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60%, 기업윤리강령 보유

포스코, 기업중 최초로 윤리강령 제정 국내 기업 10곳 중 7곳 정도가 사내 기업윤리강령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 3년 동안 ‘윤리경영’을 도입하는 한국 기업이 크게 늘고있는 실정이다. 기업들이 앞다퉈 윤리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며 정부 시민단체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윤리경영지침 및 평가기준 마련에 나서는 등 ‘윤리’가 한국 사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100대 기업의 60%가 ‘기업윤리강령'을 제정, 윤리경영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영전문지인‘월간 현대경영'이 지난달 30일 내놓은 ‘100대 기업의 윤리경영 조사' 자료에 따르면 100대 기업중 60%가 이미 윤리강령을 제정했으며 앞으로 이를 실천할 기업이 11%, 올 하반기나 내년중 이를 제정할 예정인 기업이 9%에 달했다. 100대 기업중 최초로 윤리강령을 제정한 기업은 포스코로 10년전인 지난 93년 윤리강령을 제정했으며 94년 LG전자 등 LG그룹 7개사가 기업 윤리강령을 선보였다. 이후 95년 삼성중공업과 LG니꼬동제련 등 11개사가 윤리강령 만들었다. 특히 삼성그룹은 삼성전자가 2001년 윤리강령을 제정하는 등 95-2002년에 걸쳐 계열사별로 윤리강령을 마련해 실천해 오고 있으며 LG그룹은 대부분의 계열사가 94년부터 윤리경영을 실천해오고 있다. 윤리강령의 주요 내용은 내부 규정준수와 협력업체와의 관계 및 주주·고객·종업업과의 관계에서 지켜야할 윤리 규정 등이며 환경보전 및 사회봉사에 관한 내용도 점차 중시되는 경향이다. 한편 윤리경영을 도입하게 된 계기로는 ‘글로벌 스탠더드 부응'(31.0%)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기업의 사회적 책임완수'(29.9%),‘CEO(최고경영자) 경영방침'(20.7%), ‘국내외 경쟁력 강화'(18.4%) 등의 순이었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한국 500대 기업 가운데 윤리헌장을 제정한 기업은 1999년 21.8%에서 지난해 49.7%(응답자 292개사중)로 크게 늘었다. 윤리경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응답자의 95.9%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리고 반부패국민연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113개 기업 중 69%가 ‘기업윤리강령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보유기업 중 75%가 지난 2000년이후 기업 윤리강령을 제정했다고 응답, OECD 뇌물방지협약 조인, 정부의 기업윤리 장려정책 등으로 인해 기업들간에 “윤리경영을 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인식이 최근 2∼3년간 확산되면서 도입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됐다. 반면 윤리강령을 보유하고 있는 79개 기업 중 담당부서, 부당행위 신고절차, 신고자 보호제도 등 기업윤리실천시스템을 갖춘 곳은 16곳으로 20%에 불과해 기업윤리강령의 실제 실천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반부패국민연대 정책부장 오유선(30)씨는 “기업윤리강령 제정 기업이 늘어나는것은 환영할 만하나 윤리강령을 제정해놓고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기업이 여전히 대다수인 만큼 윤리강령의 실질적인 실행 시스템이 확립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도기업의 움직임 한국 기업들은 대체로 미국식 기업내부 윤리경영시스템을 따르고 있다. 즉 총론격인 윤리강령과 임직원 행동지침을 제정하고, 윤리담당자와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것. ▲윤리경영에 대한 개념 차이=윤리경영의 핵심 내용과 범위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견해차가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991년부터 ‘경제정의상’을 제정, 시상해 왔는데 이들은 지분 및 출자구조, 공정거래, 지역사회봉사, 국가경제공헌도 등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전경련은 지난해부터 ‘기업윤리대상’(가칭)을 공동 주최하기 위해 평가 기준안을 마련해 왔으나 최근 의견 차이를 확인하고 각자 시상하기로 했다. 산자부와 전경련이 마련하고 있는 기준에서 가장 큰 차이는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관계’ ‘노사관계’ 등이다. 전문가들 사이에도 윤리경영의 핵심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견 차이가 많다. 고려대 문형구 교수는 “최근 윤리경영을 도입하고 있는 기업들은 임직원 부패를 방지하고 처벌하는 것이 윤리경영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일이 많다”면서 “더 중요한 것은 임직원들을 인간으로 대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업들의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만든 산업연구원의 심영섭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기업들의 움직임은 공정거래, 회계 투명성 등 핵심적인 윤리사항을 도외시한 채 자칫 윤리라는 미사여구로 회사 이미지만 좋게 하려는 쪽으로 흐를 수 있다”고 경계했다. ▲선도기업의 움직임=논쟁이 진행되는 것과 별개로 선도기업들은 나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점차 윤리경영을 정착, 발전시키고 있다. 신세계는 1999년 처음 윤리규범과 행동지침을 마련한 이래 매년 이를 보완 개정해 왔다. 이 회사 기업윤리실천사무국 명노현 과장은 “도입 초기에는 임직원의 부정부패 방지와 협력회사와의 공정한 관계에 힘을 쏟았으나 이제는 많이 정착됐다고 보고, 주주 소비자 임직원 지역사회 등 기업 이해관계자들의 공존공영을 위한 제도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신세계가 도입한 것은 직원들이 경영진에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오픈도어시스템(핫라인) 개설, 납품업체를 비롯한 모든 외부자와의 계약서에 공통양식을 만들어 불공정거래나 개인적 비리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 등이다. 국민은행은 3월 주주총회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선언하고 이사 16명 가운데 12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또 ‘사외이사 후보 인선 자문단’을 별도로 구성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였다. 금융기관의 특성을 살려 기업신용평가를 할 때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총점 200점 가운데 8점을 가산하는 제도와 외부 계약자들에 대한 청렴계약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내부고발자 보호제도, 법규 준수 자기점검(매주 2회 인터넷으로) 프로그램 등도 한국의 다른 기업에서는 흔치 않은 제도이다. 국민은행 김태곤 준법감시인은 “아직 내부고발이 많이 들어오지는 않는다”면서 “2만7000여명 임직원의 몸에 윤리가 배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자의 의지=윤리경영을 앞서 도입해 실천하고 있는 회사들의 공통점은 CEO가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윤리경영 실천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내는 것 △사회 환경 전반의 윤리 수준이 아직 낮다는 것 등을 든다. 가톨릭대 김기찬 교수는 “기업윤리의 핵심은 부패방지, 공정거래, 경영투명성 등 3가지”라며 “경영상의 의사결정과 임직원 한사람 한사람의 행동에까지 윤리가 체화되어야 윤리경영이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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