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국정원 출신 인사 영입 열풍

최근 국가정보원 출신 인사들이 재계로 영입되고 있어 시선이 쏠린다. 군사정권 시절만 해도 국정원(당시 안기부)의 이름은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는 반증일까. 국정원의 이름은 최근 재계에서 더욱 거론되는 모양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맞서고 있는 포스코와 한화그룹이 국정원 출신 인사들을 영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재계 국정원 인사 ‘러브콜’은 국보급 정보력과 인맥 활용 위해
비밀업무에 따른 ‘재취업 규제’ 맹점 노린 기업 인력영입 경쟁

최근 국정원 인사들이 재계로 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국정원은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보안 및 범죄수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하의 국가 정보기관. 이들이 취급하는 정보는 국가 기밀을 비롯해 재계, 정계 등의 1급 비밀도 비일비재 하다고 전해진다. 그래서일까. 기업들은 국정원 인사 영입 열풍이 뜨겁다.

재계 열띤 국정원 영입

최근 국정원 인사 영입으로 주목받는 기업은 포스코와 한화그룹이다. 두 기업은 지난 7월 각각 국정원 출신의 박모씨와 김모씨 등을 영입했다. 특히 한화그룹은 2006년 국정원 출신 유모씨를 영입한 이후 두 번째 영입이다.

포스코에 영입된 박씨는 국정원 경제국장을 지내고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 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선임됐다. 한화그룹에 영입된 김씨는 경기지부장 및 정권인수위에서 국정원 단장을 역임한 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그 역시 한화 계열사 한화석유화학의 감사로 자리잡았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을 벌이는 라이벌이라는 면에서 “국정원 출신의 인사들을 통한 정보전”이라는 뒷말을 자아내고 있다. 이른바 M&A의 물밑 싸움이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이런 뒷말은 M&A전에서 정보가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는 점에서 근거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경쟁사가 제시한 인수비용과 인수기업 내부 분위기 등은 기업들의 애간장을 타게 하는 정보들이다.
때문에 이를 두고 국정원 출신 인사들의 역할에 관심이 모이는 것. 포스코와 한화그룹 관계자들은 “해당 인사는 인수전과 무관하다”면서 “어디까지나 인재의 영입”이라고 주장하지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최근 재계에서 M&A가 기업의 규모를 넓이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면서 이에 따른 핵심 정보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정원의 정보력은 막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5년 보도돼 논란이 된 ‘삼성 X-파일’을 비롯해 다단계 사기 의혹을 터트린 ‘JU 보고서’ 등은 모두 국정원으로부터 나온 문건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이에 대한 정보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특히 정·관계를 비롯해 현 국정원과 닿아 있는 인맥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이미 재계에 속속들이 영입되는 국정원 출신 인사는 적지 않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은 국정원 출신 최모씨가 전략담당으로 자리했다. 지난해 금융연구원 박사에서 국가정보원 간부로 변신해 화제를 모았던 최씨는 우리금융지주 전략담당 전무로 영입돼 시선을 끌었다.

그밖에도 SK그룹은 국정원 출신 박모씨가 활동하고 있고, GS그룹도 국정원 국익정보실장을 역임한 임모씨를 고문으로 두고 있다. LG그룹의 LG필립스LCD에서도 국정원 인사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국내 알만한 대기업이 국정원 인사를 영입하기 위해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풍문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재계의 국정원 출신 선호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국정원 출신 인사에게 기대하는 것은 국정원 근무 중 획득한 정보와 인맥이 아니겠느냐”며 “국가기밀 정보를 통해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는 의도” 라고 지적했다. 국정원 출신이 무분별하게 기업으로 영입되면서 국정원 시절의 경력과 인맥파워가 고스란히 기업에게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가기관 출신 인사들이 기업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전관예우’ 효과를 노린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의 재계 진출은 계속 되리라는 것이 재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공직자 유관분야 재취업을 금지하는 ‘공직자윤리법’이 국정원 출신에게는 유명무실 한 탓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 관계자는 “사실 공직자 재취업에 대해 심사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전 업무 연관성이 얼마나 되느냐는 부분”이라며 “하지만 국정원의 업무가 국정원법에 의해 비밀로 붙여지는 이상 재취업의 업무연관성을 검토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국정원 출신 공직자의 재취업 심사는 겉핥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윤리위원회에서는 공개적으로 드러난 국정원 업무 중, 유관 업무가 없다면 이직과 무관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업무가 비밀로 붙여지는 국정원 직원에게 사실상 취업방벽은 사라지는 것이다.

국정원 기업 취직은 무죄(?)

이에 국정원 출신 인사를 영입한 한 업체 관계자는 “국정원이 예전 같은 권력기관은 아니다”라며 “해외 및 국내 경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분석력을 가진 고급 인재”라고 반박했다. 기밀정보에 대해서는 아무리 직원이라 해도 말할 것도 아니고, 말하게 만들 수도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을 재계 일각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이미 일부 기업들이 각종 정부기관의 인사를 영입하면서 정보와 인맥을 이용한다는 것이 업계의 상식처럼 자리 잡은 탓이다. 과연 국정원 출신 인사 영입이 그의 능력 때문일지, 정보 때문일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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