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찬물…정부대책 시급

“당초 국내 수출업체들은 올해 적정환율을 평균 1096원, 손익분기점의 경우 1066원으로 설정했던 만큼 수출산업 전반의 채산성 악화가 예상된다”/ “최근 들어 급증한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투자로 인해 외환보유고가 적정수준을 넘었다는 한은의 업무보고서 때문에 나타난 일시적 현상” 올 들어 조심스럽게 경기회복이 전망되던 우리경제가 환율, 유가, 금리 등 3대 악재가 겹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산업전반에서 정부차원의 시장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막상 당국은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단 진정국면으로 접어든 외환시장의 경우 현재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 운용상 필요에 의해 달러자산 매각 가능성은 여전한 만큼 추후에도 환율 급락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헌재 부총리도 지난 25일 오는 4월경 환율하락 가능성을 언급해 당초 환율 1000원대중반에서 금년도 사업계획을 짰던 기업들은 경영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욱이 국제유가가 연일 높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서고 최근 한국은행의 콜금리 동결을 계기로 나타나고 있는 가파른 금리상승 역시 경기회복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선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1000원선 붕괴에 직면해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더욱이 정부차원의 환율방어 대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최근 국제유가의 고공행진과 금융권의 금리인상까지 겹쳐 국내 기업들은 현재 환율·유가·금리의 3중 비상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거시지표를 근거로 흘러나왔던 경기회복 전망은 일단 비관론으로 선회하는 가운데 산업계에서는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가고 있다. 금융권은 일단 이번 달러/원 환율 급락사태는 한은이 외환보유액 투자를 다변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고서로 인해 달러가치가 폭락해 세계 외환시장이 교란됐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한은을 비롯한 아시아지역 다른 중앙은행들이 달러 매각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지만 현재상황에서 매각 가능성이 상존함에 따라 이번 파장은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 불안한 외환시장 이헌재 부총리는 지난 22일 “미국·중국경제 성장, 물가안정과 수출호조, 소비회복 등 경기회복 분위기를 살려나가겠다”면서 “거시정책을 통해 경제회복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대내외 변수들이 악재로 변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는 아직 관리범위 내에 있다며 추이를 지켜보는 한편 외환시장에 대해서는 산업계 파장 등을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재경부와 한은 등에 따르면 환율이 하락해도 다른 변수들이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원화가치가 연간 1% 상승할 경우 GDP(국내총생산)은 0.05%P가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환율이 급락하게 되면 수입업체들은 환차익을 볼 수도 있지만 국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수출업계는 가격경쟁력 저하로 환차손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의 하락폭이 크고 속도역시 빨라 국내경제가 감당하기에는 이미 힘든 지경에 이르러 기업들의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환율 하락세는 당초 한국은행이 올해 상반기 3.4%, 하반기 4.4%로 연간 4.0%라는 성장률 목표설정에서 예측한 환율변동 시나리오상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재경부 관계자는 “최근 들어 급증한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투자로 인해 외환보유고가 적정수준을 넘었다는 한은의 업무보고서 때문에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것은 국가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앞으로도 국제 외환시장의 추이를 주시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시장개입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환율급락은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2월중 수출실적은 지난 20일까지 120억3104만달러로 전년동기 125억1682만달러보다 3.9% 줄어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올 들어 지속되는 환율하락에 따른 가격경쟁력 상실이 수출실적 저하로 나타나는 등 현 추세라면 2월 수출증가율은 한자리수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전체 수출기업의 68%가 달러/원 환율이 1000원대이하로 하락할 경우 수출차질이 불가피한 것으로 조사돼 적정환율은 1096원이고 손익분기점은 1066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무역협회산하 무역연구소는 최근 수출기업 73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결과 달러/원 환율이 1000원대 아래로 떨어지면 수출차질을 본다고 응답한 회사가 68%에 달했다고 밝혔다. 반면 환율변동으로 인해 회사의 채산성은 악화되지만 당초 목표에 비해 수출물량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답변을 해온 수출업체는 32.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무역연구소 관계자는 “당초 국내 수출업체들은 올해 적정환율을 평균 1096원, 손익분기점의 경우 1066원으로 설정했던 만큼 수출산업 전반의 채산성 악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조사결과 채산성 악화대책은 33%의 업체들이 수출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답변했으며 원가절감은 22%, 17%는 신규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겠다는 견해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환율급락에도 불구, 환리스크 관리를 실시하고 있는 수출업체는 실제로 2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나머지 71% 업체들의 경우 환리스크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 무역연구소 관계자는 “만약 달러/원 환율이 1000원이하로 하락할 경우 수출차질이 불가피한 만큼 안정적인 외환운용을 통한 정부의 시장개입 역시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금리상승 부담가중 또한 최근 국고채 금리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기는 하지만 시중 실세금리가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전환된 것 역시 경기회복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경제운용에 부담을 주고 있다. 더욱이 경기회복 기미와 환율급락 등으로 금리와 환율정책에 대한 우선순위를 둘러싸고 경기부양을 우선시하고 있는 정부와 금융시장 안정을 요구하는 업계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우선 환율 안정화차원에서 정부가 환시채를 비롯한 국고채를 발행하게 되면 채권가격이 하락, 장기금리가 상승해 결국 민간소비를 위축과 경기회복 지연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3일 열린 금융협의회에서는 오는 3월경 경기부양대책 일환으로 5조7900억원규모의 국고채와 재정증권 등을 발행키로 했지만 환시채의 경우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단 최근 환율급락이 지속될 경우를 대비해 정부가 시장개입을 시도할 수 있다는 선에서 구두 개입하는 정도로 끝났는데 결국 환율보다 금리정책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대한상의가 서울지역 제조업체 자금사정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응답자중 작년보다 자금사정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응답이 38.5%로 호전될 것이란 답변의 3배정도였다. 특히 은행대출과 회사채를 포함한 외부자금 조달금리가 대기업인 경우 5.0%수준을 나타내는데 반해 중소기업은 6.0%로 1.0%P가 높은 만큼 중소기업의 금리부담이 심각한 상황이다. 중소 영세기업의 경우 회사채 발행도 여의치 않아 은행을 이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외부자금 조달금리는 조사결과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추산되는 만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최저 4.5%까지 가능하지만 평균 6%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가산금리를 감안하면 13%이상 금리부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은행 CD(양도성 예금증서)연동대출에서 담보가 적고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이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 고유가로 물가관리비상 한편 고유가 행진으로 인해 정부의 물가관리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국내 원유수입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의 현물가격은 작년말 배럴당 34.58달러로 하락했지만 1월말 38.31달러로 급등한데 이어 2월 들어서는 40달러대로 올랐다. 지난 11일 국제시장에서는 두바이산 원유가격이 39.14달러에 마감된 데 이어 22일 종가기준으로 41.15달러로 급등해 2개월이 채 못되는 기간에 20%에 육박하는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정유업계에 따르면 북해산 브렌트유도 지난해말 배럴당 40.38달러였던데 비해 지난 22일에는 47.60달러로 급등하는 등 최근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상황을 보이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미국과 유럽지역의 강추위를 비롯한 영향으로 인해 지난 22일 배럴당 51달러선을 돌파해 4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뉴욕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3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5.8%나 급등한 배럴당 51.15달러에 마감돼 이제 배럴당 50달러대의 유가를 감당해야하는 상황이다. 국내 원유수입물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의 현물값은 1월초 30달러 중반에서 움직이다가 2월 들어 40달러선을 깨고 상승세를 지속하는 상황이라 물가상승이 불가피하다. 현재 같은 추세로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정부의 물가관리는 당초 예상관리범위인 3%대 초반을 훌쩍 뛰어넘어 최근 환율 급락에 의한 긍정적 요인에도 불구,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낮은 환율이 물가관리에는 일부 긍정적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유가가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할 때 안정적인 물가관리는 일단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당초 원유의 연평균 도입단가를 배럴당 34달러로 책정해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4.0%로 설정했지만 현재 원유가격은 물가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한 “원유 이외에도 구리가격이 지난해말 3264달러/t에서 최근 3313달러/t으로 급등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각종 원자재의 국제시세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환율급락과 유가급등 및 금리 상승세와 최근 북한의 핵무기 보유선언 등으로 증폭된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경기회복은 어려운 것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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