인 사운드는 그 자체로 이들의 활동이 '밝은 미래'를 담보하는 것이 결코 아님을 스스로 규정짓는다. 싸지타의 존재의의는 자신들이 누리고자 하는 색다른 즐거움일 수도 있고, 대중들이 몰랐거나 오래 전에 잊고 말았던 영역을 일깨우는 각성제의 역할일 수도 있다. 이 음반을 즐기는 많은 이들이 충실하게 재현된 포크 사운드에 호감을 품으면서도 내심 코코어의 다음 음반을 자연스럽게 궁금해하는 것은, '과거는 과거일 뿐 결코 미래가 될 수 없다'는 싸지타의 존재가치를 효과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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