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이재오 용쟁호투 집중해부

친이계의 ‘차기 대권주자’가 서로 다른 행보로 시선을 끌고 있다. 정몽준 최고위원과 이재오 전 의원이 그 주인공. 당 내 세력을 확장시키고 국제적으로 움직이는 등 2012년을 향한 포폭이 넓어지고 있지만 이들의 ‘대권 구상’은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당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데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최고위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당 내 인사들과의 교류를 늘렸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친이계의 분화된 세력 중 중도성향의 인물들이 정 최고위원과 가깝게 지내고 있다. 또한 그는 당 지도부와 청와대를 비판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여 ‘카리스마’를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당 안팎에서 정 최고위원을 ‘Mr. 쓴소리’라 부르는 등 ‘캐릭터’ 구축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반면 당 외, 그것도 바다 건너 먼 곳에 있는 이 전 의원은 당 내 자기 계파를 활용하는 ‘측근정치’, 홈페이지를 이용한 ‘홈피정치’ 등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권은 곧 불붙을 대통령의 ‘동업자’와 ‘후계자’ 승부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승천을 준비하는 ‘용’들의 여의주 만들기 작업이 한창이다. 한나라당에서 주목되는 차기 대권주자들은 박근혜 전 대표와 이재오 전 의원, 정몽준 최고위원 등이다. 이 중 당 기반을 누가 이을지를 두고 이 전 의원과 정 최고위원의 기 싸움이 서서히 불을 지피고 있다.

물과 기름 ‘제각각’ 세력 확장 중

2012년을 준비하는 데 2010년이면 늦는다. 2010년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이 전에 모든 ‘사전준비’를 마쳐야만 2010년이라는 터닝포인트를 찍고 빠르게 도약을 이뤄 대선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당 내외에서 2012년을 준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중 정몽준 최고위원과 이재오 전 의원이 눈에 띈다. 정가를 떠도는 말에 의하면 둘 다 ‘한나라당’이라는 대통령 만들기의 최대 공신으로 당 내 기반을 물려받는다는 암묵적인 약속을 받았으나 그 행보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 “굴러온 돌의 반란”지난 대선기간 한나라당에 들어온 정몽준 최고위원이 ‘박힌 돌’을 빼는 ‘굴러온 돌’의 저력을 보이고 있다. 당 내 인사들과의 인맥을 공고히 하는가 하면 각종 사안에서 ‘쓴소리’로 지도부와 청와대를 질책,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대선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 지원유세로 힘을 보탠 ‘동업자’ 정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와 이 대통령은 경제계 출신에 성공한 CEO와 재벌이라는 ‘상류층’이라는 점 등 이미지가 겹치는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부자’라는 점은 자칫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인식으로 다가갈 수 있다. 실제 정 최고위원이 내각으로 가지 못한 데도 이러한 점이 부담감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과 비슷한 이미지에 이 대통령을 이해하거나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가는 ‘실용정부 황태자’라는 낙인이 찍힐지도 모를 노릇이다. 이는 당장은 성공가도를 달릴지 몰라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단점을 가진다. 수많은 ‘황태자’들이 과거 정권의 공과를 모두 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정권 말 레임덕 등으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게 되면 ‘황태자’들도 이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했다.

‘밀약’을 했어도 이 대통령이 기반을 넘겨줄지도 미지수다. 이재오 전 의원 등 최측근인 ‘자기 사람’쪽으로 팔이 굽을 수밖에 없다는 것.


2012년 ‘용꿈’꾸는 사람들 ‘물밑행보’ 조용히·넓게·빠르게 진행 중!
2007 이명박·박근혜·손학규, 2010 박근혜·정몽준·이재오 격돌?

때문에 그가 선택한 것은 ‘차별성’이다. 당 지도부와 청와대를 향한 거침없는 ‘소신발언’을 통해 바른소리를 하는 ‘바른소리맨’ ‘쓴소리맨’을 자처한 것이다. 당이 청와대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는 때 ‘따끔하게’ 말 할 사람이 전무했다는 점에서 그의 ‘틈새전략’은 이미 시작부터 절반의 성공을 안고 갔다.

또한 이는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한 움직임이기도 하다. 박근혜 전 대표는 ‘계파색’을 지우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친박계 의원들의 모임에 대해서도 자제를 요청하는 한편 계파를 의식한 모든 발언을 삼가는 등 최대한 정중동의 행보를 꾀하고 있다.

반면 정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세력을 확장하는 가운데 자칫 ‘내분’을 부를까 당 내 역할을 조심하고 있다는 점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견제’ 역할을 맡음으로써 박 전 대표가 계파의 수장이기는 하지만 현안과 관련 당 내 의사를 이끄는 역할을 사전에 차단 한 것.

정 최고위원이 발언을 쏟아내는 곳은 최고위원회다. 이 회의에서 그의 발언이 아픈 곳을 꼬집는 역할을 하는 만큼 그 준비도 철저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력을 낚는 강태공 ‘이재오’

이재오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선봉장이라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부터 그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이 전 의원의 손이 닿지 않은 없었을 정도.

▲ “그 분의 마음은 내게로”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이 정치권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주고 있다.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는 것 외에는 뚜렷이 드러나는 일이 없지만 ‘리모콘 정치’라 불릴 정도로 정치력에는 상처가 없다는 평이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은 총선 공천 역풍으로 지역구에서 낙선, 고배를 마셔야 했다. 씁쓸하게 바다를 건넌 이 전 의원이지만 최근 ‘조기귀국설’이 제대되는 등 정치권을 향한 부산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전 의원의 경우 당 내 측근들을 활용,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핵심’ 인물이 사라지면 측근들의 영향력도 약해지기 마련이지만 이재오계는 공성진 의원을 최고위원 대열에 합류시킨 데 이어 후속 당직인선에서 안경률(사무총장)·차명진(대변인)·정의화(인재영입위원장)·최병국(윤리위원장)·임해규(대외협력위원장) 의원 등이 주요 당직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또한 친이계 의원들의 모임인 ‘함께 내일로’ 중심에는 공성진, 임해규, 진수희, 차명진, 권택기, 김용태, 김효재, 안형환, 이춘식, 현경병 의원 등 이재오계의 활약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9월1일부터 4일까지 이재오계 핵심 인사들이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한다. 이 전 의원도 참석, 자연스럽게 만날 것으로 보인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요즘엔 세계화가 되어 있어서 워싱턴DC에 이재오 전 의원이 계시더라도 한국 상황에 대한 파악을 잘하고 있으리라고 보니까 이런저런 얘기가 다 화제에 오르지 않겠나”면서도 정치적 해석을 경계한 듯“‘공화당 출신이 될 것이냐 민주당 출신이 될 것이냐’와 같은 얘기가 화제에 오르지 않을까 싶다”고 선을 그었다.

정몽준 최고 연일 ‘쓴소리’…당 기반은 이어받지만 ‘황태자’는 NO
이재오 의원 활발한 대외활동 ‘장외정치’ 시동 기미 곳곳서 포착

이 전 의원은 대통령의 정책을 이어 받는데도 적극적이다. 국민의 정부에서 참여정부로 ‘햇볕정책’이 이어졌듯 이 전 의원은 ‘한반도 대운하’라는 이 대통령의 최대 공약을 잇고 있는 것. 이 공약은 중단됐지만 이 전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국토를 재창조하고 전국에 물길을 살리고 하천 지천을 살아 있는 강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현대판 치산치수를 해야 한다. 나는 그 이름이 운하든 무엇이든 좋다고 생각한다”고 ‘한반도 대운하’의 추진을 주장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또 “미래 한국이 세계에서 우뚝 서게 하려면 뼈를 깎는 아픔을 감수하고 지금 해내야 할 것은 반드시 성취 시켜야 한다”며 대대적인 개혁 추진을 예고했다. 이어 “‘모든 문제를 일 중심으로 해결하고 사고해야지, 감정과 정서를 내세우는 말만 앞세울 경우 역사는 후퇴 되고 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말로 ‘국민정서’보다는 ‘실용주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충돌은 ‘필연’ 시기는 ‘저울질’

정 최고위원과 이 전 의원이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데 대해 정치권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이 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뚜렷한 차이를 두고 있지만 결국 원하는 것은 ‘하나’인 만큼 ‘충돌’은 당연하다는 것.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한반도 대운하 저지를 주요공약으로 내세워 이재오 전 의원을 격침시킨 문국현 대표가 현 정부에게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기 때문에 문국현 대표에 대한 정치검찰의 표적수사와 의원직 박탈판결, 그리고 재보궐 선거를 통한 이재오 전 의원의 화려한 복귀와 한반도대운하 재추진과 같은 소문이 시중에 나돌고 있는 것’이라는 창조한국당의 주장을 차치하고서라도 ‘이재오 복귀 프로젝트’는 은연 중 양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이 전 의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만큼 당장은 힘들더라도 빠르게 권력의 핵심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며 “정 최고위원과 이 전 의원은 ‘황태자’ 감투가 아닌 ‘실세’를 위해 싸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이 경우 청와대와 당 지도부, 당 내 의원들의 ‘지원’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며 수면위로 떠오를 ‘전쟁’의 기미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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