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쌍용 등 분식회계 55명 기소

“이들 기업은 부도나 워크아웃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돼 금융기관들이 떠안은 부실채무가 총 1조488억원에 달한다”/ “당초 현대 쪽에서 빼돌린 회사자금을 정·관계 로비용으로 사용했는지 여부를 파악하려 했지만 정 회장 사망으로 구체적인 사용처 파악이 힘들었다” 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은 지난 17일 공적자금 비리수사 제7차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분식회계로 불법대출을 받고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쌍용그룹 김석원 전 회장이 구속됐다. 또 현대전자 김영환 전 사장, 효성기계 조욱래 전 회장과 두레그룹 김을태 전 회장 등이 불구속 기소됐다. 총 55명을 입건해 13명을 구속, 42명을 불구속기소한 검찰은 이번 수사과정에서 1024억원 상당의 은닉재산을 발견하고 예금보험공사에 통보해 이를 회수토록 조치했다. 한편 대검 합동단속반은 분식회계와 부실대출 등으로 공적자금 투입을 초래한 K·T·D사 및 D학교법인 등에 대해 올 연말까지 지속적인 수사를 벌여 부실기업주들을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올해로 4년째에 접어들고 있는 공적자금비리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은 지난 17일 쌍용그룹·효성기계그룹·두레그룹·영진약품 등 부실기업 수사결과를 발표, 분식회계를 통해 1조3435억원 규모 사기대출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반장을 맡고 있는 강찬우 대검 중수3과장은 “이들 기업은 부도나 워크아웃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돼 금융기관들이 떠안은 부실채무가 총 1조488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검을 비롯한 7개 기관이 참여하는 단속반의 수사과정에서 현대전자 장동국 전 부사장과 쌍용양회 김석원 전 명예회장, 두레그룹 김을태 전 회장 등 모두 13명을 구속기소했다. 또한 현대전자 강명구 전 부사장, 영진약품 김생기 전 회장, 효성기계그룹 조욱래 전 회장 등 42명을 불구속기소 처분하고 은닉재산 1024억원을 발견, 예보에 이를 회수토록 의뢰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대전자는 고 정몽헌 회장 주도로 분식회계를 자행, 7700억원의 대출을 받았고 4조3000억원에 이르는 유상증자를 실시해 투자자금을 끌어들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케이엠뮤직 등 부실계열사에 627억원을 부당 지원했으며 연루자들은 회계분식을 위해 허위장부를 만들어 현대전자의 회사자금 436억원을 횡령했던 사실들도 추가로 밝혀졌다. 단속반 관계자는 “당초 현대 쪽에서 빼돌린 회사자금을 정·관계 로비용으로 사용됐는지 여부를 파악하려고 했으나, 정 회장이 사망해 구체적 사용처 파악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또 효성기계그룹 조욱래 전 회장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에도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면서 부실 계열사에 703억원을 부당 지원토록 지시, 회사에 손해를 끼친 사실이 적발돼 기소됐다. 특히 이번 수사과정에서는 권영해 전 안기부장이 안기부자금 1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적발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처남 이성호씨와 사촌처남 차호진 씨의 청탁·수뢰도 확인됐다. 검·경과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7개 기관이 참여하는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은 현재 수사가 진행중인 K·T·D사와 D학교재단 수사를 끝으로 연말까지 활동을 완료할 계획이다. ■ 현대전자(현 하이닉스) 현대전자 김영환 전 사장과 장동국 전 부사장은 지난 97년부터 99년까지 회사매출을 과다 계상하거나 비용 과소계상을 통해 분식회계를 자행, 총 1조8765억원의 회계분식이 적발됐다. 또한 이들은 허위로 작성된 재무제표를 제출해 신한은행으로부터 미화 3000만달러를 대출받은 것을 비롯해 총 8개 은행들로부터 모두 7762억원의 사기대출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 98년부터 99년까지 총 4차에 걸친 유상증자 실시과정에서 유가증권발행신고서에 허위로 작성된 재무상황을 토대로 청약대금 4조3305억원을 납입 받았던 사실까지 밝혀졌다. 아울러 현대전자 김주용 전 사장을 비롯해 김영환, 장동국, 강명구 전 부사장 등은 지난 95년부터 2000년까지 외화매입이나 원부자재 수입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회계분식을 주도했다. 더욱이 이 같은 허위기재를 통해 조성된 비자금을 정상 경영활동이 아닌 임원격려비 명목으로 사용하는 등 총 436억원에 달하는 회사자금의 조직적인 횡령사실이 수사결과 확인됐다. 장동국 전 부사장의 경우 사실상 상환능력이 없는 코리아음악방송·KM뮤직이 발행한 CP(기업어음)를 울산종금을 통해 매입, 627억원의 회사자금을 부당 지원한 혐의까지 받고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대전자는 지난 96년부터 지속적으로 적자가 발생했지만 주가관리, 자금조달,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따른 부채비율 준수 등을 위해 분식회계를 해왔다”고 설명했다.그는 또 “지난 97년부터 3년동안 매년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6000억원수준에 이르는 회계분식을 통해 전체적인 분식규모가 총 1조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 쌍용그룹 쌍용건설 김석준 전 회장과 장동립 전 사장은 지난 96년부터 98년까지 국내외 매출실적을 과대 계상하거나 건설중인 자산을 과대 계상하는 방법을 통해 2913억원의 자산을 부풀렸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적자기업을 흑자기업으로 둔갑시켜 금융기관들로부터 4148억원에 이르는 신용대출을 받았으며 회사채와 관련된 지급보증 및 인수대금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석준 전 회장은 지난 96년부터 99년까지 임직원들의 판공비와 격려비로 사용하면서 현장 노임을 지급한 것처럼 관련장부를 허위로 기재해 회사자금 총 82억여원을 횡령했었다. 쌍용그룹 김석원 전 회장의 경우 지난 98년 용평리조트단지 소재 감정가격 24억원에 달하는 쌍용양회 소유의 평창군 도암면 임야 11만여평을 친누나 명의로 3억6200만원에 매입했었다. 이 과정에서 감정가 18억원인 같은 면 소재 횡계리 2만여평 토지를 차명으로 3억원에 매수처리하는 방법을 이용해 회사에 38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혔던 것으로 수사결과 드러났다. 또한 김석원 전 회장은 지난 99년 자신 소유 계열사 주식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자 쌍용양회를 통해 액면가로 매입토록 지시, 회사에 54억원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석원 전 회장은 정계에서 퇴진하고 그룹 회장으로 복귀한 지난 98년부터 그룹 부실화가 급진전돼 사실상 부도상태로 빠지자 회사자금 횡령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룹 회장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친·인척이나 차명인을 내세우며 회사재산을 횡령하는 수법으로 쌍용그룹 전체에 큰 손실을 입혀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다”고 덧붙였다. ■ 효성기계그룹·영진약품공업·두레그룹 등 효성기계그룹 조욱래 전 회장 등의 경우 지난 97년 부실계열사로 상환능력이 없는 효성금속에 주력계열사들을 동원, 지급보증 및 대여를 통해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부실계열사 효성금속에는 동성 496억여원, 효성기계공업 207억여원 등 총 703억여원의 지급보증 및 대여 등의 부당 지원방법이 대거 동원됐던 것으로 수사결과 밝혀졌다. 영진약품공업 김생기 전 회장 등은 지난 94년부터 96년까지 순이익을 과대 계상하는 방법으로 240억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로 총 104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로부터 불구속기소됐다. 두레그룹 김을태 전 회장 역시 지난 97년부터 98년까지 매출채권을 과대 계상하는 등 1500억원 상당의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395억원을 사기대출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또 권영해 전 안기부장이 고합그룹을 통한 자금세탁과 공금 10억원 횡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처남 이성호, 사촌처남 차호진 씨의 동아건설 관급공사관련 수억원대 수뢰도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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