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합당반대 결의문’ 만장일치 결의

열린우리당, 보궐선거·지자체선거 대비 민주당과 합당 공들이기 - 한 대표 “위기에 처한 민주당을 국민의 정당으로 되살려내겠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합당을 운운하기 전에 분당책임부터 져야...” - - 합당반대 결의안 “분당에 앞장서고 민주당을 매도하던 입으로 합당을 얘기하는 것은 자기모순일 뿐 아니라 무원칙한 정략에 불과해...” - 열린우리당-민주당 합당의 논란이 핫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민주당은 3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대의원 전당대회를 개최, 당대표로 한화갑 의원을 선출했다. [사진설명 : 민주당은 3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전당대회를 개최, 당 대표로 한화갑 의원을 선출했다] 이날 전당대회는 지난 2003년이래 1년2개월만에 열린 것으로 김효석, 추미애 의원 대한 여권의 입각제의 파문과 지난 총선 참패 이후 ‘통합 반대’ 결의로 다시금 내부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특히 한화갑 대표가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총선 참패 이후 민주당의 정책노선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전대의 ‘합당반대 결의’를 통한 내부결속을 다졌던 만큼 당의 독자노선이 가속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오는 4월 재보선 승리를 다짐하는 향후 민주당 행보가 기대된다. 한 대표, ‘노 대통령 우리당에서 탈당해야...’ 민주당은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제3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를 개최, 한화갑 전 대표를 당대표로 다시 뽑았다. 한 대표는 현장투표(80%)와 부재자 우편투표(20%)를 통해 실시된 선거에서 유효득표수 1만1천7백80표 중 1만52표(83.1%)를 획득, 1천7백28표(16.9%)를 차지한 경쟁자 김상현 전 의원을 압도적인 표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한 대표는 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위기에 처한 민주당을 국민의 정당으로 되살려내겠다”며 “폭넓은 외부인사의 등용을 통해 당에 활기를 불어넣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합당론’에 대해서는 불쾌한 감정을 내비치며 취임소감을 밝히는 내내 여권에 대한 비난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특히 한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정당정치를 뿌리째 흔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합당을 운운하기 전에 분당책임부터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일 연정이 필요하다면 먼저 노 대통령이 우리당에서 탈당하고 초당적으로 국정운영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17대 총선에서 국민의 기대는 정치개혁, 생산적 정치였지만 국회는 양당에 의해 독점됐고 협상과 대화는 이미 실종됐다”며 “국민을 위하는 생활정치를 민주당이 해내자”고 독려했다. 특히 "현 상황에서 국회가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정당정치가 살아나야 하며 열린우리당의 과반수 의석이 빨리 붕괴돼야 한다"고 여권에 대한 비난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의 힘 다시금 솟아..... ‘합당 반대 결의문’ 만장일치 결의 한편 이날 전당대회는 대회장 복도를 메울 정도로 많은 인원이 참석, 분당사태와 17대 총선참패를 통해 집권여당에서 ‘소수정당’으로 추락한 당의 재건 열기가 느껴졌다. [사진설명 :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단상에 김상현 후보(오른쪽),한화갑 후보(가운데), 신낙균 민주당대표직무대행(오른쪽)이 나란히 앉아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행사에 참석한 대의원들은 행사 전날인 2일부터 집결해 민주당 위상회복에 대한 강한 열의를 보였으며 여권에 대한 강한 도전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번 행사에는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자민련 등 각 당 대표가 보낸 축하화환이 눈에 띄었으며 한나라당 이규택 최고위원, 자민련 김학원 대표 등은 직접 행사장을 찾았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민주당의 ‘합당반대’ 와 독자행보를 의식한 나머지 임채정 의장 명의의 화환만 보냈다. 특히 이번 전대에서 대의원들은 열린우리당과의 합당반대, 민주당 중심의 정권 창출을 위한 노력을 다짐하는 내용의 ‘합당반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당 대표 경선전 정규오 부산시당위원장은 합당반대 결의안 채택을 제안, 내용을 설명했는데 회의장 전체에서 곧바로 ‘찬성’의결이 이어졌다. 당 대표 선거에 나섰던 한화갑, 김상현 후보 모두 결의안에 찬성해 결의안은 원안대로 몇 초만에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또한 합당이나 당 해산요건에 반드시 전당대회를 열어 대의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권한위임의 건’을 처리해 열린우리당의 합당 논란에 쐐기를 박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게 됐다. 민주당은 결의안에서 “분당에 앞장서고 민주당을 매도하던 입으로 합당을 얘기하는 것은 자기모순일 뿐 아니라 무원칙한 정략에 불과하다”며 “저들은 겉으로는 합당을 말하지만 사실은 민주당을 파괴하고 정통성을 가로채려는 저의를 숨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국민의 정부’ 김대중 전 대통령을 탄생시킨 ‘50년 전통의 민주정당’임을 강조하면서 연설도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호칭이 거론될 때마다 대의원들의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이어진 막판 유세대결에서 한화갑, 김상현 두 후보는 열린우리당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정통민주세력인 민주당의 부활을 위해 자신을 뽑아줄 것을 호소했고 지지자들은 박수로 지지의사를 표했다. [사진설명 :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이 대표경선 후보자 투표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설명 : 한 부자가 투표용지를 받기 위해 서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설명 : 지지하는 후보를 투표용지에 기재하여 투표함에 넣고 있다] 대표 선출 전, 양 후보 '합당론'에 여권 비난 후보발언에서 한화갑 대표는 “당을 깨고 나갈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누구 마음대로 합당이라니 후안무치하기 짝이 없다”며 "노선싸움, 당권 싸움으로 얼마 안 가 깨질 당과 뭐가 아쉬워 합당하겠나"며 비난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입각시도에 대해 "민주당에 인재가 많은 것을 알아줘 고맙지만 당과는 한 마디 상의 없이 몰래하는 것은 민주당을 파괴하려는 것 말고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을 파괴하지 않겠다는 재발방지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상현 후보 역시 "세계 역사상에 자기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당을 파괴하고 탈당한 사람은 전 세계에 노무현 밖에 없다"며 "노 대통령이 과거사 진상 조사위원회를 만든다는데 나를 대표로 만들어 주면 '노무현의 민주당 탈당 사건'을 조사해 이 땅에 노무현 같은 사람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역사적으로 심판하겠다"고 밝혀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처럼 민주당이 합당에 대해 완고한 입장을 천명에도 불구, 오는 4월 재·보궐 선거와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열린우리당과의 통합론이 고개를 들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다만 민주당이 지난 11월 당헌개정을 통해 합당시 전당대회를 열어 승인을 받도록 '합당 대비책을 마련한 만큼 합당 논의는 당분간 수면 하로 잠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효석 의원 ‘4대 입법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민 경제에 집중해야’ 특히 민주당 정책위 의장인 김효석 의원은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서민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여권에 비수를 날렸다. 청와대의 교육부총리 제의를 고사한 김효석 의원은 전당대회 직전 배포한 ‘경제 살리기 위한 정책제언’에서 “불황 때문에 노트나 필기구조차 못 사는 학생이 늘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며 정말 소외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나라의 장래는 도외시한 채 한시도 끊이지 않았던 정쟁의 와중에서 서민경제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고 지적한 후 “현 정부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비롯한 4대 입법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서민경제 문제해결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서민경제 살리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히고 구체적인 대안으로 △학자금유동화제도 도입 △소득재분배와 경기부양을 위한 근로소득보전제(EITC) 조기도입 △우리사주제도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명분에만 얽매인 경제정책은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에 도움이 안 된다며 대기업집단의 결합재무제표 작성, 중소기업 내부회계관리 의무화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모처럼 회복기미가 보이는 내수를 살리기 위해 최근 시장에서 실세 금리가 인상되는 것을 억제하는 정책을 시급히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을 덧붙였다. 김 의원은 특히 “보수와 진보의 대결, 승자독식이 이어지는 정치적 폐해를 종식시키기 위해 민주당은 ‘제3의 길’을 열어 가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 ‘독자노선’ 천명 그러나 남은 과제는... [사진설명 : 한화갑, "당을 깨고 나갈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누구 마음대로 합당이라니 후안무치하기 짝이 없다] [사진설명 : 김상현, "세계역사상 자기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당을 파괴하고 탈당한 사람은 전 세계에 노무현 밖에 없다] 이에 따라 한화갑 대표는 재선출을 계기로 민주당의 단일지도체제를 구축, ‘독자생존’을 모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앞서 2002년 4월 27일 전당대회에서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후 대선 직후 노 대통령과 불화로 사임했던 한 대표는 지난해 4·15총선에서 9석짜리 미니 정당의 수장을 맡게 됐다. 두번째 임기를 맞는 한 대표의 결의는 향후 민주당 지도체제를 전면 개혁, 내부분란의 여지를 잠재우고 구심력을 회복해야 하는 최우선 과제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한 대표는 열린우리당을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종료와 함께 소멸할 수밖에 없다”며 합당논의를 반대해왔고 결의안 통과를 계기로 ‘독자노선’을 본격화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 상실을 목전 둔 상황에서 민주당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합당론이 언제든 다시 재현될 여지가 있어 향후 행보는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열린우리당 호남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합당론이 거론되는데다가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최근 대선관련 채무변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관계개선 움직임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은 이날 전대에서 합당반대 결의안 채택에 이어 합당과 해산에 관한 건을 중앙위원회 권한 위임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배수진을 쳤는데 당분간 합당논의는 물 건너갔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김효석 의원에 대한 교육부총리 입각제의로 지지층의 동요를 막기 위해 총력을 다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민주당은 우선 오는 4월로 예정된 목포시장 보궐선거에 당력을 집중하고 수도권 국회의원 재.보선 역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공천, 원내 3당 도약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전대에서는 대의원 7천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였음에도 불구, 원내의석 9석의 소수정당으로서의 현실적인 한계와 대권주자의 부재가 한 대표체제의 어려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분당과 17대 총선을 거치면서 약화되고 노령화된 하부조직 확장도 난제인 것으로 파악되는데 현재 3%에 불과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힘든 과제로 파악된다. 따라서 한화갑 당대표의 2기체제의 당 운영이 오는 4월 재보선과 맞물리면서 정계개편 논의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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