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 ‘KBS 사태’ 등에 대한 질타를 받았다.

끝까지 따라붙은 KBS 꼬리표

시작은 가벼웠다. 최시중 위원장은 한나라당 성윤환 의원의 “KBS가 지금까지 ‘정권의 나팔수’였는데 나팔수로 이용할 의도가 있느냐”는 질문에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아야 할 공영방송이 나팔수 운운의 대상 자체가 된다는 것이 비극”이라고 답했다.

이어 성 의원은 “KBS 직원들의 과도한 복리후생비 지급, 높은 임금 인상” 등을 언급하며 “정연주 전 사장이 방만 경영으로 인한 경영실패를 책임지고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자 최 위원장은 “퇴임 문제는 경영의 문제 이전에 정치도의적 문제로 여러 번 얘기한 바 있다. 더구나 경영의 문제가 그렇다면 더더욱 책임을 통감하고 그에 따른 처신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짜고 치는 고스톱’같은 상황에 민주당은 코웃음 쳤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KBS가 ‘땡전뉴스’로 상징되는 것처럼 과거 군사독재 시절 나팔수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각고의 노력과 국민들의 피나는 민주화 투쟁으로 인해 과거 10년 동안 신뢰도 부문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위원장은 동의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 책임 질 수 있냐”고 따져 물었다.

‘정치도의적’이라는 표현 등을 들어 야당 의원들이 “사실상 정치 활동을 하고 있다”고 거세게 몰아세웠으나 최 위원장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이른바 ‘KBS 대책회의’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 위원장이 8월17일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청와대 핵심 참모, KBS 출신 인사들과 회동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최 위원장은 이에 대해 “당시 KBS 문제가 방송계 전반으로 확대돼 원로들의 의견을 듣고자 했었다”며 “그 자리에서는 KBS의 오늘과 내일을 걱정했다. 그 회의에서 KBS 후임 사장 인선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병헌 의원이 “왜 KBS 이사장과 사장 후보를 동석 시키고 청와대 참모까지 부르느냐”고 지적하는 등 야당의 질타가 이어졌다.

최 위원장은 “이번에는 KBS 내부 출신의 사람이 되는 것이 시대적으로 여러가지 사정을 봐서 옳지 않느냐고 의논되는 수준이었다”고 선을 그었으나 천정배 의원은 “인사권이 없으나 방송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한 최 위원장이 이와 같은 KBS 사장 인선 기준 논의에 참여했다면 명백한 직권남용으로 형사고발감”이라며 “고발 되기 전에 자진 사퇴하시라”고 압박했다.

결국 최 위원장은 “오얏나무 아래서 갓 끈을 고쳐 매선 안 된다”는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의 지적에 “결과적으로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었다는 것을 용서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야당이 KBS보도의 공정성을 우려하자 “앞으로 KBS 프로그램이나 보도에서 중립,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이 한 건이라도 구체적으로 나타나면 거기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다짐했다.

최시중 말, 말, 말

이날 최 위원장은 다양한 대응으로 상임위에 임했다. 언론장악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자 “야당 의원 여러분들이 열창하지 않아도 언론 장악 안한다. 할 수도 없다”고 진저리를 치는가 하면 전병헌 의원이 “(위원장은) 가장 독립적이어야 할 자리에 온 가장 정치적이고 파당적이고 편파성 있는 인물”이라며 “스스로 퇴진하는 것이 방송 정책 토론에 좋다”고 지적하자 “방송 공정성을 위해서 열심히 일해 달라는 뜻으로 해석하겠다”고 직격탄을 피해갔다.

“정치활동 많이 했다”는 이종걸 의원의 질문엔 “정치 활동이 구체적으로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다. 포괄적인 의미로 말씀드리면 정치 활동 아닌 게 있겠냐”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조영택 의원이 “디지털위성 방송사장도 특보출신이고, YTN 사장도 특보출신, 코바코 사장도 특보단장 역임한 분”이라고 낙하산인사 논란을 들먹이자 최 위원장은 “낙하산 인사 그러는데 그 견해에 이해는 하면서도 동의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또한 최문순 의원이 ‘KBS 대책회의’와 관련 “경향신문이 작문했냐”고 몰아치자 “작문적인 요소가 많다. 경향신문 쿼트(quot)된 것은 대다수가 작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