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도움은 대통령의 귀를 돕는 것이 아니라 소외된 자를 돕는 길이

최근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청와대 대통령 기록물 유출’ 사건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관련자 전원을 고소했다고 밝혔다.

우선 궁금한 것은 왜 당사자도 아닌 뉴라이트 전국연합(이하 ‘뉴라이트)이 고소를 들고 나왔을까 하는 의문이다. 고소를 해도 당사자인 청와대에서 하면 될 일이지 김진홍 목사가 이끄는 뉴라이트에서 하느냐는 것이다.

물론 그 전에도 뉴라이트의 정치적 움직임은 수시로 언론에 기사화 되었고 때로는 나라 걱정하는 광고도 내곤 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미국 쇠고기 수입 파동과 관련하여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저지하는 맞불 집회를 동시에 열기도 하여 이 대통령과 현 정권을 은근히 지지하는 듯한 성명과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또 얼마 전 쇠고기 수입 관련 시사토론회 장에서의 뉴라이트 사무처장의 맥도날드 쇠고기 성분에 대한 무지한 발언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도 있다. 이처럼 뉴라이트는 현 정권에 유, 불리를 떠나 꾸준히 정치적 활동을 해 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지난 제18대 대통령 선거 시에는 지금보다도 오히려 더 적극적인 활동을 벌여왔다. ‘BBK 김경준 규탄집회’, ‘BBK 김경준 규탄 기자회견’, ‘KBS 편파방송 규탄대회’, ‘국가안보 대토론회‘ 등 정치, 사회 전반에 걸친 정치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특정 후보,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하게 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런데 당시 18대 대통령 선거에 즈음하여 김 목사는 주일 설교 시 뉴라이트 출범 배경으로 정확히 어느 후보인가는 밝히지는 안 했지만 나라를 걱정하면서 “이 나라가 똑 바로 가게 하기 위해서 설립했다”, 또 “좋은 대통령을 밀어 당선되면 뉴라이트도 그만 둘 것이다”라는 비슷한 내용의 말을 언급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곧이어 당선된 이명박씨가 김 목사가 생각했던 좋은 대통령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두레교회 신축 입당 예배 시 초청 축사를 했고, 또 교회 앞마당에 ‘대통령 당선자 이명박’이라는 이름으로 기념식수까지 한 것을 보면 아마 김 목사는 이명박 후보를 좋은 후보로 지지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낳게 해준다. 만약 좋은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초청하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위의 말대로 좋은 후보가 뽑혔으니, 목적을 성취하였음은 물론 모든 것이 김 목사의 바람대로 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아직 좋은 대통령을 뽑지 못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좋은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에 좋은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서 할 일이 더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약속을 안 지키는 것인지 정말 아리송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지금도 뉴라이트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김 목사는 조직표 상의 최고 높은 자리인 상임의장 자리에 있고 또 목회자 ‘김진홍 목사의 아침 묵상’이라는 배너(banner)광고가 들어오는 이를 당당히 맞이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물론 목회자가 정치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법은 없다. 그렇지만 정치인보다도 더 청와대와 현 정권에 개입하고 있는 듯한 한 목회자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직 우리 정치 현실이 얼마나 덜 성숙되었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오죽 정치인이 치세를 못하면 하나님을 섬기고 불쌍한 영혼들을 위로하고 감싸기에도 바쁜 목사가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말이다.

아무튼 한 때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던 김 목사는 부디 약속을 지키고 존경받는 자리로 돌아가 주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를 바란다. 설령 약속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돌아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진리가 아니겠는가! 돌아가야 할 이유는 과거 국민들이 김 목사를 존경했던 이유로 정치인이 아닌 목회자로 존경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만약 후세가 기억할 때 훌륭한 성직자로 기억되지 않고 일개(一介) 정치인으로 기억된다면 하나님께도 부끄러운 일이겠지만 국민들도 실망시키는 일이다. 과연 무엇으로 기억되길 바라는지, 그것은 본인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국민의 심판이기도 하다.

최근 최일도 목사는 다일교회 창립 20주년을 맞이하여 오히려 담임목사직과 현 교회와 부지를 사회에 헌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목회자로서의 최고의 자리를 일순간에 털어버리고 다시 냄비하나를 들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조선일보 7.17일자)는 뜻이다.

또 그 유명함에도 목회에만 전념하고 있는 100주년교회의 이재철 목사는 현 시국을 바라보면서 결코 “진보를 주장하되 ‘골통 진보주의자’가 되지 말고, 보수를 주장하되 ‘골통 보수주의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목회자든 아니면 누구든 소위 ‘무슨 주의자’ 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목회자는 더더욱 ‘무슨 주의’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혹시 수구 보수를 향해 달리는 뉴라이트와 김 목사라면 다시 존경받는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함축적 의미를 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마 국민들은 정치적으로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목회자보다 소외된 자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줄 아는 최일도 목사와 ‘무슨 주의’에 빠지지 않는 목회자를 훌륭한 성직자로 기억할 것이다.

이제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친구로서의 진정한 도움은 대통령의 귀를 돕는 것이 아니라 목회자로서의 어려운 국민의 형편을 돕는 길이 결국 대통령을 돕는 길임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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