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을 떠났던 박왕자(여·53)씨가 지난 7월11일 오전 5시께 북한 초병에 의해 피격, 사망했다.

비치호텔에 투숙 중이던 박씨는 이날 오전 4시30분에 호텔을 나와 인근 금강산해수욕장을 산책하다가 북한 초병이 가한 총격에 가슴과 대퇴부에 총상을 입고 그자리에서 숨졌다.

박씨의 시신은 지난 7월11일 밤 서울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옮겨져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한 부검이 실시됐고 현재 부검결과에 대한 분석이 진행 중이다.

이번 사고에 관련해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박씨는 호텔 인근 해수욕장을 지나 군사제한 구역으로 들어섰고 제한구역을 1km 이상 지나 북한 초병의 제지를 받게 됐다. 북한 초병은 정지 명령을 내렸으나 박씨가 멈추지 않자 총격을 가했다.

이러한 북측의 주장에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에 따르면 "북한은 사고발생 38시간이 지난 7월12일 오후 7시에 담화를 통해 입장을 표명했다"며 "이 자체만으로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김 대변인은 사건 정황에 대해 "박씨가 사건 당일인 7월11일 오전 4시 30분 숙소를 나간 것이 CTV로 확인됐고 박씨의 숙소인 비치호텔에서 해수욕장까지 거리는 706m 였으며 해수욕장 입구에서 펜스(군사통제구역기점)까지는 428m, 펜스에서 북한 초병이 제지한 기생바위까지는 1200m였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븍한 초병이 기생바위 근처까지 온 박씨를 제지했다는 북한의 최초 설명대로라면 박씨는 펜스에서 최장 1200m를 들어온 셈이다. 또 박씨가 펜스 200m 지점에서 총격을 받았다는 주장에 기초해 보면 박씨가 놀라 달아난 거리는 1000m 이상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러한 사실들을 기초해 볼때 박씨는 불과 20분동안 3334m를 주파한 계산이 나온다"며 "당시 박씨는 치마를 입고 산책하고 있었으며 장소는 백사장이었기 때문에 북한의 주장에 의혹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건발생 시각은 새벽 4시반, 특히 낮의 길이가 긴 여름철이기 때문에 육안으로 관광객인지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었고 장소는 탁 트인 해수욕장이었기 때문에 과격대응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은 핸대아산과 정부의 늑장대응도 지탄을 받고 있다. 북한이 현대아산의 금강산남측사무소에 피격사실을 통보한 시각은 9시20분경이었고 금강산 남측사무소가 현대아산 본사에 보고한 시각은 오전 11시경이었다. 이 후 현대아산은 통일부에 오전 11시30분에 통일부에 보고했으며 통일부는 11시45분께 엄종식 대통령 통일비서관에게 보고했다. 이어 엄 비서관은 곧장 김성한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에게 보고했으며 김 수석이 마지막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 결국 이사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사건발생 8시간 후에 보고를 받았다.

때문에 사건 발생 6시간30분이 넘도록 통일부가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한 것과 이 같은 돌발상황이 정부가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이 대통령에게 보고되기까지 2시간이 지난 뒤라는 점에서 각 언론은 정부 및 청와대의 위기대응시스템에 큰 문제점이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12일 관계장관회의에서 늑장 보고와 관련해 "현대측이 통일부에 보고 하고 청와대 비서관이 나에게 보고하는 데 무려 두 시간 이상이 걸린 것은 정부 위기대응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있음이 확인 된 것"이라며 "관계자들을 엄중 질책하고 위기대응시스템의 개선 방안과 재발장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만큼 진상규명을 철저히 해 한점의 의혹도 없이 사건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철저히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정부는 내주 초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가 나오면 북한이 초소에서 조준 사격을 했는지, 근거리에서 추격 사격을 했는지 여부를 토대로 북한의 고의성 유무를 어느 정도 가려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씨의 유족들은 기가막힌 사건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박씨 남편 방씨는 빈소(서울아산병원) 밖으로 나와 기자들에게 "유족들이 탈진했고 (상주가) 아직 어린 학생이니 얼굴이 나가면 나중에 상처받을 것 같다"며 가급적 촬영을 자제해달라"고 직접 부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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