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티즌이 ‘주물럭 서비스’ 쥐락펴락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이며, 또한 대한민국 국민은 그 공화국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또 하나의 공화국’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종교와 이념, 정치 색깔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바로 ‘대딸방’이라는 하나의 유흥업종을 즐겨찾는 사람들이 나름의 ‘소비자권익보호와 정보공유’ 위해 뭉친 곳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설고 혹은 거부감을 줄지도 모르지만 실제 그들의 단결력과 지도부의 강고함은 일반 커뮤니티의 그것을 뛰어넘는다. 나이든 어른들이 게임마니아들의 게임에 대한 정의와 열정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듯 일반인들도 그들 ‘핸플마니아’들의 시스템과 정서를 이해하기 힘든 것 또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유사 성행위업소, 이른바 대딸방 정보공유 사이트의 원조라고 자칭하는 8만 명의 공화국 ‘YT’ 커뮤니티는 도대체 어떤 곳이며 거기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해외 서버’ 차단 어려워

 S 사이트는 국내 절대 다수의 섹티즌들이 이용하고 있는 최대 인터넷 사이트다. S 사이트는 수년 전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사이트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대형 사이트로 성장해버리고 말았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S 사이트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고 은행계좌 역시 해외의 어느 이름 모를 섬에서 개설했기 때문이다. 국내의 단속이 미치지 못하고 서버 자체를 차단할 수 없으니 과격한 하드코어성 사진과 동영상이 난무해도 국내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바로 이러한 점을 교묘히 이용해 섹티즌들의 마음을 안심시키고 그들에게 마음껏 놀 수 있는 ‘성인들의 휴식처’를 제공해주었던 것이다.

이 안에서도 YT 커뮤니티(이하 ‘YT’)는 대딸방을 중심으로 무려 8만 명의 회원을 자랑하고 있는 거대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다. 이 커뮤니티의 이름 역시 ‘대딸방’의 초기 홍보수단이었던 ‘여대생 마사지’의 순위를 매기는 사이트라는 뜻의 ‘여대생마사지 탑10’이라는 이름을 줄여 만든 것이다. 몇 차례에 걸친 반대세력의 해킹과 ‘지도부’의 이합집산으로 비슷비슷한 카페가 여러 개 생겨났지만 여전히 이곳이 대한민국 핸플마니아들의 총본산인 것만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것 같다.

유사성행위가 불법으로 판결난 이후 대부분의 성인사이트에선 노골적인 업소이용 후기가 사라졌지만 이곳에서만은 여전히 그리고 당연하게 전국 각 지역의 대딸방에 대한 자세한 위치와 가격,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공유가 이뤄지고 있다.

신입회원으로 가입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후기를 올려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후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검증하는 최소한의 확인시스템까지 가지고 있다. 또한 이곳은 각 업소들이 홍보하는 장이기도 하다. 한 업소의 ‘자기 홍보’를 들여다 보자.

“안녕하십니까. 강남구 ××동의 ○○업소입니다. 이번에 새 식구를 영입했습니다. 새로운 라인업으로 여러 회원님들께 다가갑니다. 다소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많은 조언 주시면 더욱 노력하는 ○○업소가 되겠습니다. 찾아주시면 항상 친절과 밝은 미소로 맞이해드리겠습니다.

주·야간 할인이벤트는 5만 원입니다. 단 카드는 사절입니다. 카운터에서 회원임을 꼭 밝혀주시면 감사합니다. 할인시간은 오후 1시부터 오후 9시까지입니다. 러닝타임은 언니 입실 후 50분, 준하드 기본 서비스는 ‘안마+웃짱+BJ+앤모드’이고 하드 기본 서비스는 ‘안마+올짱+BJ+69+입사+하비욧+부비부비+앤모드’입니다. 기본서비스 외 언니들마다 능력 차이가 있습니다. 더 궁금하신 게 있으시면 전화 주시면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일반인들은 잘 알아듣기도 힘든 용어들이 나오지만 이들 대딸방 커뮤니티인 YT인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내용. 예를 들어 ‘웃짱’이란 상의를 벗는 것을 말하며 ‘올짱’은 모든 옷을 벗는 것을, ‘앤모드’는 애인처럼 다정하게 스킨십을 하는 것을 말한다.

독재에 의한 평화?

어쨌든 중요한 것은 대딸방이라는 단일한 주제로 이렇게 많은 회원들과 업소들이 모이기도 쉽지 않지만 보다 독특한 것은 YT의 운영방식과 시스템이다. 이들 YT의 운영진들은 스스로를 ‘섹스 공화국’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실제 그들은 그 섹스 공화국을 이뤄나가기 위해 하나 하나 단결해서 전진해 나가고 있는 것. 그들은 일단 ‘민주적이고 공평한 운영’을 완전히 포기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YT는 수많은 회원들이 다양하고 이기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는 곳이다. 이들의 언행은 예측불허이며 이들이 활동하는 곳은 사회적으로는 ‘불법’ ‘퇴폐’라고 낙인찍힌 유흥계다. 이 수만 명의 다양한 성향의 회원들을 민주와 평등이라는 미명 아래 그대로 방치하면 말 그대로 아비규환의 무질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YT라는 거대한 ‘괴물’이 필요한 것이다. 이 YT라는 ‘괴물’은 매우 독점적이며 독보적이고, 강압적이며 절대적이다. 동시에 YT라는 ‘괴물’은 묘하게도 자상하며 이해심 많고 집단의 이익을 추구할 줄 한다. 이러한 틀 속에서는 수만 명의 회원들이 ‘질서’를 유지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독재자에 의한 평화’를 선택한 섹스 공화국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들은 대딸방 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추구하고 있고 그것을 서슴없이 선포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스스로 ‘커뮤니티에 도움이 된다면 악마와도 손잡을 수 있다’고 하거나 혹은 ‘YT에 방해되고 걸림돌이 된다면 인정사정없이 제거할 것이다’라고 천명하고 있다.

결국 대딸방 업소들을 자신들에게 완전히 복속시키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은 ‘이발소 업소를 망하게 하자’ ‘YT의 비추천을 받은 업소도 제거하자’ ‘YT에 복종하지 않는 공공의 적으로 간주되는 업소를 배척하자’는 등의 캐치프레이즈도 내걸고 있다.

자신들의 거대한 커뮤니티와 그 커뮤니티의 단결을 통해서 대딸방 업계는 완벽하게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다.

회원들도 이러한 YT의 여러 가지 목표와 방침에 복종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YT가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심지어 대딸방 스태프들의 표정 문제까지 거론하며 일일이 지적하고 있는 것.

“액센트도 없고 시종일관 무뚝뚝하거나 쪽팔려하는 말솜씨는 질색이다. 손님이 물어보면 상냥하고 자세히 답변해주어야 한다. 아가씨 ‘와꾸’(외모와 형태) 질문에는 장황하다 싶을 정도로 답변을 해주어야 한다. 자신의 업소 아가씨 ‘와꾸’ PR하시는 것은 괜찮다. YT회원들은 대부분이 베테랑이다. ‘와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면 회원들이 예리한 판단을 할 것이다. 쪽팔려한다거나 아니면 (유사)성매매 업소나 출입하는 오입쟁이라고 생각하면서 경멸하는 뉘앙스를 풍기면 그날로 끝장이다.”

여기에서 ‘끝장’이란 YT 전 회원들이 단결해 그 업소를 가지 않는다는 것으로 결국 망하게 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렇게 YT 운영진들이 회원들의 소소한 것까지 신경을 쓰고 배려를 하니 회원들의 충성도가 높지 않을 수 없다.

회원들의 높은 충성도

YT의 최종목표는 앞서 말한 것처럼 대딸방 업소를 자신들에게 완전히 복속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목표가 가능할까. 그들은 가격인상을 반대하는 등 그들 나름대로 업소보다는 ‘소비자’의 권익을 위해 압력을 가하고 있고 또한 이를 지지하는 회원들의 단결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대딸방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방문객들이 일단 온라인 사이트에 접속해 정보를 얻어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8만 명이 넘는 방대한 회원수와 엄청난 양의 대딸방 정보가 있는 YT야말로 독점적인 권력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업소가 함부로 터무니없이 가격을 올리거나 손님에게 불친절하게 대했을 때 YT는 가차없이 해당 업소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

8만 명의 단결력이라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결국 업소들도 YT에 ‘잘보이느냐 밉보이느냐’가 사업 성패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말을 안 들으려야 안들을 수 없는 것.

뿐만 아니라 이들의 카페 게시판 중에는 별도의 법률자문에 응하는 게시판도 있어 각종 성매수 사건 해결에 대한 법률상담까지 오가고 있다.

다음은 한 대학생이 아파트 성매매 업소를 방문한 뒤 불법체포와 다양한 폭언에 시달린 사건을 게시판에 올리자 한 ‘법률 전문가’가 자신의 소견을 밝힌는 것이다.

“위 사건은 체포에서 조사까지 모두가 불법 투성이다. 체포하기 위해서는 체포 당시 범인이라는 증거가 명백히 존재하여야 한다. 위 내용을 보니 아가씨의 성매매 진술은 경찰서에 와서 받아낸 것 같은데, 그렇다면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현행범체포요건을 갖추지 못한 불법체포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체포 당시 ‘미란다 원칙’도 고지하지 않고 아무런 반항도 없는 상태에서 폭행으로 체포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또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면 담당 경찰은 체포의 경위를 상세히 기재한 현행범인체포서작성 및 현행범인체포원부에 기재하여야 하며, 확인서를 받아 그 사건기록에 편철하여야 한다.”

글로만 봐도 해당 게시자는 상당한 법률적 지식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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