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vs 盧 청와대 문건 유출 공방 막전막후

청와대 기록물 반출논란을 둘러싼 현 정부와 참여정부의 한 치 양보 없는 싸움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번 논란은 청와대가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 기록물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봉하마을로 무단 반출된 경위를 밝히고, 공개적으로 조속한 반환을 하라”고 요구함에 따라 전·현 정부 간의 정면대결 양상으로 치달았다. 청와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국가기밀을 포함한 각종자료를 조직적으로 빼돌려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 보관하고 있으니 불법행위를 통해 가져간 자료를 즉각 반환하라고 주장한 반면 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자료를 열람할 권리가 있고, 열람의 편의를 위해 일부 자료를 복사한 것뿐인데 청와대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전직 대통령을 흔들고 있다고 맞서면서 양측 사이에 자료 유출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됐다. 그러나 청와대의 ‘고발조치’ 운운에 노 전 대통령이 “기록 사본을 돌려주겠다”고 하며 사태는 일단 정리되고 있다.


지난달 12일 모 일간지 보도로 불거진 청와대자료 불법유출 파문이 전·현 정부 간 충돌을 불렀다. 사태는 일단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록 사본을 돌려주겠다”고 밝히며 정리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청와대 문건’의 완전한 회수가 되기까지 ‘제2, 제3의 복사본’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는 점과 청와대가 고발 가능성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다는 점은 이번 사태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자료유출 공방전

‘청와대 자료 유출’ 논란을 두고 신·구 청와대는 극한 감정대립을 겪어야 했다.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문화 하나만큼은 전통을 확실히 세우겠다”며 노 전 대통령을 달랜 이 대통령과 각종 현안에서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며 이 대통령에게 짐을 덜어줬던 노 전 대통령의 ‘평화모드’가 끝난 것이다.

청와대는 ‘청와대 자료 유출’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이 청와대 업무처리시스템인 ‘e지원’의 메인서버를 복제하고 원본 하드디스크를 함께 가져갔다”며 “e지원 시스템과 청와대 자료는 국가소유이며, 이것을 청와대 밖에 설치·보관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관에 가서 얼마든지 열람할 수 있는데,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 반출했다”며 ‘즉각 반환’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자료를 반출하려면 국가기록원의 사전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국가기록원이나 청와대는 사전에 어떤 요청도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김경수 비서관은 “하드디스크 사본이며 원본은 국가기록원에 넘겼다”면서 “이 문제는 국가기록원이 봉하마을에 직접 와서 조사하면 바로 진위가 가려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또한 청와대의 ‘사전승인’ 여부와 관련한 발언에 “대통령 퇴임 직전에 국가기록원에 기록물을 이관한 뒤 관련 규정에 따른 절차를 밟았다”고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또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전 ‘e지원 시스템을 통해 기록을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지만, 국가기록원 측이 ‘그러려면 1년이 걸린다’고 해 자료를 임시보관하고 있다”며 “전직 대통령에게 부여된 합법적 열람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을 통해 충분한 열람 서비스가 보장돼야 자료반환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메인서버 복제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컴퓨터에 수록된 디지털 자료는 원본 사본의 구분이 의미가 없으며, 국가기밀이 무단으로, 통째로 전직 대통령 사저로 유출된 것이 논란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조직적 유출” VS “야비한 정치공세”

청와대는 노 전 대통령의 대통령 기록물 유출이 조직적으로 행해졌을 것이란 주장을 폈다. 청와대는 “지난 3월18일 노무현 정부의 ‘기록이관, 인계인수, 퇴임 후 활용 준비현황보고’라는 문서를 발견한 이후 국가정보원과 감사원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조사한 결과”라며 그동안의 조사결과 및 반환요청 일지를 공개했다.

또 내부 조사를 통해 3월말쯤 불법유출작업의 윤곽을 파악했다고 밝히면서 노 전 대통령측은 지난 1월18일 ‘기존 e지원시스템’과 동일한 ‘별도의 e지원시스템’을 외부에서 차명계약을 통해 주문제작해 들여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존 시스템 내 하드디스크(원본)에 저장된 자료의 극히 일부만 새로운 시스템의 하드디스크로 옮긴 후 기존 하드디스크를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사저로 가져갔다. 노 전 대통령측은 불법자료유출을 위해 2월14일에서 18일까지 기존 e시스템의 가동을 중지시키고 타 사용자의 접속을 차단하는 등 치밀한 작업을 진행해 왔다”고 청와대측은 밝혔다.

청와대는 노 전 대통령측이 지난해 5월11일 작성한 ‘기록이관, 인계, 퇴임 후 활용 준비 현황보고’라는 문서를 언급한 후 보고문서에서 2006년말까지 대통령 비서실 생산기록이 총 1만1767묶음에 204만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나 청와대가 인수한 문건은 1만6000여 건에 불과하고, 특히 인사파일, 북핵문서 등 국정운영의 필수자료가 누락된 점에 비춰 조직적으로 결행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명박·노무현 ‘청와대 문건’ 다툼, 다른 내막 떠돌아
靑, 노무현 실책 강조하고 정치 참여 사전경계령 울린다

청와대는 노 전 대통령측의 불법자료유출 사실을 파악한 이후 3개여 동안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물밑으로 반환 요청을 해 왔다고 밝혔다. 지난 4월초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과 김백준 총무비서관이 전화로 원상반환을 요청한 데 이어, 4월18일에는 대통령실장 명의로 ‘참여정부 생산 대통령기록물의 원상반환 요청’ 공문을 노 전 대통령 사저로 발송했다는 것.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에서 아무런 답변이 없자 5월30일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장에게 원상회수조치 요청 공문을 발송했고, 국가기록원에서 6월4일 봉하마을 비서실로 원상반환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이후 6월5일에서 9일까지 ‘위민(구 e지원)시스템’ 가동을 중단하고 무단반출에 대한 증거자료를 채집했다고 그간의 정황을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3개월 동안 수차례 전화 및 공문으로 불법반출된 대통령 기록물의 원상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노 전 대통령측은 ‘양해를 얻어 사본을 보관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측은 “전직 대통령을 흠집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우리는 원본이 아닌 사본을 갖고 있고, 하드디스크를 가져왔다는 주장은 말도 안된다”며 반박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측은 국가기록원 조사를 통해 의혹이 해소되고 문제해결을 위한 절차를 밟아가고 있는데, 청와대가 개입해 이 문제를 정략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야비한 정치 공세”라고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측 김경수 비서관은“청와대가 문제해결은 방치한 채 왜 정략적인 접근 행태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지금도 문제해결을 위해 기록원과 협의를 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유령회사 연관설 논란

▲ “천리길을 달려서”청와대 자료 반출 논란을 둘러싸고 국가기록원 관계자들과 수많은 취재진이 천리길을 달려 ‘봉하마을’을 찾았다. 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료 반환’을 말하며 “반환기록을 보고 싶을 때마다 전직 대통령이 천리길을 달려 국가기록원으로 가야 하냐”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의 청와대 기록물 유출 논란과 관련해 여권 핵심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자료 유출 과정에서 동원한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에 자금을 제공한 회사가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청와대가 확인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전날 “노 전 대통령 측이 하드 디스크 원본 유출을 위해 청와대에 들여온 새 ‘e지원 시스템’은 청와대가 의뢰하지 않고, 유령회사가 국내 모 업체에 주문해 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여권 관계자는 “시스템을 주문한 (유령)회사는 종로구 내수동 오피스텔에 소재한 디네드사로 확인됐고, 디네드에 돈을 댄 유령회사가 그 뒤에 또 존재하는 것으로 청와대가 확인했다”며 “뒷돈을 댄 회사의 소재지는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 운영하는 회사의 공장 단지 내부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두 유령회사 간엔 30억원가량의 자금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청와대 자체 조사 결과 나타났다”며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 인물이 두 유령회사를 통해 문건 유출 과정에 개입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자료 유출과정에서 페이퍼 컴퍼니와 노 전 대통령 핵심측근 간의 연결고리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파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측은 유령회사의 존재 자체에 대해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청와대가 ‘봉하마을로 유출된 게 확실하며, 관련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기존 ‘e지원’ 시스템 내 원본 하드디스크의 행방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 측은 이날 “2월 말 국가기록원에 청와대 기록물 이전작업을 마친 뒤 하드 디스크 원본을 파기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설명자료를 통해 “원본 디스크가 파기됐다는 기록 등 증거가 전혀 없다”며 “원본 디스크를 파기했다면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파기했는지 파기 기록 일체를 증명하라”고 재반박했다.

고래싸움에 낀 국가기록원

국가기록원은 지난 8일 “참여정부 대통령 기록물 원본 디스크가 조사결과 노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봉화마을에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친노 진영은 “정작 노 전 대통령이 원본 디스크를 봉화마을로 가져가기 전에 복사한 것을 넘기고, 하드디스크를 그대로 가져갔다 하더라도 일련의 기록이 모두 표시되는 기록 관리시스템을 경유해 이관된 것만이 진본을 판단하는 기준이기에 진본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가기록원의 ‘대통령 기록물 원본 유출 주장’을 두고 노 전 대통령이 국가기록원보다 방대한 자료와 하드디스크를 직접 가지고 있고 참여정부 때의 국정기록이 전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국정운영을 하는데 차질을 빗고 있다는 현 정부의 주장을 십분 이해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국가기록원은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에 내려가 2시간여 조사를 벌였으나 노 전 대통령 측의 ‘자료회수’ 거부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국가기록원은 일단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계속 자료반환을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열람편의 제공’ 등의 전제 조건을 내세워 계속 시간을 끌며 자료회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검찰고발 등 법적 대응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특정 회사를 동원해 ‘e지원 서버’를 새로 설치하고 자료를 복사한 뒤 기존의 서버와 바꿔치기를 했는지, 또 노 전 대통령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외부로 유출했는지 등의 문제는 국가기록원의 조사 권능을 넘어선다는 지적이 많다.

친노세력 부활 견제

▲ “그 사람은 벙어리·장님”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기록원의 방문 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국가기록원장은 스스로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결정을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본 것도 보았다고 말하지 못하고, 해 놓은 말도 뒤집어 버린다’고 꼬집었다.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정부 간의 국정자료 유출 공방이 격화된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노세력 부활을 견제하려는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 모략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가 최근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는 친노세력의 싹을 뽑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책을 강조하면서 정치 참여의지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깊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지난 6일 전당대회를 통해 과거 친노세력들이 지도부에 선출되면서 지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의 재평가 작업이 들어갈 것이란 기대와 함께 향후 재보선과 지방선거 교두보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이명박 정부가 친노 세력규합을 의도적으로 저지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또한 이번 사태의 추이를 지켜봄과 함께 ‘문건’ 자체에도 시선을 모으고 있다. 참여정부의 문건이 무단 반출된 것이라고 해도 노 전 대통령이 ‘이임자료’를 넘긴 이상 청와대가 ‘문건을 달라’고 전면에 나서 이전 정권과 날선 공방을 벌이는 것은 도를 넘는다는 지적 탓이다.

임기 내내 걸림돌 될 ‘핵심자료’ 유출 막기 위한 몸부림?
정가…‘접근제한 문건’ 중 이명박 목줄 죌 ‘치부’ 가능성

이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문건을 돌려받느냐 마느냐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라며 ‘문건’ 자체와 청와대의 대응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의 반작용으로 태어난 정부니만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인기가 높아져 가는 것을 보고만을 없었을 것”이라며 “향후 정치 참여 등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열람제한으로 볼 수 없는 자료들을 노 전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는 건 심각한 문제의식을 일으켰을 것이다. 그 안에는 지난 대선 이명박, 박근혜 등에 대한 TF자료는 물론 이 대통령을 겨냥할 수 있는 핵심자료들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런 관측을 내놓았다. ‘젊은’ 노 대통령이 참여정부 재평가나 친노 결집으로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내게 된다면 이 문건은 두고두고 현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

그는 “이 대통령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누군가와 대립각을 세워 지지층 복원 등을 노리려 한다는 것도 청와대의 강경대응을 불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가는 이번 ‘청와대 자료유출’ 논란으로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법과 원칙의 문제”라며 “노 전 대통령의 자료 반환 의사와 상관없이 위법 사실은 그대로 남는다. 이와 관련한 조치는 국가기록원 차원에서 취할 것”이라고 고발 가능성을 열어 둔 청와대와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문화 하나만큼은 전통을 확실히 세우겠다’는 이 대통령을 오해해도 크게 오해한 것 같다”며 “지금은 대통령의 참모들이 전직 대통령과 정치 게임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두려운 마음으로 이 싸움에서 물러선다”는 노 전 대통령의 ‘앙금’이 향후 정국에서 또 다른 신·구 갈등을 부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향후 사태의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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