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3대법안 처리" vs 야 "쟁점법안은 차근차근"

새해 첫 임시국회가 1일 개회식을 갖고 30일간의 회기에 들어갔다. 관심은 지난해 말 예산안 늑장 통과 등으로 '최악의 국회'라고 비난받았던 정치권이 야심차게 내놓았던 ‘무정쟁’ 선언이 임시국회 개회를 앞두고 국가보안법 등 쟁점법안에 대한 여야간 첨예한 대립으로 ‘공염불’에 그칠 위기에 처했다. 우선 여야 원내 사령탑의 대부분이 새 인물이다. 국회를 둘러싼 분위기도 달라졌다. '4대 법안'처리와 저지가 최우선 목표였던 지난해와 달리 여야 모두 '경제 살리기'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여당은 "개혁입법 2월처리" 야당은 "쟁점법은 차근차근" 그래서 무정쟁과 충돌 어느 쪽도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우리당 임채정 의장은 31일 집행위회의에서 "이번 임시국회는 정말 여야가 타협과 대화를 통해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입싸움과 몸싸움은 줄이고 대화와 타협으로 성과를 낼 것"을 당부했다.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 역시 이날 상임운영위회의에서 "2월 임시국회는 금년 첫 국회라서 특히 국민관심이 지대하다"며 "박근혜 대표가 무정쟁의 해를 선언했고 열린우리당 지도부도 이에 호응했다"고 '상생국회'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우리당 정세균,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전날 휴일 회동을 통해 여야 정책협의를 금주 중 재가동하고 필요할 경우 여야 정책협의회도 운영키로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정운영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여야간 쟁점사안에 대한 합의도출에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다. 이에 따라 여야 정책협의의 우선적인 의제는 출자총액제한 완화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기업의 과거 분식회계 사면을 허용하는 증권관련집단소송법 개정안 등 여야간 공감대가 높은 사안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있는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등 '개혁3법' 문제는 여야간 의견접근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열린우리당은 지난해말 양당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서를 강조하며 "약속을 지킬 것"을 한나라당에 요구하고 있다. 합의서에는 '국보법과 사학법은 2월 국회에서 다루고 과거사법은 2월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31일 "정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책대결도 하지 않고 국회에서 일도 하지 않는 것과는 다른 것"이라며 "'무정쟁'이라고 하는 아주 그럴듯한 말로 포장해서 꼭 처리해야할 일을 그냥 놔둘 의도가 있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전날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한나라당은 '무정쟁'이란 이름 아래 아무것도 안하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우려를 표했고, 이를 보고받은 집행위는 "지난 정기국회에서 합의한 내용을 충실하게 지켜야 한다"고 결의해 다시 한 번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경제 입법에 집중하되, 국가보안법 등 개혁법안은 상대적 후순위에 배치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김덕룡 대표는 "민생현안부터 챙기는 모습을 보이고 쟁점법안은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풀어야 후유증이 최소화된다"며 3개 법안의 처리를 미루고자 하는 뜻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열린우리당 신임 지도부도 당내 '과격상업주의'가 기승을 부리지 않도록 당내를 조율해 달라"며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역공하기도 했다. '당내 과격 상업주의'란 지난 연말 이부영 전의장이 열린우리당내 강경파들을 일컫던 표현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세일 정책위의장은 "2월 임시국회에 상정하지 말고 여야가 별도 논의기구를 통해 시간을 갖고 합의에 의해 처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가 이처럼 논의방식에서부터 심한 차이를 보임에 따라 임시국회에서는 본질적 내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 전에 장외공방 등 기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공산이 커보인다. 최대 관심사인 국보법에 대해 우리당은 상임위 중심의 논의를 강조하는 가운데 상당수 의원들 사이에 "섣불리 대체입법으로 타협하기보다는 원칙을 지키며 시간을 갖고 가자"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대체입법론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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