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조기 레임덕설’ 해법찾기

▲ “속이 타요~ 속이 타”이명박 대통령이 지지율 가뭄에 괴로워하고 있다. ‘천심’의 외면을 받고 쩍쩍 갈라지는 지지기반에 설 자리마저 잃은 형국이다. 난국 돌파를 해법마저 요원한 상황, 이 대통령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설’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촛불민심이 시일이 지남에 따라 수그러들고 있고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통해 ‘친정체제’를 구축한데다 친박 복당 결정으로 거대 여당을 구성하게 됐지만 취임과 동시에 맞닥뜨린 ‘행복 끝, 불행 시작’의 수순을 피해가기란 요원한 일이다. 어느 하나 근본적인 해결을 이룬 것이 없기 때문이다. 촛불민심은 추이를 지켜보고 있을 뿐 언제든 다시 들고 일어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민주당은 등원 명분을 ‘쇠고기 국정조사’를 통해 찾겠다는 방침이어서 개원 국회의 일대 파란을 예고했다. 또한 복당으로 갈등을 풀었지만 앙금이 남은 친박계와의 문제도 여전하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는 국정에 협조하면서도 민심이 거부하는 일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는 ‘여당 내 야당’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해법없는 난국, 이 대통령이 신음하고 있다.


취임 근거 다 잃고 길도 잃은 MB…명분은 어디로
당 내 화합 아슬아슬 ‘잃어버린 10년’ 거꾸로 가나
보수+종교 ‘지지층 결집’…거대 여당으로 몰아친다?
내각 쇄신, ‘쇠고기 국정조사’…잔불 들불로 키울라


이명박 대통령이 총체적 난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지기반과 주요 정책, ‘경제 대통령’이라는 명분까지 잃어버린 이 대통령에게 ‘얼리버드’ ‘레임 덕’ 즉, ‘얼리 덕’의 방문은 일견 당연한 일이다.

일찍 온 뒤뚱거리는 오리

이 대통령은 ‘취임 초’라 불리는 시간 동안 자신이 가진 대부분의 것들을 다 잃었다. 두달 여 동안 지속된 쇠고기 정국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쳤으며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도 10% 아래까지 곤두박질 쳤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이나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수도권 민심도 이 대통령에게서 돌아섰다.

대선과 인수위 시절을 거치며 그가 내세웠던 정책들도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대표적인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는 쇠고기 정국 돌파카드로 역할을 마무리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대운하를 사실상 포기했다.

“경제적 재활이 가장 큰 업무”라며 매년 7%의 경제 성장으로 국민소득 4만불 시대를 열어 한국을 세계 7위 경제성장국으로 만들겠다는 ‘7·4·7’ 공약도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야권 한 관계자는 “747 공약은 본래부터 희망사항일 뿐 이었다. 경제적 목표라기보다는 차라리 정치적 슬로건이었다”고 지적하며 “성장 정책을 밀고 나갔던 경제 정책은 분명히 실패했다”고 못 박았다.

네티즌들도 ‘7% 물가 상승률을 초래한 정부는, 4% 국민만을 위해 일하고, 7%의 지지율을 보인다’, ‘칠(7) 수 있는 사(4)기는 다 친(4)다’는 등 ‘7·4·7’ 정책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잃은 가장 중요한 것은 ‘명분’이다. 이 대통령의 당선은 ‘참여정부 국정실패’의 반사효과였다. 국민들은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이 대통령에게 마지막 기대를 걸었다.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도 불구, 흔들림 없는 지지를 보내준 이들이 바라는 것은 하나였다. ‘경제 대통령’이 경제를 살려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서민경제의 거듭된 악화는 그의 존립기반을 흔들고 있다. ‘경제 대통령’을 잃은 이 대통령은 산산이 공중분해 된 지지기반위에 서 있는 것과 같다. 향후 어떤 정책을 펼치려 해도 국력이 모이지 않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 “안 믿어”

총체적 난국에 처했음에도 이 대통령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강부자·고소영’ 내각과 비서진으로 답답해하는 서민들을 화병나게 했던 그는 비서진 전면 쇄신을 통해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아보려 했으나 이어진 소폭 내각 쇄신으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다.

특히 서민경제 파탄의 주역으로 지목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연임, 민심과 동떨어진 내각 쇄신을 했을 뿐이라는 지적을 낳았다. 강 장관의 연임과 함께 최중경 전 재정부 차관을 경질해 ‘대리경질’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강 장관 유임에 국민들이 만족하지 못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말에 수긍하면서도 “고심했지만 불가피했다”며 “강 장관은 지금 여러 경제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사람이고 앞으로도 중요한 계획 몇 가지를 추진하는 사람이다. 도중하차 시킨다면 경제정책의 단절 현상이 생겨 국정에 차질이 빚어진다”고 강 장관 유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 등은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민주당은 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키로 했다. 만약 이것이 자유선진당의 반대로 무산될 경우 국회에 해임촉구결의안을 제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는 등 공세를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다.

‘경제’ 문제에만 집착하는 이 대통령의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국가경제는 장기전망을 토대로 목표를 짜고 구상을 진행시켜야 함에도 ‘경제위기’를 강조하며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단기적 정책을 남발하는 데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김근태 전 의원은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 의장의 경제 위기 지적에) 경청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국민을 겁주고 이익정치를 속삭여 국민을 또 다시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발언으로 여겨진다. 촛불을 끄고 잔말 말고 따라오라고 야단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금 하는 것을 보면 실용주의가 아니라 이념에 매몰된 형국”이라며 “이명박의 실용은 사이비 실용이고 철학부재”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제는 심리여서 국민소비 심리를 완화시켜 줘야 하는데 대통령이 나서 오일 쇼크 운운하며 위기를 조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하며 “2500억 달러나 외환보유고가 있고 상반기에 4∼5% 성장한다는 데 이럴 때야말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건강하니 좀 더 노력하자고 해야 한다”고 따끔한 질책을 했다.

한 정치분석가는 “이 대통령이 국가의 수많은 문제 중 유난히 경제에 집착하는 것은 그가 ‘경제 대통령’이라는 딜레마에 빠져 주변을 보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하루가 멀다하고 ‘세계적 경제 위기’를 찾는 것은 자기변명으로 비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대통령은 국가의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만큼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은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덩치 큰’ 여당으로 승부?

이 대통령은 난국을 자신의 전통 지지층 결집과 친박 인사들의 복당으로 거대 여당이 된 한나라당을 통해 풀어가려 하고 있다.

‘촛불집회’에 보수단체들과 일부 종교가 ‘촛불집회 반대집회’로 맞섰으며 이 대통령에게 지속적인 응원을 보이는 것도 이 대통령의 ‘난국해법’의 한 부분으로 풀이된다. 또한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당이 된 것을 계기로 한미 FTA 연내 처리 등을 강력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동력을 당·정·청 단일대오의 ‘독주’에서 얻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명박식 답안은 한나라당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았다는 환호의 함성이 가시기도 전에 하야 요구에 시달리고 있는 대통령과 ‘동일시’ 되는 것이 “같이 죽자”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당·정·청의 독주는 당장은 일처리가 가능하더라도 당의 목표인 ‘차기 대권’은 엄두도 못 낼 상황이 되고 만다는 우려가 당을 곤혹스럽게 한다.

불씨가 꺼지지 않은 촛불이 언제 다시 들불로 타오를지 모른다는 점도 ‘강경책’을 사용을 조심스럽게 한다. 촛불은 사라지지 않았으며 다만 침묵하고 있을 뿐이라는 데는 정치권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임 후 당 안팎을 아우르는 ‘화합’ 행보에 주력하고 있는 박희태 대표가 ‘MB 친정체제’라는 시선에 일정부분 선을 긋고 있는 것도 ‘한통속’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박희태호 출범 직후 총선 공천 탈락에 반발, 탈당했던 친박의원 전원에 대한 무조건 일괄 복당 허용 방침에 따라 한나라당에 다시 모이게 된 친박계도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독주를 허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몇몇 사안에서 친이계와 이견을 보이고 있는 이들은 ‘여당 내 야당’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함께 해야 할 사안에는 뜻을 모아주되 국민감정에 위배되는 일이 생긴다면 ‘당’보다는 ‘국민’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원외 친박계 인사의 전원 복당 시 친박계는 60여 명에 이르러 충분한 견제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친박측 한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협조하겠지만 민심을 거스르는 사안에 대해서는 우리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휩쓸려 가면 미래가 없다”고 못박았다.

등원 명분 or 촛불의 재현

▲ ‘친정 방문’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최대 집안행사 ‘전당대회’에 참석, 오랜만에 친정나들이를 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또 다시 고비가 찾아오고 있다. 민주당이 등원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쇠고기 국정조사’가 14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진행되는 것.

‘쇠고기 국정조사’는 한·미 쇠고기 협상의 실체를 따지고 책임 소재를 규명하자는 데서 출발했다. 청와대비서실·농림수산식품부·외교통상부 등이 국정조사 대상기관으로 선정됐으며 △쇠고기 협상 졸속 타결 배경 △쇠고기 협상의 주체 △추가협상의 문제점 등을 따지게 된다.

민주당은 쇠고기 협상 졸속타결의 배경과 관련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둘러 졸속협정을 타결한 배경, 누가 지시했는지 책임 소재를 가려내겠다”며 강조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대상기관에 청와대비서실 포함을 강력히 요구, 사실상 이번 조사가 이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반면 한나라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쇠고기 협상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마무리 짓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입증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은 민주당은 이번 조사를 통해 ‘등원의 명분’을 얻어야 하고 한나라당은 쇠고기 정국을 끝내고 이 대통령을 수렁의 구렁텅이에서 빼내야 하는 등 ‘쇠고기 국정조사’에 여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는 만큼 이를 둘러싼 회오리바람이 개원 국회에 거세게 불어 닥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한 조사 결과에 따라 촛불민심이 어떤 식으로 표출될 지 여부도 향후 정국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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