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즈 외환은행 인수전

▲ 외환은행.
끝내 외환은행이 M&A시장 매물대상으로 복귀(?)했다. 그동안 외환은행 인수전을 둘러싸고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영국계 은행 HSBC 간의 신경전은 세간의 온 이목을 집중시켜왔다. 하지만 이들의 2년 6개월 넘게 끌어온 줄다리기는 HSBC가 먼저 손을 놓음에 따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HSBC가 포기 한 이유로는 표면상 ‘인수가격차’ 때문.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론스타의 다음 행보와 외환은행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이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HSBC 서울 본점.
지난 19일, 2년 6개월 넘게 끌어온 외환은행 인수협상이 끝내 결렬되고 말았다. HSBC가 포기 선언을 한 것. HSBC는 그동안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와 인수가격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오다 끝내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손을 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는 단지 표면상의 이유 일뿐 속내는 따로 있는 듯하다.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싼 값에 매물로 나오고 있어 매력이 크게 떨어져 인수를 포기한 것.
이날 HSBC는 “현재 세계 금융시장 상황에서 외환은행의 자산가치 등 모든 요소들을 감안해 론스타와 맺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철회키로 했다”고 공식발표했다.
그동안 HSBC는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 51%를 주당 1만8045원씩 모두 60억1800만달러(약 6조원)에 인수키로 합의하고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금융위의 인수 승인이 늦춰지면서 지난 7월 말로 예정됐던 매매계약 시한을 연장했고, 외환은행의 주가가 떨어지자 론스타와 인수가격을 낮추기 위한 재협상을 벌여왔다. HSBC는 주당 인수가격을 1만2800원으로 낮춰줄 것을 요구했으나 론스타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HSBC의 인수 포기에 따라 론스타의 다음 행보 관심 집중
국내 은행들 즉각적인 관심 표명을 해 치열한 인수전 예고


론스타의 다음 행보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공식 포기함에 따라 론스타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론스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외환은행 지분을 쪼개 파는 것과 국내외에서 새로운 인수자를 물색하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론스타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지분을 10% 이하로 쪼개 팔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일정 지분을 정해진 가격에 파는 ‘블록세일’을 할 경우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 회수 압력을 받아온 론스타로서는 최대한 빨리 외환은행을 팔아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블록세일에 나설 경우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 당초 론스타는 주당 1만8045원에 모두 60억1800만 달러를 받고 외환은행의 지분 51.02%를 HSBC에 넘기려 했다. HSBC의 인수 포기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외환은행 주식은 전날 1만2650원보다 1300원 떨어진 1만1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재 가격으로 시장에 지분을 판다면 HSBC에 매각하는 것보다 20억달러 이상을 손해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론스타가 국내 금융기관과의 협상을 통해 외환은행의 전체 지분을 재매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치열한 인수전 예고


따라서 론스타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쪽을 택할 것으로 점쳐짐에 따라 국내 은행들이 즉각적인 관심 표명을 해 치열한 인수전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의 2파전을 예상하는 가운데 농협과 산업은행 등도 복병으로 꼽고 있다. 해외 금융기관들은 투자여력이 감소한 데다 세계적 금융회사들이 대거 매물로 나와 있어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19일 “외환은행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해 검토 작업에 들어갈 것임을 내비쳤다. 김정태 하나은행장도 “외환은행에 여전히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오는 29일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되는 국민은행은 리딩뱅크로서의 위치를 확고하게 다지기 위해 외환은행 인수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수 자금력이 썩 좋지 않다는 게 큰 문제다.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매입한 4조원 가량의 자사주를 다시 팔아야 하지만 최근 주가가 급락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경쟁 은행들에 비해 자산규모가 100조원 이상 적은 하나금융지주도 외환은행 인수에 사활을 걸 것으로 관측된다.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자산규모가 ‘빅3’(국민·신한·우리금융지주)와 비슷해지는 데다 약점으로 지적돼온 산매금융과 해외영업 부문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과 산업은행 등도 외환은행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인수전 참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물론 론스타가 아직 어느 쪽으로 행보를 걸을지 미지수이거니와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가격을 어느 선에서 결정하느냐가 계약 성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론스타는 금융위의 매각승인 심사가 늦춰지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만큼 소송 여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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