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2기 비서진 완전해부

이명박 정부가 출범 117일 만에 비서진을 전면 개편, 새 단장했다. 영남·교수 출신이 주를 이뤘던 1기와는 달리 지역안배가 이뤄졌으며 정치인·관료 출신 인사들이 대거 등용됐다. 또한 ‘강부자’ ‘고소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애쓴 흔적도 역력하다. 대통령실장에 정정길 울산대 총장을 임명했으며 정무수석에는 맹형규 전 한나라당 의원, 민정수석은 정동기 전 법무부 차관, 국정기획수석은 박재완 정무수석, 외교안보수석은 김성환 외교통상부 제2차관, 경제수석은 박병원 전 재경부 제1차관, 사회정책수석은 강윤구 전 보건복지부 차관, 교육과학문화수석은 정진곤 한양대 교수가 각각 기용됐다. 홍보기획관은 박형준 전 한나라당 의원에게 맡겨졌다. 이동관 대변인은 수석급 중 유일하게 유임됐다. 다양해진 구성만큼 다양해진 청와대 비서진의 프로필 <시사신문>이 집중해부 한다.


전면 개편된 2기 청와대 비서진 다양한 프로필 주목
지역 편중 줄이고 교수 집중 막고, 재산도 ‘적당히’
정정길 대통령실장 “비서진, 대통령 그림자이자 분신”
정치 감각 탁월한 ‘정무’, 실무진 대거 등용 눈에 띄네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 난항을 겪었던 데는 청와대 비서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단행된 비서실 전면 개편. 청와대는 사람을 바꾸고 조직을 바꿔 새롭게 나아가겠다는 구상을 실행에 옮겼다.

지역·출신·재산 편중은 NO

청와대 2기 비서진 인선은 ‘편중’을 줄인 인사를 핵심으로 했다. 서울 4명, 영남 3명, 호남 2명으로 호남인사가 한명도 등용되지 못했던 1기에 비해 지역편중을 줄인 것으로 평가된다. 지역 뿐 아니라 재산도 달라졌다. 초기 비서진의 재산 평균은 36억7000만원에 달했으나 2기의 재산 평균은 1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6억3000만원이다.

2기 비서진은 1기 비서진 8명 중 6명이 교수출신으로 ‘교수가 많았다’는 지적에 따라 교수출신은 2명으로 대폭 줄었다. 대신 실무에 강한 관료출신과 정치력을 가진 정치인이 상당수 포진시켰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2기 실장과 수석비서관은 각 분야에서 실무적·이론적 전문성과 경륜을 쌓은 인사로서 국민 눈높이에서 검증된 인사들을 중점 발탁했다”면서 “특히 일반 국민의 정서에 맞는 인재를 폭넓게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했고 분야별·지역별로 균형있는 인사를 도모했다”고 밝혔다.

2기 대통령실을 이끌어갈 대통령실장은 어떤 인물일까. 대통령실장에 임명된 정정길 울산대 총장은 경남 함안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행시 6회에 합격해 1969년부터 3년간 농림수산부에 근무하기도 했으나 학계로 진출,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한국행정학회장, 정부기능조정위원장, 서울대 대학원장 등을 거쳐 2003년부터 울산대 총장으로 재직하는 등 학자의 길을 걸어왔다. 대표 저서 ‘대통령의 경제리더십’에서 알 수 있듯 대통령학 권위자로서 대통령을 보좌할 최적임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교수 출신이지만 정부 내 위원회 활동 등에 참여해 왔으며 정·관계 유력 인사들과의 친분도 두터운 ‘마당발’이기도 하다. 조해녕 전 대구시장, 박철언 전 장관, 이명재 전 검찰총장, 이해봉 친박무소속연대 의원 등이 경북고-서울대 법대 동기들로 알려져 있다.

전임 류우익 실장과도 친분이 있으며 류 전 실장이 그를 추천했다고 한다. 류 전 실장과는 1980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대에서 각각 행정대학원 교수와 지리학과 교수로 일하며 인연을 쌓았다.

이 대통령과는 1964년 한·일 국교 정상화 반대 시위를 주도, 함께 옥고를 치렀으며 이후 40여 년간 친분을 유지해 왔다. 6·3 동지회 회원인 이들이 깊은 인연에는 역시 6·3사태의 주역인 한나라당 김덕룡 전 의원의 매개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정 실장 임명과 관련, “여러 차례 실장직을 권유했으나 고사했다”면서 “그러나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고 보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부탁했고, 겨우 수락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청와대 비서진은 대통령의 그림자이자 분신”이라며 “대통령실장과 수석이 전면에 나서서는 안된다. 비서진은 뒤에서 소리 없이 대통령을 보좌하고, 내각을 뒷바라지하는 데 주력해야한다”는 ‘그림자론’을 설파하고 있다.

정치인으로 잡음 줄인 ‘정무’

초기 비서진에서 항상 말썽이던 정무부분은 정치인의 손에 맡겨졌다. 정무수석에 임명된 맹형규 전 한나라당 의원은 서울출생으로 경복고, 연세대정외과를 졸업했다. 15대에서 17대까지 3선 의원을 지내며 서울방송 보도국보도위원,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대통령직인수위 기획조정분과간사를 역임했다. 지난 총선에서 낙천한 후 청와대 입성이 유력시 돼 왔다.

맹 정무수석은 원만한 성품으로 여야를 아우르는 폭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정무·민정·외교안보·홍보기획 등 정무분야를 총괄하면서 소통부재를 해결하고 정무와 홍보기능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솔직담백하고 온순한 성품으로 원만하고 폭넓은 인간관계가 강점”이라며 “균형 감각과 부드러운 이미지의 중견 정치인으로서 풍부한 의정 경험을 바탕으로 청와대와 국회, 시민단체 등의 갈등 조정을 통한 상생 관계 구축에 적격”이라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그는 임명장을 받자마자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함께 국회로 향했다. 맹 수석은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민주노동당 천영세 대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 등을 차례로 접견하고 취임 인사를 하는 등 ‘여의도 정치’와의 소통을 위한 발 빠른 행보를 펼쳤다.

이와 함께 민정수석에 정동기 전 법무부 차관, 외교안보수석에 김성환 외교통상부 제2차관, 홍보기획관에 박형준 전 한나라당 의원이 임명돼 맹 수석과 함께 정무·홍보 라인을 담당하게 됐다.

정동기 민정수석은 서울 출신으로 경동고, 한양대법대를 졸업, 사시18회로 법무부차관, 대검찰청차장, 대통령직인수위 법무행정분과 간사를 역임했다. 온화한 성품이면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소신껏 밀고 나가는 뚝심과 배짱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기획력과 정책판단력이 뛰어난 검사로 자기관리에 철저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은 서울출생으로 경기고, 서울대경제학과 졸업 후 외무고시 10회로 공직에 들어섰다. 외교통상부 북미과장, 기획관리실장, 주오스트리아대사를 거쳐 제2차관을 맡아왔다. 러시아와 동유럽, 미국을 두루 거친 대미·대러관계 전문가로 북핵문제는 물론 자원, 통상외교에도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다.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지난 총선에서 부산 수영에 출마했다가 친박 무소속연대 유재중 후보에게 고배를 마신 후 지역구 관리에 매진해 오며 때를 기다렸다. 이 대통령의 캠프 대변인과 한나라당 대변인을 잘 소화하며 대언론, 대국민 메시지 전달능력이 검증됐으며 홍보기획력도 갖추고 있다.

실무능력 탄탄히 꾸려

국정기획수석은 박재완 정무수석이 자리를 옮겨 맡았으며 경제수석은 박병원 전 재경부 제1차관, 사회정책수석은 강윤구 전 보건복지부 차관, 교육과학문화수석은 정진곤 한양대 교수가 각각 기용됐다. 청와대 대변인 이동관 대변인이 그대로 맡는다. 정치권은 청와대 비서진이 ‘교수’에서 ‘관료’로 이동하며 실무능력을 얻었다고 보고 있다.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은 경남 마산출생으로 부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으며 행정고시 23회 출신으로 감사원, 재무부, 대통령비서실 등을 거쳐 성균관대교수, 경실련정책위원회 위원장, 17대 국회의원 등을 거쳤다. 정부와 국회, 학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정부개혁이 권위자로 꼽힌다. 공약사업과 국책과제를 추진을 주도할 수 있는 몸에 맞는 자리로 옮겼다.

박병원 경제수석은 부산출생으로 경기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 행정고시 17회로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차관보, 제1차관을 거쳤다. 기획정책예산에 밝은 정통경제관료로서 내용 파악이 빠르고 암기력이 뛰어난데다 아이디어도 풍부하다. 거시정책, 예산 등 전공 분야는 물론 금융, 세제, 부동산 등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강한 내공을 가지고 있어 역대 재경부간부 중 최고의 전문성과 능력과 인품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금융지주회장을 역임, 현장감있는 정책 추진의 적임자로 꼽힌다. 경제팀을 이루게 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는 서울법대 선후배 사이다.

강윤구 사회정책수석은 전남 영광출생으로 광주고, 고려대 철학과를 나왔으며 행정고시 16회로 공직에 발을 들였다. 옛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1987년 복지부에 국민연금 업무가 생기면서 기금관리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보건복지부기획관리실장, 차관을 거쳐 순천향대 의료과학대학장을 맡아온 보건, 복지, 행정분야 전문관료다.

말술을 마다하지 않는 두주불사형으로 아랫사람을 잘 챙기는 등 인간관계는 원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신만의 정책 소신이 없는 인물이어서 현재의 정책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은 전북출신으로 남성고와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 한국교육정책학회회장, 경실련교육위원장, 교육혁신위원회위원, 한양대교육학가 교수 등 교육관련분야에서 현장감있는 경험을 쌓은 교육정책 전문가다.

전형적인 교육학자로 교육의 근간을 중요시하는 인물이다. 교육성과는 단기보다는 중·장기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자기논문 표절 의혹에 휘말리자 스스로 임명을 유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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