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몸’ 날개 달고 경제 살리기 GOGO

최근 광복절 특별사면이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죄를 받았던 재계 총수들이 대거 사면되면서 ‘재계의 광복절’이라는 별칭도 붙은 까닭이다. 이번 사면에 가장 큰 명분은 바로 ‘경제 살리기’다. 이에 대해 이들은 어떻게 응답하고 있을까. 이번에 사면된 재계 총수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다. 이들이 재계 10대 그룹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사면에 대해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는 이유도 있다. <시사신문>이 재계 사면 3인방의 3색 행보를 짚어봤다.

▲ 그간 집행유예, 사회봉사명령 등으로 속앓이를 하던 재벌 총수들이 광복절특별사면으로 짐을 덜었다. 사진은 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
현장경영의 걸림돌 ‘범죄전과’ 해소하고 본격 경영 시작
현대차 투자 확대, SK는 세계로, 한화는 기업 역량 집중

사면의 모토는 ‘경제 발전’ 재벌 회장들 어떻게 부응하나
말 많고 탈 많던 총수의 범죄 “과거는 씻고 경영일선으로”

유죄를 받고 숨을 죽였던 재계 주요기업 재벌총수들이 사면으로 부활했다. 이들이 실형을 살았던 것은 아니지만 사업차 방문하는 해외의 비자 발급과정에서 ‘전과’ 경력이 적잖은 고충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이야기다. 게다가 사회봉사활동 등으로 보이지 않는 제약을 받아 활동이 위축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따라서 금번 사면은 이들 경영행보에 그야말로 날개가 된 셈이다.

물론 ‘유죄’가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투자, 채용, 사회 공헌 등 ‘경제 살리기’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면 사면 역풍에 고스란히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발걸음이 분주한 이유다.

현장부터 챙긴 정몽구 회장

정 회장은 사회봉사명령을 끝마치기도 전에 사면을 받았다는 점에서 사면 전부터 구설수에 올랐다. 이 때문일까. 정 회장은 향후 사회봉사 명령이 ‘사면’됐지만 자발적으로 사회봉사활동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정 회장은 사회봉사를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그룹은 사회봉사활동보단 정 회장의 경영복귀에 비중을 두는 분위기다. 그동안 항소심 재판, 사회봉사명령 등으로 그의 지론인 ‘현장 경영’에 차질을 빚었던 탓이다. 이제야 ‘진짜’ 경영에 복귀라는 것이다.

실제 정 회장은 사면 이후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제일 먼저 한 달 이상 찾지 못했던 당진제철소 건설현장을 방문했다. 사면되자마자 바로 현장경영에 돌입한 것이다. 정 회장은 앞으로 브라질 공장 프로젝트, 체코 완성차 공장 준공 등 해외사업과 현대제철 추가 투자 문제, HMC투자증권의 인력 확충 등 산적한 현안들을 처리해 나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경제 발전’도 각별한 신경을 쏟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올해 11조원 이상을 일관제철소 건설과 자동차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채용은 4500명 선까지 시행할 것”이라며 “우선 일관제철소에 올해 2조원, 2011년까지 5조84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 “정 회장은 “경제 활성화와 국가경제 발전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대규모 투자방침은 ‘경제 살리기’에 대한 정 회장의 답변인 셈이다.

이런 막대한 투자는 곧 현대차 신사업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지난 8월18일 친환경 자동차 개발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견인하겠다는 내용의 신(新) 발전전략을 밝혔다. 정몽구 회장은 “저탄소 친환경 차량은 앞으로 지속성장을 위한 미래의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며 “핵심부품과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기술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가 세계시장 공략에 하나의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정 회장의 과제는 아직 산적했다. 수년째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기아자동차의 ‘제 자리 찾기’가 적잖은 골치인 것. 특히 기아차에 근무하는 아들 정의선 사장에 대한 ‘경영능력 검증’도 후계 승계에 있어서 정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사면이라곤 하지만 승계가 비자금, 분식회계 등의 직접 원인이 된 만큼 세간의 눈초리가 곱지 않은 까닭이다.

글로벌 박차가하는 최태원 회장

분식회계 및 비자금 2000억원을 조성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최 회장에게 이번 특별사면은 각별할 것으로 보인다. 사면 3일 뒤인 지난 8월18일 부친인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의 10주기 추모식이 열렸기 때문.

최 회장이 취임한 1998년 이후 당시 34조1000억원이었던 그룹 자산이 지난해 72조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은 적잖은 쾌거였다. 하지만 2003년 분식회계로 기소되면서 그 입지에는 적잖은 상처를 줬다. 특히 2003년 SK그룹 지분을 확대한 해외 자산운용사 소버린이 최 회장 사퇴를 주장하는 등의 아픈 기억도 있다. 때문에 이번 사면으로 최 회장은 그간의 부담을 벗고 본격적인 ‘최태원 식 경영’을 펼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 회장은 향후 ‘경재 성장’을 SK그룹 글로벌화 하는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특히 최 회장이 관심을 두는 것은 신재생 에너지다. 최 회장은 8월11일 SK기술원을 방문해 “앞으로 우리가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사업 분야는 기후변화와 환경, 식량과 에너지 등과 관련된 분야”라면서 “이 같은 분야에서 열심히 기회를 찾아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SK그룹은 사면 이후 투자계획에 대해 “에너지 안보차원에서 석유자원 확보를 위한 인적 물적 투자를 늘릴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의 이런 방침은 SK그룹 주요계열사인 SKT, SK네트웍스, SK커뮤니케이션즈 등의 해외진출이 썩 여의치 않았던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향후 최태원 회장의 ‘경제 성장’의 길은 에너지 사업을 통한 글로벌화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 회장은 앞으로 중국, 베트남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 및 정보통신 관련 해외 사업 확대와 해외 자원 확보 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취임 이후 ‘원죄’를 벗었다는 점에서 ‘최태원 식’ 경영이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시선이 모이는 대목이다.

수장으로 복귀한 김승연 회장

이번 사면으로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바로 김승연 회장이다. 주요 계열사들의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났던 김승연 한화회장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로 속속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8월14일 “김 회장이 사면 조치로 대표이사 자격을 회복한 만큼 조만간 임시주총과 이사회를 열어 대표 이사직에 복귀할 예정”이라며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임시주총 소집 등 절차가 있는 만큼 다음달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보복폭행' 사건으로 실형을 받으면서 대표이사 자격을 상실한 ㈜한화, 한화건설, 한화L&C, 한화테크엠 등 4개 회사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났었다. 따라서 김승연 회장은 그야말로 짐을 덜고 본격적인 경영행보에 나서는 상황이다. 1년 반만에 복귀가 되는 셈이다.

‘경제 성장’에도 여념이 없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8월13일 투자·채용 확대 방안을 연구하고 국내·외 산업 현장을 적극적으로 돌아볼 수 있도록 계획을 짜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이번 사면 “이번 사면은 저를 경제인으로 다시 되돌려줬다”며 “다시 태어났다는 각오로 대한민국 경제 살리기에 적극 동참, 국가사회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각각 죄를 지었지만 사면된 광복절 특사 3인방. 이들의 사면을 지켜보는 재계의 기대는 경제위기가 가중될수록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회장이라는 그들의 직책도 그렇지만 ‘경제’를 얼마나 살리느냐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이들의 3색 행보가 향후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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