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지 지역들 '안전성 문제' 1순위로 제기하며 '핵폐기장 백지화' 촉구

지난 2월 4일 산업자원부는 핵 폐기물 관리시설 후보지로 전남 영광군 홍롱읍과 전북 고창군 해리면, 그리고 경북 영덕군 남정면과 경북 울진군 근남면 등 4곳을 핵 폐기물 관리시설 후보지로 선정했다. 또한 산자부는 이들 네 후보지를 대상으로 정밀 지질조사를 벌인 후 해당 지역 주민들과 협의를 거쳐 내년 3월경 영·호남에 한 곳씩 선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9일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이 핵폐기장반대단체 관계자 11명과의 면담에서 "울진군에 핵 관련시설을 추가로 설치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종전 약속을 지키겠다"면서 "울진군은 제외시킨다"고 밝혀 울진과 인접한 영덕군이 바짝 긴장을 하고 있다. 또한 윤진식 산자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에서 "면적이 작은 우리나라에 핵 폐기장이 두 군데씩이나 필요하느냐"는 민주당 배기운(裵奇雲)의원의 질문에 "현실적으로 한 곳에만 설치될 것으로 본다"고 밝혀 사실상 핵 폐기물 관리시설은 한 곳으로 확정됐다. 그러나 울진을 제외한 핵 폐기물 관리시설 후보지 경북 영덕, 전북 고창, 전남 영광 중 1곳이 핵 폐기물 관리시설로 확실시되는 가운데 후보지 지역 주민들이 이를 놓고 거센 반발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본지는 논란이 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의 골칫거리 핵 폐기물에 대해 4차례에 걸쳐 연재를 하기로 했다. 연재 순서 1. 핵 발전소의 문제점 2. 핵이 인체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 3. 핵 발전소의 피해·사고 현황 4. 핵 폐기장 후보지 분석 정부는 핵폐기장 최종 부지로 지정고시되는 지역에 약 3천억원 규모의 지원금과 함께 해당 지역에서 희망하는 사업을 전폭 지원하는 등 각종 혜택을 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핵폐기물 관리시설 후보지로 선정된 4개 지역 주민들은 핵폐기장 부지 선정 과정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개입, 용역업체를 통해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금품을 살포, 여론을 조작시켰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이 조작된 여론 결과를 그대로 수용, 핵폐기장 후보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한수원은 부도덕한 집단이다"고 규정하며 "3천억원이 아닌 30조원을 준다해도 우리 지역에는 핵폐기장이 필요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 주민들이 핵폐기장 결사 반대에 한결같이 목소리를 내는 데는 안전성을 1순위로 내세우고 있다. 한수원은 전국 임해지역에 속한 읍면 단위 224개 입지 가능지역을 도출한 후 지역별 지질 적합성 조사를 거쳐 인문, 사회, 자연환경 조건이 우수한 부지를 압축한 뒤 이중에서도 사업여건이 양호한 4개 지역을 최종 선정했다. 특히 마지막 선정 단계에서는 원전의 지리적 분포, 방사성 폐기물 운송의 용이성 등이 감안됐다. 이들 조건 가운데 한수원의 최종보고서에 나타난 자연환경적 조건에 따르면 △지질학적으로 안정되고 균일한 암반이 분포되어야 함 △도서주변 해저지형의 경사가 완만해야 함 △도서 및 인근해저 암반에 활성단층이 없어야 함 △지진발생 빈도 △규모가 낮은 곳 △균질 기반암이 있는 곳 등이 제시됐다. 그러나 핵폐기장 후보지 가운데 이를 충족시키는 지역은 한 곳도 없었다. 정부 '울진 지역엔 방사성 페계물 부지 확보 추진 않겠다' 약속 파기 경북 울진은 지난 94년과 99년, 2000년 세 차례에 걸쳐 과학기술처, 산업자원부 장관 명의로 '울진 지역은 더 이상의 방사성폐기물 부지 확보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는 공문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약속을 번복, 지난 2월 울진을 핵폐기장 후보지로 선정했다. 이후 주민들은 정부의 약속 파기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정부의 확실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울진군민들은 "주민의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고, 의회 의원들이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지난 2월 핵폐기장 후보지로 선정됐다"며 분노했다. 또 "정부는 국민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무시한 채 국책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진반핵대책위 황윤길 집행위원장은 "울진은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 지역이다"며 "기존 6개의 핵발전소가 가동되다가 10개로 늘어났다. 이는 위험물 분산정책에 맞는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발전소가 생긴 이후 인근 주변에는 각종 기형 가축이 늘어나고 있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한수원이 1년에 한번씩 용역을 통해 역학조사를 한 바에 따르면 인공핵종이 검출됐다"고 전했다. 황윤길 집행위원장은 "발전소 주변에서 생산된 농수산물 판매에 애로사항이 많다"며 "최근 울진 3,4호기에서 심각한 고장이 자주 발생해 주민들이 불안에 떤다"고 밝혔다. 울진군 근남면 산포리는 지난 20년간 원전후보지로 지정됐다. 주민들은 산포리 근처에 석회암 동굴로 유명한 성유굴이 있어 핵폐기장이 들어서면 자연환경을 파괴시킬 것이 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산포리 인근에는 도로확장공사가 7차례나 진행돼 지반이 약해져 장기 침화가 진행되고 있다. 핵폐기장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2,3천톤급의 배를 정박할 수 있어야 하는 데 지형적으로 맞지 않으며, 수심이 8∼10m로 얕아 핵폐기물 운송이 불가피하다. 황윤길 집행위원장은 "시급히 핵발전소 설립을 막아야 하고, 세계 추세에 맞춰 대체에너지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핵중립 전문가, 환경전문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기구를 만들어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폐기장은 인류의 재앙이다" 고창반핵대책위 김종근 집행위원은 "핵폐기장은 인류의 재앙이다"며 "지나온 역사를 통해 위험성이 검증됐듯이 고창 땅에는 절대로 들어올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원자력 발전소에 의존하는 정부의 정책에 강한 반대를 한다"고 덧붙였다. 김종근 집행위원은 "방사능 독성이 세계적으로 입증된 가운데 이 독성은 향후 많게는 몇백만년후 후세에 물려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세계적으로 핵폐기물을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을 한곳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창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해리면 앞바다 7km이상을 나가도 수심이 10m를 넘지 않아 핵폐기장이 들어서기에는 부적합하다. 김종근 집행위원은 "핵폐기장이 들어서면 핵폐기물은 콘크리트 시설에 보관된다. 가장 위험한 문제는 지하수 유입으로 인해 방사능 유출사고가 생기는 것이다"며 해수 유입으로 인한 파장에 대해 경고했다 또한 "내부 연안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은 채 국책 사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밀어붙이기 사업 추진' 이제 그만 영광이 자연환경적으로 부적합한 이유는 첫째 지질상태가 균일하지 않고 풍화와 유실 가능성이 높다. 둘째 이번 후보부지로 선정발표된 영광 홍농읍 계마리는 대부분 쥬라기의 대보 화강암과 화강 편마암계에 속하고 변성퇴적암류로 되어 있다. 셋째 지질상태가 균질기반암이어야 하나 퇴적암, 대보화강암, 화강편마암등 암의 종류가 다양하며 암의 균열이 아주 심하며 풍화가 심하게 진행돼 있다. 넷째 핵종의 이동 여지가 많아 핵폐기장 부지로 적합하지 않다. 다섯째 지난 3월 23일의 강진과 잦은 지진발생으로 인해 부적합하다. 1990년부터 2003년 현재까지 지진 총발생건수는 395건이다. 이 가운데 서해안발생건수는 91건, 영광은 15건으로 지진의 발생빈도가 잦아 지역 주민들이 극도의 불안상태에 있다. 핵폐기장 부지 해안 조건으로는 해상수송이 유일한 방법이다. 방사성 폐기물을 수송하기 위해서는 수송선박이 입출항 및 접안할 수 있는 항만설치가 가능한 요건을 갖춰야 하며, 3톤급의 대형선박의 항로가 확보될 수 있는 수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영광은 불리한 해안지형이며, 낮은 수심으로 접안시설 확충이 부적합하며, 조석간만의 차로 사고위험성이 내포돼 있다. 또한 잦은 해안 선박충돌사고가 발생하는 등 부지 조건에 적합하지 않다. 영광반핵대책위 이태옥 교육선전국장은 "정부는 군사정권 시절과 다름없이 밀어붙이식으로 국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핵발전소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영광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에는 '영광'이라는 지역명을 표기하지 못하고 있다. 이름도 생소한 면단위나 타지역산으로 둔갑해 판매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깨끗한 환경이 지역을 살린다" 경북 영덕은 한국자원연구소가 활성단층인 유계단층 지역으로 추정한 곳이지만, 보고서는 이들 위험을 은폐했다. 영덕은 서산-포항단층과 양산단층대의 교차점에 있다. 영덕 자체가 양산활성단층대라 지진으로부터는 아주 위험한 지역이다. 허나 정부는 애써 어용적인 학자들을 도원해 활성단층이 아니다고 주장하지만 학계에서는 정설로 돼 있다. 뿐만 아니라 서산과 포항을 잇는 120킬로미터 폭 단층에서 최근 20년 동안 지진이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영덕군민들은 "영덕지역 자체가 활성단층지대라 핵폐기장을 짓기에는 부적절한 장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핵폐기장을 짓는 대신 양성자가속기를 병행해 건립하고, 3천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영덕을 포함한 후보 대상지 주민들의 민심을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우연 영덕군수는 "안전성 문제와 함께 영덕은 자연환경과 역사문화를 이용해서 동해안의 최고 관광지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서 "핵폐기장이 들어서면 영덕의 비전을 버리는 꼴이 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가 지역에 경제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등 유인책을 쓰고 있지만 영덕은 받아들일 수 없고 영덕의 먼 미래를 본다면 핵폐기장이 들어서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대했다. 특히 지난 4월 산자부 장관과 해당지역 주민대표간의 면담에서 '과거 산자부에서 울진 지역에는 핵폐기장을 짓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 공식 확인됨에 따라 울진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았던 영덕으로서는 위기감이 한층 더하고 있는 셈이다. 영덕핵투위 이경렬 위원장(영덕군의회 의장)은 "정부가 10년 전에 만든 보고서 자료를 가지고 영덕을 울진 다음으로 최적지로 꼽고 있지만 그 근거가 명확하지 못하다"면서 "정부의 무책임한 발표로 인해 영덕군민들은 유무형의 경제적인 손실을 입고 지역사회가 혼란을 겪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제발 아무런 돈도 필요없고 양성자가속기도 원하지 않으니 제발 아름다운 고향을 지키고 살 수 있도록 조용히 내버려 달라"고 말했다. 영덕반핵대책위 주중호 집행위원장은 "임해지역으로는 영덕이 가장 깨끗한 곳이다. 군(郡) 슬로건으로 '깨끗한 환경과 문화를 사랑하는 영덕'을 내세울 만큼 환경에 많은 투자를 해 왔다. 이렇게 환경에 투자하는 이유는 미래에 큰 혜택을 볼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주중호 집행위원장은 "공장이 들어서면 고장이 개발되는 것은 불보듯 뻔하지만, 환경을 살림으로써 이로 인해 파생되는 부가가치는 높다"고 강조했다. 또한 "다른 지역이 골프장 유치를 할 때도 우리 지역은 이를 강하게 반대했으며, 해안가 유해배출업소나 대형식당이 들어서는 것조차 반대했다"고 덧붙이며 "깨끗한 환경을 보존한 결과 영덕 대게가 지역 경제에 한몫을 하고 있으며, 부가가치를 높이는 1등 산업이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핵폐기장이 들어서는 것은 지역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죽이는 것이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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