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에 다니고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공사(남자 손님들로부터 돈이나 기타 현물을 받아내는 것)’를 꿈꾸게 마련이다. 그저 단순히 선물을 받는 것으로 그치기도 하지만 크게 한 건 걸리면 화류계 밖으로 ‘화려한 탈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만둘 수 있겠지만 실제 그녀들의 씀씀이가 이미 커질대로 커져 ‘나가요 생활’을 접기가 쉽지 않다. 각종 명품에 대한 욕심도 그렇거니와 삶의 수준도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때로 그녀들은 이 바닥을 떠나는 멋진 비상구로 ‘공사’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인생역전을 꾀하려는 그녀들의 꿈, 여기에도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유흥계의 이른바 ‘고수’들은 물론이고 대다수의 선량하고 순진한 남성들은 맘먹고 덤벼드는 그녀들의 치밀한 전략에 속절없이 당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모든 게 ‘공사’임을 깨닫고 나면 이미 끝나 있다. 도대체 그녀들은 어떤 방법으로 남성들에게 공사를 하는 것일까. 룸살롱 영업경력 10년차 마담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 내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 강남의 화류계에서 10년 이상 영업을 해왔다는 최 아무개 씨(36). 그녀는 아가씨부터 시작해 마담으로 일하며 그동안 산전수전 다 겪었으며 그 자신도 2억~3억 원 정도의 공사를 몇 차례 성공(?)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밑에 있는 아가씨들로부터 ‘공사 비법’에 관한 문의를 자주 받게 되고 이들에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한다고.

그녀에 따르면 일단 공사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그녀들의 용어로 설명하면 ‘농사-공사-프로젝트’로 나뉜다. 농사의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소액’이다. 그저 각종 명품가방이나 용돈을 소소하게 얻어내는 것이 바로 이러한 농사에 해당한다.

반면 공사는 1000만 원 이상, 그리고 프로젝트는 1억 원 이상의 돈을 받아내는 것을 말한다. 프로젝트의 경우는 드물긴 하지만 남자의 도움을 얻어내 오피스텔을 넘어 타워팰리스에 입성하는 ‘초대형 프로젝트’까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공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공사 대상 남성의 ‘견적’을 뽑아보는 것이다. 재산이 있으면 얼마나 있고 그 재산을 나눠줄 때 누구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지, 그리고 뒷마무리는 깔끔하게 할 수 있을지를 사전에 이리 저리 짜맞추어 봐야 제대로 된 공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가요 아가씨들의 공사 수법을 알아보기 전에 그녀들이 얼마나 치밀하게 공사에 들어가는지부터 들어보자.

“일부 순진한 남성들은 화류계 아가씨들과의 아름다운 로맨스를 꿈꾼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이미 커다란 착각이다. 그녀들은 한 건의 공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먹잇감을 찾는 사자와도 같다. 그녀들은 완전한 프로다. 그녀들이 하는 애교와 어투, 심지어 문자 메시지 하나 하나마저도 철저하게 계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남자들이 ‘그녀가 날 사랑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엔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과연 이렇게 철저하게 프로정신으로 무장한 그녀들의 ‘공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것일까. 우선 제일 먼저 이뤄지는 것이 이른바 ‘물건’이라고 불리는 공사 대상 남성의 가치 파악이다. 돈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해 내는 작업이다. 흔히 하는 말로 청진기를 대어보는 단계인 것이다.

이 단계가 중요한 것은 단지 남자가 돈이 있냐 없냐를 판단하는 것 자체보다는 자신의 목표 금액을 정하고, 그에 따른 전략과 전술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행여 잘못 ‘촉’을 들이댄 경우에는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설사 공사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다시 모든 것을 토해내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 이로 인한 물질적, 시간적인 피해도 커지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속빈강정인지 알짜인지를 판별해 내는 작업인 것이다.

여기에서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물건의 가치를 파악하는 방법은 남성의 옷이나 가지고 있는 소품들의 브랜드를 보는 것이다. 화류계 여성들은 기본적으로 각종 명품에 대해서는 두세 명만 모이면 웬만한 명품의 ‘신상카달로그’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잘 아는 편이다. 30~40개의 브랜드, 일반인들에게는 그 이름조차 생소한 외국의 명품 브랜드에 대해서도 정통해 있는 것이 그녀들이다.

따라서 그녀들은 ‘척 보면 압니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파악해낸다. 특히 남대문이나 동대문 같은 곳에선 짝퉁도 없을 정도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일부 브랜드들도 그녀들에겐 예외가 아니다.

일단 옷을 통해서 기본적인 ‘와꾸’를 확인했으면 두 번째로 확인이 들어가는 부분은 바로 구두. 구두는 ‘발리’나 ‘페라가모’ 정도의 브랜드면 일단 합격으로 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구두의 관리 상태.

만약 관리가 잘 되어 있지 않고 약간 지저분하다면 사무실 바깥에서 일을 하는 중간급의 영업직일 가능성이 크고,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무리를 해서라도 명품 브랜드를 사기 때문에 실제로 여윳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관리가 잘 돼 있다면 회사 내에서 일을 하는 고위 관리직일 가능성이 높고, 영업직이라 하더라도 비교적 직위가 높은 사람이라고 짐작해낼 수 있다.

그 다음 ‘확인 품목’은 시계다. 시계는 보통 ‘오메가 씨마시타’ 시리즈나 ‘태그호이어’ 정도면 무난하다고. 일반적으로는 롤렉스가 잘 알려져 있지만 짝퉁이 지나치게 넘쳐나고 약간은 ‘올드’해 보이기 때문에 젊은 층은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다른 옷이나 구두 브랜드가 약하면서 시계만 유독 롤렉스를 차고 다닌다면 대부분이 짝퉁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만년필 소지 여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다. 항상 만년필을 가지고 다닌다면 이는 회사 내에서도 결재권을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특히 최소한 이사급 정도가 되어야지만 만년필을 사용해 결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년필은 회사 내에서의 직급을 파악해 내는 데에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고 한다.

그러나 명품만으로 모든 견적을 낼 수 없는 사람의 부류가 있으니 옷에 대해서는 아예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부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겉은 후줄근해 보이면서 거의 매일 룸살롱으로 출근을 하거나 또는 생긴 것과는 다르게 기품이 있어 보이면 이는 거의 틀림없이 ‘알짜부자’일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일단 이렇게 물건의 가치 평가가 이뤄지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면서 2차 견적 확인도 동시에 한다. 둘이 어느 정도 가까워진 다음에는 ‘오빠 집에 가보고 싶다’는 멘트를 날린다고 한다. 물론 유부남일 경우에는 절대로 불가능하지만 ‘돌싱’(돌아온 싱글의 줄임말로 사별 혹은 이혼으로 혼자가 된 사람을 뜻함)의 경우에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이때 집을 방문했을 때는 동네의 위치와 집의 형태, 그리고 일하는 아줌마의 출근 여부를 통해서 보다 정밀한 견적을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업 성공 여부를 거의 확신에 가깝게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물건의 가치와 작업 성공 여부에 대해서 판단이 서면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사 시에 아가씨가 사용하는 작업 스킬은 상당히 다양하다.

남자를 밖에서 우연히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룸살롱에서 만나는 것과 밖에서 만나는 것은 분위기 자체가 사뭇 달라질 수밖에 없다. 룸 안에서는 이 남자 저 남자를 옮겨 다니는 ‘화류계 여성’이지만 밖에서 만났을 때는 그러한 이미지가 희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 따라서 아가씨들은 남자의 동선을 면밀히 파악해 같은 헬스클럽 혹은 골프 연습장 회원권을 끊어서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만들어낸다는 것.

이렇게 서서히 가까워지기 시작하면 여자는 애교와 밀고 당기기, 옛 사랑에 대한 어렴풋한 추억까지 자극하면서 한 남자를 사로잡는 데 필사의 노력을 기울인다.

일단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확신이 들면 그 다음에는 ‘눈물’ 작전. 공사의 본질은 결국 ‘그럼, 내가 좀 도와줄까?’라는 말이 남자의 입에서 나오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제껏 알려져 있지 않았던 자신의 불쌍한 처지와 괴로움 등을 서서히 드러내야 되고 이렇게 함으로써 동정심을 자극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서 일차적으로 작업의 성공 여부가 결정이 난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까지 진전된 후에도 계속해서 망설이는 남성들도 있다고 한다. 물건의 견적은 훌륭하더라도 상대를 의심하는 경향이 짙거나 ‘짠돌이’인 경우에는 공사의 성공이 늦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 뿐만 아니라 아예 ‘막판 뒤집기’로 공사가 완전히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럴 때 화류계 선수들이 쓰는 마지막 방법은 다름 아닌 ‘결별 통첩’이다. 하지만 이때의 결별 통첩은 ‘이제 우리 그만 만나’라는 식으로 선을 긋는 방식이 아니다. 최후의 방법으로서의 결별 통첩은 남자로 하여금 여자가 서서히 자기한테서 멀어지고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느끼게 하는 방법이다.

바쁜 척을 한다든지 한두 번쯤은 문자를 ‘씹는’다거나 며칠 동안 가게를 나가지 않고 휴대폰을 꺼놓는 이른바 ‘잠수’를 타는 등의 수법으로 남자가 조바심을 느끼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 놓이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를 쓰는데 개중에는 마지막 베팅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물론 아가씨들은 이것을 노리고 마지막 작업을 하는 것이다.

마담 생활 10년차 최 씨는 아가씨의 공사 수법에 대해 ‘사기 수준’이라고 말한다.

“공사를 위해서는 아마도 평범한 남자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각종 스킬과 노하우를 동원한다. 거의 영화 속에 나올 법한 한판의 멋드러진 사기극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여기에는 단순히 머리싸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이 꼭 안아보고 싶어하는 젊고 아름다운 육체가 동원되기 때문에 남자들로서는 상당히 불리한 싸움이다.접근, 애교, 섹스, 그리고 눈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은 남자들의 애간장을 녹이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남자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욕심을 버리는 일이다. 룸 안의 아가씨를 밖으로 불러내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싶어질 때가 가장 위험한 때인 것이다.”

하지만 최 씨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젊고 예쁜 유흥업소 아가씨를 나만의 여자로 만들고 싶어하는 남성은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것이고, 자신에게 푹 빠진 중년신사의 주머니를 털어 자신이 좋아하는 젊은 남성의 허영심을 채워주려는 ‘나가요걸’들 역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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