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내실 다지기’ 박삼구 ‘외형 확장’ 결과는…

최근 고유가, 원화 약세로 등으로 항공사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 두 기업의 총수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위기돌파 해법은 어떤 것일까. <시사신문>이 두 총수의 행적을 쫓아 봤다.

대외적 악재에 시름 앓는 항공사 총수들의 위기관리법
정반대의 성격의 총수, 정반대의 경영전략에 관심집중

고유가, 환율상승 등의 여파로 항공업계의 비명이 이어지고 있다. 항공업계가 항공유 급등과 원화 약세의 파편을 고스란히 맞고 있는 탓이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여행객도 나날이 감소하고 있어 위기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미 국내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위기 돌파 해법에 재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이들은 닮은 꼴 기업이지만 정 반대의 성격과 경영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다. 항공업계 두 맞수의 행보는 과연 어떻게 다를까.

몸집 한창 키웠더니

최근 몇 년간은 조 회장과 박 회장의 경영스타일은 많은 차이점이 있다. 박 회장은 활달한 성격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의 그런 성격은 경영전략 차원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공격적인 M&A로 재계 순위를 불과 2년만에 껑충 올려놓은 것.
반면 조 회장의 조용한 성격은 대한항공이 내실경영을 다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건설 등으로 무리한 사업 확장을 하기보다는 항공, 물류 중심의 ‘한우물 파기’가 됐다는 평가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들의 이런 차이는 현 위기 돌파를 위한 과제에서도 적잖은 차이를 가져온다.
박 회장의 공격적인 경영스타일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를 잇따라 성사시켰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초대형 M&A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 곁에는 유동성 위기 소문이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소문은 다소 무리한 자금 동원을 한 것이 아니냐는 재계의 우려에서 비롯된다. 금호아사아나그룹에서는 ‘자금난’ 자체를 부정하고 있지만 실제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의 부채 비율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부쩍 높아진 상황이다.

그러나 박 회장의 몸집 키우기 열정은 아직까지 식지 않고 있다. 이미 박 회장은 고유가 등의 현안이 불거진 지난 4월 창립62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육ㆍ해ㆍ공을 아우르는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해운업 진출이 필요해 추가 M&A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박 회장의 공격 경영은 단적으로는 재계 순위를 끌어올리고 기업 위상을 확대하는데 적잖은 공을 세웠지만 아시아나항공이 대외적악재로 장기적 출혈을 각오할 수밖에 없는 지금, 높아진 부채비율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위기를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은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반면,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박 회장과 맞붙어 승자의 자리를 내준 것이 조 회장에게는 전화위복이 됐다.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여력을 그룹의 내부로 축적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애초에 조 회장은 박 회장과 달리 M&A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한진그룹의 실적은 지난해 S-OIL 지분 28.4%를 인수한 것이 전부일 뿐이다. 재계 순위보다 질적으로 강한 기업이 되겠다는 조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 박삼구 아시아나그룹 회장.
이에 조 회장도 현재 대한항공 실무 관련 지시를 직접 내리는 등 위기극복에 안간힘을 쏟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대한항공의 위기대처는 재빨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미 아시아나항공보다 1개월 빠른 지난 3월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한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결산이 모두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1분기의 상황은 다소 엇갈렸다. 대한항공이 3255억원 적자 전환을 한 것에 비해 아시아나항공은 환 헤지, 항공유 헤지의 성공적 운용으로 미약하나마 33억원 흑자를 본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힘든 시간이 계속되고 있지만 2분기에도 대한항공보다는 환 헤지, 항공유 헤지 등의 안전장치가 더 충실하다”고 주장했다.

해법 찾기 고심하는 두 총수

현재도 두 총수는 ‘위기 해법’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생존을 위해 비수익 노선 감축 운행을 시작으로 승무원 짐 무게 줄이기까지 감원을 제외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급여를 받지 않고 6개월간 쉴 수 있는 순환 무급휴직 신청을 받은 바 있다. 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취하겠다는 것이 두 항공사의 입장이다. 재계 라이벌로 손꼽히는 조 회장과 박 회장의 ‘위기 해법’에 재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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