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결혼 부부의 영화 같은 러브스토리

위장결혼 혐의로 기소된 중국교포 A씨,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 받아
법원 “혼인신고 당시 진정으로 혼인할 의사 있었다” 원심판결 파기
비록 위장결혼 브로커 통해 만났지만 사랑에 빠져 정식 ‘결혼’ 결심
춘천지법 아내에 이어 남편도 위장결혼 혐의 없다 ‘무죄’ 선고 내려

‘위장결혼하려다 정말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최근 한 국제결혼 부부의 영화 같은 러브스토리가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마치 중국 연변 처녀가 위장결혼을 해 대한민국에 들어왔다가 남자주인공과 진짜 사랑에 빠지는 영화 <댄서의 순정>과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브로커를 통해 결혼한 만큼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결국은 그들의 진실한 사랑에 사법당국도 이들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 부부의 영화 같은 러브스토리를 들여다봤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 내용과 무관함

지난 9월5일 춘천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정성태 부장판사)는 위장결혼을 한 혐의(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중국교포 A(42·여)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도 이들 결혼에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 같이 삽시다”

A씨 부부가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5년 2월 중순께.

당시 중국 지린성에 거주하고 있던 중국교포 A씨는 “한국인 남성과 결혼을 주선해 주겠다”는 위장결혼 브로커를 통해 지금의 남편 B(42·경기)씨를 처음 만났다.

남편 B씨는 당시 이들 위장결혼 브로커를 통해 “중국인 여성과의 결혼을 주선해 주겠다. 결혼이 성사되면 무료로 중국여행도 시켜주고 돈 400만원까지 주겠다”는 말을 듣고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중국에 들어왔다. B씨와 함께 중국으로 출국한 대부분의 한국 남성들도 그러했다.

이미 한번의 결혼생활을 실패한 두 사람 모두 쉽게 배필감을 찾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운명처럼 시작됐다. A씨와 B씨는 서로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결국 B씨는 중국교포 A씨를 진정한 아내로 맞이하기로 결심하고 브로커에게 “A씨와 실제 부부로 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물론 결혼의 대가로 받기로 한 돈 400만원도 받지 않기로 했다.

중국에서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A씨와 B씨는 훗날을 기약하며 헤어져야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B씨는 A씨가 한국으로 들어 올 날만 기다리며 중국으로 생활비 등을 송금하며 A씨의 입국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그로부터 약 4개월 후인, 2005년 6월28일 B씨는 경기 양주시청에 A씨와 정식부부가 됐음을 혼인신고하며 이들 부부는 법적 부부가 됐다.

그리고 그해 10월 드디어 B씨의 아내가 된 A씨가 한국으로 들어왔고, 이들 부부는 경기 의정부시에 살림집을 차리고 여느 부부와 같은 결혼 생활을 하며 지냈다.

‘국가기관 속였다’ 기소

하지만 이들 부부의 결혼 생활에 큰 위기가 닥쳐왔다.

A씨 부부의 만남을 주선한 위장결혼 브로커가 수사기관에 검거되면서, 이들 부부도 다른 진짜 위장결혼 부부과 함께 ‘위장 부부’로 적발됐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은 “A씨와 B씨가 위장 결혼을 했음에도 마치 정상적인 결혼을 한 것처럼 국가기관을 속였다”며 이들을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실제 부부로서 의기투합해 잘 살고 있던 A씨 부부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래서 이들 부부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춘천지부에 억울한 사연을 토로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지난해 11월에 열린 1심에서 법원은 아내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피고인 A씨가 국내입국 및 적법한 체류를 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참다운 부부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정상적인 혼인을 한 것처럼 허위로 혼인신고를 했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 이유였다.

A씨 부부는 법원의 판결에 승복할 수 없었다.

만약 이대로 판결이 진행되면 중국인 아내 A씨는 중국으로 강제출국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A씨 부부는 “위장결혼 브로커를 통해 중국으로 건너가 만난 것은 사실이나, 실제 부부가 될 의사로 혼인신고를 했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부부관계를 이루며 생활하고 있다”며 원심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다.

부부는 “첫 만남 이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느 부부와 마찬가지로 지내고 있다”며 “혼인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은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남편·아내 모두 ‘무죄’

항소심에서 남편 B씨는 “당시 중국에 들어간 이유는 위장결혼 때문이 아니라 아내감을 찾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잘 안되고 그만이라는 마음이었다”며 “그런데 막상 A씨를 만나고 나니 실제 부부로 혼인할 마음이 생겨 이를 브로커에게 밝히고 돈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아버지의 칠순 생일잔치에 함께 참석해 식구들에게 아내로 A씨를 소개하는 등 실제 부부 관계를 설정하고 아내가 입국한 이래 현재까지 함께 동거하고 있다”며 법원의 1심 판결에 반박했다.

이에 결국 항소심 재판을 맞은 춘천지법은 “위장결혼 브로커의 일부 진술만으로는 위장결혼을 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며 “당초 실제 부부로 혼인할 의사를 밝혔고, 지금까지도 부부로 지내고 있다는 여러 가지 증거로 미뤄 볼 때 혼인의 진정성이 있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같은 혐의로 약식 기소됐던 남편 A씨에 대해 법원은 지난 9월18일 중국인 아내 A씨와 같이 위장결혼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도 비록 만남의 의도는 불순했지만 결국 사랑으로 부부의 연을 맺은 A씨 부부의 결혼만큼은 진실함이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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