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한·중 간도분쟁 재점화

『吾頭可斷 國畺不可縮』‘오두가단 국강불가축’
“내 머리를 자를 수 있을지언정 나라의 영토를 축소하는 것은 불가하다”
1887년 정해국경 담판에서 조선 안변부사 이중하가 청국의 위협적인 태도에 남긴 말이다. 이렇게 선열들이 지켜온 간도. 그 곳은 반만년동안 우리민족의 생활터전이요 전투장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한반도 통일 후 있을 간도분쟁 소지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우리역사를 자신들의 역사에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간도문제에 대해 학술적 접근만을 할뿐 이렇다할 주장을 펴고 있지 못하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간도 소유권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는 청·일 간도협약이 무효라 하더라도 내년이면 100년의 시효취득기간이 만료된다"며 시급한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시사신문>이 그동안 진행되어 왔던 영토분쟁을 짚어보고 ‘우리가 간도를 되찾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에 대해 알아본다.

중국은 ‘고구려사를 비롯한 우리 고대사’를 ‘중국의 지방민족사’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동북공정’을 국가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동북공정은 단순히 우리역사를 중국사로 편입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 중심에는 ‘영토분쟁’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일본이 팔아넘긴 간도

중국은 청·일 간도협약(1909년, 일본이 만주철도 부설권의 대가로 청에게 넘겨줌)으로 국제법상 유효한 국경합의가 이뤄 졌다며 간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법적으로 국경의 획정은 ‘유효한 합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그 합의가 유효하지 않다면 그 국경은 법적으로 무효인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본래의 당사국이었던 조선(대한제국)이 아니라 일본이 체약국이 되었던 근거는 무엇일까.
그 빌미를 제공한 것은 한·일간 체결된 을사늑약(1905년)이다. 그럼 을사늑약은 유효한 걸까. 이에 인천대 노영돈 교수(국제법)는 간도학보에서 “국제법의 관점에서 볼 때 을사늑약이 유효성을 담보할 고종황제의 비준이 없었다”며 “불성립의 을사늑약을 근거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대리 행사해 체결한 간도협약은 무효”라고 설명했다.
협약이 무효라면 언제든지 돌려받을 수 있지 않은가. 이에 ‘간도되찾기운동본부’ 육락현 회장은 “중국이 간도를 무효인 협약에 근거해 점거 하더라도 국제법상 100년의 시효취득기간이 만료(간도협약기준)되면 우린 다시는 간도를 찾을 수 없게 된다”며 “취득시효 만료로 중국의 간도 취득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 (간도)반환을 요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토권 위에 잠자는 정부

그러나 정부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2004년 김원웅 전 의원은 ‘간도협약원천무효에관한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결의안이 처리되지 않았다. 외교부가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육락현 회장은 “정부의 핵심관계자들 조차 2004년 동북공정논란이 일고 나서야 간도가 어디에 붙어있는지 알았을 정도”라며 “더욱더 안타까운 점은 간도에 대한 관심이 겨우 2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점”이라고 정부의 무관심을 꼬집었다.
간도학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대구대 최장근 교수는 <시사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정부차원에서 (간도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외교적 마찰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당장은 학술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효만료 기간 내에 정부의 입장표명이 없다면 간도에 대한 학술적 연구도 무의미하지 않냐는 질문에 최 교수는 “(일정한 시효기간을) 판례가 인정하기도 하지만 ‘국제법상 시효취득기간’에 ‘100년’이라는 규정은 없다”며 “굳이 100년을 따진다 해도 그 기산점은 1945년 8월15일이 돼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후손들에게 남겨줄 영토

간도를 금방 되찾기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그렇다면 현실성 있는 대책이 없을까. 이에 육락현 회장은 “정부의 ‘외교적 마찰’이라는 변명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외교부가 처음부터 자세를 낮출 필요는 없다”며 “우리 정부는 영토권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론이 ‘간도 찾기’의 공론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얼마 전 국민들이 쇠고기 추가협상을 이끌어낸 것처럼 지레 겁부터 내는 정부가 당당히 영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국민의 뜻을 모아야 한다”다고 강조했다.
최장근 교수도 “지금 우리세대에서 (간도 되찾기가) 어렵더라도 후손들이 되찾을 수 있도록 명백한 역사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학계와 국민의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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