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지금 ‘계파’보다 ‘모임’

▲ ‘시선집중’친이는 친이, 친박은 친박 등 각 계파별 의원들끼리 모이던 이전과는 달리 계파보다는 모임에 목적에 맞는 개개인들이 모이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에 짙게 드리웠던 계파색이 사라지고 있다. 기존 한나라당의 계파 구도가 친이와 친박으로 나뉘어 격돌했다면 각 계파가 분화에 분화를 거듭, 뚜렷한 계파 대립구도를 흐리게 한 것이다. 대신 ‘모임’이 뜨고 있다. 친이계 내에서도 범친이계와 화합을 바라는 중량급 의원들의 모임, 이재오계 혹은 김문수계의 모임, 친이 직계들의 모임까지 다양하다. 친박도 여의포럼과 선진사회연구포럼으로 나뉘어 세를 확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장파의 맥을 잇겠다며 나선 개혁성향의 초선의원들의 모임과 비례대표의 모임 등 신진세력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나라당을 휘어잡고 있는 수많은 계파들을 총체 분석했다.


한나라당 내에서 모임을 통해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포착된다. 그중 친이계의 분화와 모임을 통한 재결집은 다채롭다.

친이계 ‘헤쳐모여’

▲ 한나라당 계파 모임 <함께내일로>
친이계는 40여 명의 의원이 참여하는 당 내 최대 규모의 계파모임 ‘함께 내일로’를 통해 뭉치고 있다. ‘함께 내일로’는 지난 17대 국회 때 ‘이재오계’가 중심이 돼 결성됐다 해체된 ‘국가발전연구회’부터 시작된 이재오계 심재철, 공성진, 진수희, 차명진 의원들이 주도함에 따라 ‘이재오계 모임’이라고 불렸지만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한 모임’을 자처한다.

‘함께 내일로’는 7월15일 창립총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강석호 강승규 고흥길 공성진 권경석 권택기 김금래 김기현 김동성 김영우 김용태 김재경 김효재 박상은 손숙미 신상진 심재철 안경률 안상수 안형환 원유철 유정현 윤영 이군현 이달곤 이병석 이정선 이춘식 임동규 임해규 정미경 정옥임 정의화 조문환 조진형 조해진 진수희 차명진 최병국 허천 현경병 의원이 모임을 이루고 있으며 초대 대표로 3선의 심재철 의원과 최병국 의원이 공동으로 합의 추대됐다.

초대 대표로 추대된 심재철 의원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성공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 분골쇄신 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마다 조찬을 겸한 정책간담회를 갖고 있으며 21일 1박2일간의 워크숍을 통해 결속을 다지고, 이명박 정부의 착근을 위한 방안 모색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 직계들의 모임도 활발하다.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부터 시작,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본부였던 안국포럼 출신 의원 12명이 포진한 ‘아레테(Arete)’는 인문학 연구를 목적으로 모였다. 그러나 점차 이명박 정부의 성공 담론 연구로 무게 중심을 옮길 계획이 알려지는 등 활동영역이 확대될 수 있는데다 MB친위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 친이계 소모임 중 가장 시선을 끌고 있다.

실제 ‘아레테’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의원은 “그동안 인문학 공부에 열중했지만 정부의 성공을 위해 활동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개진이 이뤄지고 방향전환도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결속력 약해진 친이 ‘함께 내일로’ ‘아레테’ ‘일초회’ 등으로 다양하게 분화
친박계 ‘선진사회연구포럼’ ‘여의포럼’ 투탑 모임 약진, 중립·친이까지 포용


강승규·조해진·이달곤·배은희 의원 등 초선의원 20여 명이 결성한 ‘일초회(일하는 초선들의 모임)’도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초회’의 한 의원은 “정권 출범 초기 여러가지 제약 조건으로 ‘이명박다움’이 제대로 드러날 계기가 없었다”면서 “앞으로 지속적인 입법과 제도개혁, 행정부에 대한 건전한 견제 등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성공에 기여하는 방안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일초회’ 소속이자 이 대통령 대선캠프 공보특보를 지낸 조해진 의원은 “(MB직계들이) 그냥 가만히만 있어서 되는 건 아니다. 적극적으로 일을 찾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모임의 명칭이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강석호·김동성·김성태·김성회·안형환 등 의원을 비롯해 청와대 김해수 정무비서관 및 원외 위원장을 포함한 15명의 원내외 인사들까지 참여하는 정책모임도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모임의 간사역을 맡은 현경병 의원은 “아직 모임의 명칭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매달 2차례 가량 함께 공부하고 정부의 성공을 위한 정책활동에 나설 것”이라면서 “회원들이 지역별로 고른 분포를 보여 지역현안 등에 대한 논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영우·김성태·정옥임·김성회·조전혁·원희목 의원 등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부터 대선 과정에서 참모 역할을 했던 친이 직계 초선 20여 명은 ‘이명박 정책 복원’을 위한 모임을 갖고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제시했던 정책들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지난 9월1일 첫 모임에서 한반도 대운하 등 민감한 정책사안들에 대한 의견이 교환된 것으로 알려지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른 성격 친박 투톱 모임

친이계의 ‘도발’에 친박도 뭉쳤다. 친박 허태열 최고위원은 ‘내일로’ 창립에 대해 “파당성 있는 모임을 만드는 게 과연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대통령이 계파가 없다고 말했고 당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한 데 (계파 모임을 만든 것은) 대통령을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하는 것 같지 않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자제를 촉구했지만 그들은 모임 결성을 강행했다 이러면 친박들도 다시 모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유정복 의원이 주도하는 ‘선진사회연구포럼’이 출범했다. ‘선진사회연구포럼’은 ‘선진사회를 만들기 위한 친분 있는 의원들의 순수한 연구모임’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40여 명의 의원들 중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출신 친박계가 대부분이라서 계파적 성격이 짙다는 게 정치권의 전언이다.

유정복 의원은 “친박 계파 모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연구하고 공부하는 모임”이라며 “그렇게 정치적으로 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고 일축했다.

유 의원은 또 “우리(친박)끼리 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지난 5월 말에 모임 계획을 밝히고 가입신청서를 국회의원 전원에게 다 보냈다”며 “다른 사람들은 다 만드는 모임을 나라고 만들지 말라는 법 있느냐”고 말했다.

실제 이 모임은 정책연구모임으로 등록돼 친이계 의원들도 참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자연스럽게 친박계와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박계 모인 결성 제안에 “저 쪽(친이계)이 한다고 우리도 하면 이건 완전히 계보로 보이지 않겠느냐”며 반대의사를 표했던 박근혜 전 대표는 ‘선진사회연구포럼’ 창립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무성·유기준·최구식·이진복·유재중 의원 등 친박 무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친박무소속·친박연대 의원들이 ‘단일대오’를 위해 만들었던 ‘여의포럼’은 친박 무소속 연대의 복당 후 친박연대 출신 등 친박 성향 인사들은 물론 중도 성향의 김세연·장제원·이한성 의원 등까지 받아들이며 20여 명의 의원들이 참여하는 공부모임으로 확대됐다.

이들은 정기모임을 갖고 개헌, 북핵문제, 원유 등 원자재 가격 변동과 경제적 효과, 공기업 민영화, 한일 관계, 한미 소고기 협상의 현황과 문제점 등 다양한 현안을 다루고 있다.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유기준 의원은 “세미나 범위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방면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도 ‘여의포럼’을 두어 차례 찾아 격려했다. ‘선진사회연구포럼’보다 상대적이 계파색이 옅어 부담이 적었기 때문이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친박계 구상찬 의원이 주도한 ‘한중문화연구회’에는 회원으로 가입, 활동하고 있다.

이 외에 지난해 당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 상근한 ‘엔빅스’ 멤버 10여 명이 주축인 ‘엔빅스 모임’도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마음 맞는 끼리끼리 뭉친다

계파가 아닌 ‘화합’이나 ‘개혁성’으로 뭉친 이들의 모임도 있다. 한나라당 원내 83명, 원외 당협위원장 30명 등 총 113명이 회원으로 참여, 당내 최대 의원모임이 된 ‘국민통합포럼’은 계파 통합을 지향하는 중량급 의원들의 모임이다.

이 모임에는 정의화·최병국·공성진·박순자 의원 등 친이계 뿐 아니라 이주영·이한구·김충환 의원 등 중립성향 의원들과 서상기·송광호·안홍준·주성영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도 다수 참여했다.

이들은 창립 선언문에서 “지금은 갈등과 분열을 종식시키고 국민 역량을 하나로 모을 때”라며 “지나간 과거의 낡은 관념과 기득권을 버리고 과감한 국민대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향후 ▲사회갈등 구조 해소 ▲규제완화 및 중소기업육성 ▲서민생활 개선 ▲한나라당 쇄신 ▲정치 개혁 ▲사이버 대책 등 6대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동대표를 맡은 안상수 의원은 “국민 통합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고 선진화로 이끌어가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한다”면서 “모든 계파가 다 들어와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모임의 취지를 밝혔다.


당 내 최대모임은 계파 통합위한 ‘국민통합포럼’ “과감한 국민대통합 위해”
계파초월 개혁성으로 뭉친 ‘민본 21’, 마음 비웠다는 뜻의 ‘허심회(虛心會)’


소장파의 대명사인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의원)’이 중량급 의원이 된데다 91명이라는 파괴력을 지녔음에도 계파에 얽매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초선다운 패기’를 찾기 힘들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초선의원들이 ‘개혁성’을 들고 일어섰다.

‘소장파 맥 잇는다’며 결성된 ‘민본21’의 참여 의원 중 권택기·김영우·김성태·신성범·정태근 의원은 친이계, 김선동·현기환 의원은 친박계, 주광덕·김성식·권영진·황영철·윤석용 의원 등은 중립성향이다. 그러나 이들은 12명은 계파를 초월, 당의 개혁 문제는 물론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해 비판할 것은 비판한다는 입장이다.

‘민본 21’ 공동간사를 맡은 김성식 의원은 “상생국회, 일하는 국회를 추구하고, 이명박 정부의 올바른 성공을 위해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문제제기 할 것은 제기할 것”이라고 모임 취지를 밝혔다.

이들은 초계파적 활동을 다짐하면서 국회의 표결은 개개인의 자유의지와 소신에 따르며 당론 투표는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민본 21’은 지난 7월2일부터 조찬모임과 워크숍을 가져왔으며 앞으로 ▲정부의 올바른 국정 수행을 위한 건강한 문제제기 ▲낡은 정치의 극복과 한나라당의 미래지향적 개혁 ▲웹 2.0 환경에 부응하는 시민사회와의 소통 등을 주요 사업으로 내세우고 매일 목요일 조찬모임을 열어 토론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외에 마음 비웠다는 뜻의 ‘허심회(虛心會)’에는 강성천·구상찬·김성태·김학용·안형환·이범래·조전혁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매월 한차례씩 만나 국정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며 서로간의 의견 개진을 통해 현안에 대한 공론화도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다.

유일호·안형환·박민식·정미경·주광덕·신성범·홍정욱·유정현 의원 등은 지난 7월부터 유 의원을 좌장으로 정책을 연구하는 의원 간 친목모임 ‘여의도정치 초짜모임’을 구성, 월 1차례 조찬 모임을 갖고 있다.

비례대표 전원은 6월부터 ‘비례친목모임’으로 모였다. 매주 목요일 조찬을 함께 하고 있으며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를 초청, 당내 현안과 정책 비전을 토론했다.

정치적 색채를 배제한 순수 경제공부 모임인 ‘현장경제연구회’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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