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보다 더 차갑고 냉혹한 가정해체의 현장

가정불화의 원인은 다양하다. 궁핍 탓도 있고 배우자의 외도가 상호불신의 씨앗을 낳기도 한다. 하지만 내 가족이 아무리 밉고 용서가 안 된다 해도, 또는 나의 삶에 방해가 된다 여긴다 해도, 넘어서는 안될 극단의 지경에 다다르는 끔찍한 사례가 최근 빈발하고 있다. 2월 4일, 대구 동부경찰서는 김모(38)씨를 구속하고 부인 김모(38)씨는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 부부는 지난해 12월 18일 대구시 동구 불로동 자택에서 4살짜리 아들이 굶어 영양실조로 숨지자 집안 장롱 속에 넣어 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살짜리 딸도 오랫동안 굶겨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 이르도록 한 혐의도 받고있다. 경찰은 "김씨 부부가 가정불화로 자녀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바람에 미숙아로 태어나 평소에도 건강이 좋지 않은 아들을 굶겨 숨지게 하고 딸은 중태에 빠뜨렸다"고 밝혔다. 어머니 때렸지만 공소는 기각 또한 아들의 폭행을 참지 못해 경찰에 신고했던 60대 어머니가 결국 아들의 처벌을 원치 않아 공소가 기각된 사건도 있었다. 서울 남부지방법원 형사 10단독 최광휴 판사는 용돈을 적게 준다며 60대 어머니를 때린 혐의로 기소된 안동시 서후면에 사는 변모(44)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인 어머니의 의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는 없다"며 "피고의 죄질이 비록 가볍지는 않지만 어머니가 아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아 공소를 기각한다"고 말했다. 변씨는 지난해 6월 초 강서구 화곡역 앞에서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며 어머니 김씨의 머리를 수 차례 때리고, 지난 2003년 12월에는 강서구 등촌동 도로에서 용돈을 5만원만 주었다는 이유로 가방으로 수 차례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장모의 집에 불을 지른 3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힌 일도 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자신을 고소한 처형과 장모에 대해 앙심을 품고 처가에 불을 지른 혐의로 오모(33)씨를 구속했다. 오씨는 2월 2일 정오쯤 성동구 행당 1동 장모 김모(66)씨의 집에 찾아가 옷가지에 불을 붙인 뒤 1층 전층을 태운 혐의를 받고 있다. 오씨는 "자신의 명의를 도용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2500여만원을 사용했다"며 처형 김모(34)씨에게 고소당하자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왜 술마시고 왔냐"자 때려 숨지게 해 2월 3일 인천강화경찰서는 "왜 술 마시냐"고 나무라던 아내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남편 공모(4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공씨는 지난 2일 오후 11시께 인천시 강화읍 자신의 집에서 아내 김모(43)씨가 "왜 술마시고 왔냐"고 말하자 이에 격분, 김씨를 주먹과 발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다. 공씨는 경찰에서 "공장 운영이 어려워 3개월 전부터 빚이 늘어나 화가 나 있는 상태에서 아내가 술 때문에 나무라자 홧김에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한편 2월 4일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박효관 부장판사)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된 남편을 목졸라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김모(49)씨에 대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등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생활비를 못 벌어 오고 부양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저항하는 남편을 끝까지 목 졸라 살해한 것은 천륜에 반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해 10월 13일 오후 11시30분께 자신의 집 안방에서 반신불수로 누워있는 남편 김모(51)씨를 넥타이로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경찰에 전화를 걸어 "내가 우리 남편을 편한 곳으로 보냈다"며 자수했다. 김씨는 남편이 같은 해 7월 뇌출혈로 쓰러진 후 힘든 간병과 함께 생계가 어려워지자 부산 영도에서 투신자살을 기도, 다리를 크게 다쳐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한 날 남편을 살해했다. 재판부는 "설사 반신불수라도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살아있는 것,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야 하며 그것이 바로 가족"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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