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선착순 ‘치고 달리는’ 큰아들(?)

효성그룹의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적잖은 말들이 나돌고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이 적자에 시달리는 기업을 연달아 인수하며 급격히 ‘세’를 확장해나간 탓이다. 이른바 승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것이 골자다.

사실 지금까지 효성그룹은 승계에 대해 구체적 움직임이 드물었던 기업 중 하나다. 세 아들인 장남인 조현준 사장 외에도 조현문 부사장, 조현상 전무 등이 각자가 맡은 사업영역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이들의 이런 호흡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으로 드러난 바 있다.

하지만 후계구도가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슷한 지분을 가진 이들 삼형제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후계 경쟁’이 아니냐는 시선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유일한 등기임원이었던 조 사장 뒤 이어 조 부사장이 조 사장과 대등한 등기임원으로 선임되며 자칫 후계구도를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던 것. 이들 삼형제는 모두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주)효성에서 근무 중이다.

조 사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 후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조 사장이 지분 87.7%를 보유해 사기업이나 다름없는 효성CTX는 지난 8월8일 LED디스플레이 업체인 럭스맥스와 조명시스템 업체 럭스맥스네트웍스 두곳을 모두 인수했다. 이들은 모두 적자를 보는 상황. 지분 인수가격도 20억원, 22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했다는 평가다. 조 사장은 또한 효성CTX를 통해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바로비전의 지분 10.5%를 지난 20일에 48억 원대에 인수했다.

조 회장의 이런 적지기업 인수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효성이 지난 2006년 인수한 IT 계열사인 에피플러스(LED용 에피웨이퍼 제조)의 지분 22.9%를 조 사장은 지난 4월 인수해 효성에 이어 2대주주로 올라서는 가하면 지난 3월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키투넷솔루션의 지분 42.23%을 사들이며 최대주주로 등극해 개인적인 자금을 통해 효성그룹과 별도로 ‘조현준 그룹’을 만들어둔 상태다.

이 과정에 효성CTX는 적잖은 역할을 하고 있다. 효성CTX는 바로비젼 유상증자에 조 회장과 함께 참여해 조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시켜주는가 하면 최대주주 거래로 조 사장에게 자금을 대여해주기도 했다.

업계는 이를 두고 적자기업이나 저평가된 기업을 저렴하게 사들여 상장 혹은 정상화 시켜 효성그룹 등에 매각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을 보낸다. 막대한 차익을 효성 승계의 군자금으로 이용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효성그룹 측은 “사업상 필요하니까 인수했을 뿐 후계와는 무관하다”라고 밝혔다.
한편, 조석래 회장은 올해 73세로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다. 후계구도를 어느 정도 특정 지을 필요가 있다는 말이 재계에 떠도는 것도 이 때문. 고(故)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 생존 당시 일찌감치 2세 3형제에게 그룹을 분가시킨 것을 감안하면 조 회장이 효성그룹의 3세가 젊다는 이유로 승계를 미루지 않으리라는 해석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향후 조 사장의 연이은 세 확장이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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