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정부가 근절 의지를 보였던 노래방 도우미. 그러나 여전히 노래방 도우미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오히려 노래방 도우미는 신종영업 형태로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래방 도우미가 근절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정부의 단속 의지 부족만이 문제는 아니라는 게 취재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얘기다. <시사신문>이 노래방을 찾는 손님과의 동행취재를 통해 노래방 도우미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봤다. 과연 그 곳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지난 7월10일 새벽 두시. 기자가 처음 도착한 곳은 노래방 도우미로 유명하다는 서울 구로동의 한 유흥가. 길거리는 가끔씩 취객들이 오갈뿐 한산한 분위기다. 그런데 이때, 한 노래방에서 나오는 초미니 스커트의 한 여자가 눈에 띈다. 바로 노래방 도우미다.
취재를 위해 기자는 이 여성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당황한 여성은 기자의 질문을 뒤로한 채 곧바로 인근에 대기하고 있던 봉고차를 타고 사라졌다. 취재 과정에서 이런 상황이 반복되길 여러 차례. 결국 기자는 어렵게 인근 K노래방에서 손님인 A(33·남)와 도우미인 B(28·여)를 만나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그럼 이들이 말하는 생생한 노래방 도우미 실태를 한번 들어보자.

투잡하는 전문직 여성

▲ 여전히 노래방의 변형적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단속은 오리무중이다.<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없음>
K노래방 로비에서 노래방 도우미 B녀를 만났다. 그녀는 막 일을 끝내고 노래방의 한 호실에서 나온 상태다. 탤런트에 버금가는 외모를 가진 그녀는 낮에는 종로에 한 출판사를 다니고 있다. 작은 출판사의 작가 월급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노래방 도우미를 시작했다는 그녀는 도우미 생활이 힘들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힘들지만 단기간에 돈 벌수 있는 일이 흔치 않다. 낮에 직장을 다녀 몇 시간밖에 도우미 일을 하지 못하지만 작가 월급보다 많다”고 말했다. 요즘 노래방에 사건 사고가 많은데 위험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며칠 전 겪었던 일을 들려준다.
그녀는 자신을 아는 C남이 직접 연락해 노래방에 왔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C남 가방에서 꺼낸 건 노래방에서는 마실 수 없는 소주였다. C남과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던 그녀는 갑작스런 상황에 깜짝 놀랐다. C남이 갑자기 와락 껴안고 소파에 넘어뜨렸던 것이다. 원래 이 바닥은 어느 정도의 터치는 허용해준다는 그녀의 말처럼 “왜 그러냐”며 참으려 했다. 하지만 강압적으로 나오는 C남에게 봉변을 당할 것 같아 돈도 받지 못하고 도망 나왔다고 한다. 신사적이고 팁까지 주는 센스 있는(?) 손님과 2차를 나가 본적은 있지만 C남처럼 거칠게 나오는 남자는 질색이란다.

딴 생각으로 찾아온 노래방

그녀와 대화가 끝난 후 노래방을 나올 때 혼자 놀러온 A남을 만났다. 원래 친구들과 자주 왔었다는 A남. 그러나 요즘 혼자 오는 이유는 따로 있다. 싼값에 노래뿐만 아니라 2차까지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그가 조언(?)하는 노래방 이용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일단 혼자 와야 한다고 한다. 여러 명이 같이 오면 분위기가 아무리 좋아도 도우미 몸을 더듬는 것 뿐 이란다. 그리고 첫 단계로 처음 30분은 대화위주로 해서 적당한 스킨십으로 접근해야한다고 한다. 그는 또 “한번 인연을 맺은 아가씨는 더 쉽다”며 자주 만난다는 아가씨 번호 수개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5전3승 이라는 아리송한 말을 남기고 떠났다.
단속은 오리무중

원래 노래방에서 영리목적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행위나 그 행위를 알선하는 행위는 현행법(음악산업진흥법) 위반이다. 하지만 경찰의 단속은 오리무중이다.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일하러 나온 수많은 노래방 도우미 여성들을 단속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하지만 노래방의 변형적 영업 문제는 단순히 실정법 위반에 있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변형적 영업은 자칫 잘못하면 성폭력 등과 같은 강력 범죄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04년 유형철의 연쇄살인사건을 비롯하여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들의 피해자는 보도방의 도우미 여성들이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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