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먼곳에’ 배우 수애

배우 수애(27)는 청초함과 세련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배우다. 크게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오히려 눈에 띄는 강렬한 페이스가 아니기 때문에 배역의 폭이 넓어 드라마든 영화든 장면에 잘 녹아드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녀 스스로도 ‘올드’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청초하고 단아한 얼굴은 현대적이고 서구적인 화려함보다 더 아름답다. 영화 ‘가족’에서 감옥에서 출소한 딸로, ‘나의 결혼 원정기’에서 탈북한 처녀로, 오는 7월 24일에 개봉되는 영화 ‘님은 먼곳에(감독 이준익, 제작 타이거 픽쳐스)’에서 가수 겸 댄서로 수애 같지 않은(?) 역할을 했어도 청초함의 대명사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가 뭘까. <시사신문>이 영화 ‘님은 먼곳에’ 제작 보고회에서 주인공 ‘순이’로 돌아온 수애를 만났다.

지난 6월30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영화 ‘님은 먼곳에’ 제작 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주인공 ‘순이’역을 맡은 수애는 순백의 청순함을 뽐냈다. “여배우로서 다시 안 올 기회”라고 말하는 수애는 영화 속 주인공 ‘순이’를 가슴으로 그려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날 애절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노래 ‘님은 먼곳에’를 불러 그 동안 숨겨두었던 노래 실력을 최초로 공개했다.

수애, 모든 남자의 첫사랑

주인공 ‘순이’역에 수애가 선택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준익 감독은 “영화의 배경은 1971년, ‘순이’는 당시 젊은 여성이고 지금은 우리네 어머님 연배”라면서 “그 나이 대 분들의 남성에 대한 감정, 사랑에 대한 의미는 지금의 여성과는 조금 다를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리고 그 ‘올드’한 분위기를 수애에게서 찾은 이유에 대해 “모든 남자의 첫사랑은 자신의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현존하는 여배우 중에 너무나 아름다운 어머니의 내면을 가지고 있는 배우가 누구인가에 대해 모색했다”며 “제가 보기엔 모성애의 그 훌륭한 DNA가 수애였는데 영화 보시면 여러분들도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 드라마 ‘해신’에서 ‘정화 아가씨’역을 완벽히 소화해 내면서 온 국민들을 울렸던 수애. 이제 ‘님은 먼곳에’로 또 한번 눈물샘을 자극할 수 있을까.

가수 지망생, 어떻게 배우가…

연기자 수애는 과거 가수 지망생이었다. 4인조 여성 그룹으로 데뷔하기위해 교육을 받던 중 소속사 사정이 좋지 않아 이들을 ‘스타제이’ 정영범 대표에게 소개를 했다. 정 대표는 4인조 그룹 멤버 중 한사람인 수애만을 발탁해 연기자로 교육시키게 되었다며 “요즘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서구적 외모인 연예인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수애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수애는) 1970년대 트로이카 스타 중 한사람인 정윤희씨의 분위기가 풍기는 동양적 미인”이라고 발탁 이유를 밝혔다. 가수 지망생 수애가 연기자로 데뷔해 스타로 발돋움한 계기가 연예기획사 정 대표의 판단과 교육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애는 점차 연기력의 폭을 넓히고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연기자로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노래를 못해도 너무 못한대요”

영화 속에 삽입된 ‘님은 먼곳에’의 한 소절을 즉석에서 부른 수애는 “처음에 감독님이 제 노래를 듣고 ‘노래를 못해도 되지만 정말 너무 못한다’고 핀잔을 줬다”며 “이후 감독님의 안내를 받아 노래방은 물론 클럽까지 두루 섭렵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촬영 전 2개월 동안 감독님이 만류했음에도 노래와 춤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 때 가수의 꿈을 꾸었던 수애는 사실 음치에 몸치였다고 한다. 물론 동양적 외모와 우아한 자태의 수애가 댄스 가수를 하고 있다고 잘 상상이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를 위해 노래방과 클럽을 전전하며 노래와 춤 실력을 다졌다.
수애가 맡은 주인공 ‘순이’는 베트남전에 파병된 남편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전쟁터에 뛰어든 시골 아낙. 우연히 위문 공연단에 합류해 가수 겸 댄서 ‘써니’로 변신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춤과 노래는 필수였다.
영화 속 수애는 당대 최고의 히트곡인 ‘님은 먼곳에’, ‘간다고 하지마오’, ‘울릉도 트위스트’,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수지큐’ 등을 노래한다. 또한 비키니 상의, 빨간색 초미니 원피스 등 과감한 의상으로 다소곳한 이미지에서 탈출을 시도한다.

‘무기여 잘 있거라’

시골 아낙 ‘순이’에게 비춰지는 전쟁의 의미 그리고 사랑. 그동안 관객들이 접해 보지 못했던 전쟁영화의 새로운 단면을 보여준다. 헤밍웨이의 걸작 ‘무기여 잘있거라’에서 남녀 주인공인 프레드릭 헨리와 캐서린 버클리에게 있어서 전쟁은 자기들의 평화와 사랑을 앗아가는 존재일 뿐인 것처럼 ‘님은 먼곳에’의 ‘순이’에게 비춰지는 전쟁 또한 다 그렇고 그런 놈들의 싸움일 뿐이다.
이준익 감독은 “이제는 전쟁과 이데올로기를 문화로 표현해내기 위해서는 전지적 시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남자들의 시선으로 보면 베트남군이든 미군이든 한국군이든 각자의 입장에 대한 극명한 대립만 존재한다. 여자의 눈으로 보면 다 ‘그 놈이 그 놈’이다. 여인의 눈으로 보면 전쟁을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님은 먼곳에’는 오는 7월 24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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