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없이 출항한 이명박 호의 예견된 비극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누구나 알고 부르는 윤극영의 동요 ‘반달’이다. 느닷없이 웬 반달 동요인가. 간절한 소망 때문이다. 돛대도 달지 않고 삿대는 없어도 은하수를 잘 건너는 쪽배가 부러워서다.

작년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진 않았어도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후 진심으로 바랐던 것은 제발 정치를 잘 해 줬으면 하는 것이었다. 이명박 정권 좋아서는 아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나라가 소중하기 때문이다.

미우나 고우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5년 동안은 대통령인데 만약 잘못하면 고난과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이 당해야 된다. 과거는 덮어두고 숨을 죽이며 지켜 봤다.

선거 동안의 온갖 말이 무성했어도 이명박은 대한민국호의 선장이다. 5년이라는 긴 항해를 위해 준비는 잘 했겠지 믿고 싶었다. 국민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명박 호는 출범했다. 인수위로 눈이 쏠렸다. 인수위가 어떤 일을 했는지 되돌아보기가 민망하다. 지금도 국민들 입에 오르내리는 숱한 시행착오들. 대통령은 벌써 두 번째 국민들에게 잘못 했다고 사과했다.

신이 아니기에 인간은 잘못을 할 수 있다. 잘못을 하면 당연히 사과를 해야 한다. 대통령이던 평범한 시민이던 마찬가지다. 문제는 사과의 진정성이다. 진정성이 있으면 믿고 용서해 주며 없으면 믿어 주지 않는다. 안 믿을 뿐이 불신은 가중되고 다음에는 무슨 말을 해도 안 믿는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그 짝이다. 후보시절부터 이런 저런 구설수에 올라 불신을 샀고 아직도 대통령이 정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 당사자야 억울하기 짝이 없겠지만 못 믿는 국민만 원망할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 오죽 말이 많았는가. 내각을 구성할 때부터 참 잘못했다. ‘고소영S'니 ’강부자‘ 내각이니 얼마나 비난이 많았는가. 청문회 과정에서 떨어진 후보자가 몇 명인가. 그런 문제점이 있었으면 본인이 알아서 사양했어야 했다.

자기들 때문에 대통령이 얼마나 곤욕을 치렀는가. 참 나쁜 사람들이다. 그 후 청와대 수석비서진 구성에서 불거진 말썽들도 이명박 정부가 과연 집권능력이 있는지 불신을 사기에 충분했다. 집권초기에 이런 참담한 꼴을 당한 대통령은 없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명박 호는 출범을 했고 출범했으니 잘해야 한다. 이해득실이야 서로 다르지만 정치가 잘 되면 나라살림 좋아지고 그 덕은 국민도 보게 마련이다. 강남 부자들이 더 이익을 챙길지는 몰라도 국민들도 덕 좀 볼 것 아닌가.

대선에서 530여만 표 차이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이유는 별 게 아니다. 경제를 살리라는 것이다. 현대건설 회장도 지냈고 TV드라마의 소재로도 등장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니 경제만은 제대로 챙길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헌데 출발부터 영 아니라는 생각을 국민들이 한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만 하더라도 국민의 생각은 요지부동인데 왜 그리 고집인가.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안한다고 했으니 결국 민심만 잃은 꼴이 되지 않았는가.

수많은 시행착오는 일일이 열거하지 않는다. 다만 조난을 당한 난파 직전의 이명박 정부가 정말 해야 될 일이 뭔지 말하고 싶다.

민심이 떠났다는 것은 이미 여론조사를 통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여러 계통을 통해서 민심을 보고 받았을 것이다. 지금 당장 이명박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하겠다고 해도 서러워 할 국민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사과는 두 번이나 했지만 진심이라고 믿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소금이 짠지 아닌지는 맛을 봐야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국민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저거 진짜네 하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은 약속한 것이 있다. 자신의 재산 수 백 억을 헌납한다는 국민과의 약속이다. 집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애 써 번 재산을 내 놓는다는 것은 감동이다. 대통령이 약속을 칼 같이 지키면 민심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만도 그렇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국민의 검역주권을 제대로 지켜 내지 못했다고 믿는다. 국민건강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믿는다. 이번 대국민 사과에도 핵심은 믿어 달라는 것이다. 그러면 믿어야 되는가. 못 믿는다.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와도 안 사먹으면 된다는 말은 대통령의 큰 실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서 장관들이 쏟아 놓은 말들은 하나 같이 한심했다. 이것이 고스란히 대통령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어린 여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나왔고 그 애들은 바로 쇠고기를 먹을 당사자들이다. 급식으로 나오는 수입 쇠고기를 먹어야 하는 아이들이 아닌가. 당연한 항의다. 엄마는 화가 났다. 내 새끼를 지키겠다는 어머니의 분노를 누가 욕할 수 있는가. 누가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자식의 건강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대통령이 진정으로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어머니들이 그렇게 까지 분노했을까.

헌데 대통령이 말했다. 도대체 “양초를 무슨 돈으로 사며 배후는 누구냐. 조사해 봐라.” 이건 정말 할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화가 더 났다. 경찰이 물대포를 쐈지만 국민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입이 화를 부른 것이다.

이번 두 번째 사과를 들으면서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 말 많이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잘못에는 변명이 필요 없다. 듣는 국민이 잘 안다. 국민은 변명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에서 울어난 사과와 진솔한 반성을 보고 싶어 한다.

쇠고기 협상 잘못했다. 재협상 요구한다. 재협상 없으면 쇠고기 수입 안 한다. 무역보복 당해도 할 수 없다. 국민과 함께 견디겠다.

쇠고기 협상은 외교부가 주도했다니 외교통상부장관과 농수산식품 장관 내 보내야 했다. 이랬으면 민심이 달라졌을 것이다. 미국이 우리나라 처 들어 올 것인가. 미국에게 벌벌 떨 필요 없다. 미국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다. 미국도 별 수 없다. 미국의 횡포는 세상이 안다. 국민은 그런 당당한 대통령을 원하는 것이다.

쇠고기 문제로 미국에 간 김종훈이 돌아 왔다. QSA(품질시스템평가)라는 어려운 말을 가지고 돌아왔다. 미국 수출업자가 참여하는 민간자율규제라고 한다. 이익을 남기자는 업자가 자기 상품 이상 없다고 정부에게 인정해 달라면 도장 찍어 주는 것이다. 미국정부가 직접 보증하는 EV방식이 아닌 간접 보증이 바로 QSA라는 것이다.

미국의 수출업자가 도덕군자인지는 몰라도 좀 그렇다. 왜 미국정부가 직접 보증하는 EV방식은 못 얻고 간접 보증일까. 무슨 사정인지 국민은 궁금하다.

과연 미국정부의 간접보증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신뢰성이 회복할 수 있을까. 미국 수출업자들의 대단한 로비는 미국정부도 손을 든다. 그들을 과연 믿을 수 있는가.

장사꾼이 신용을 잃어버리면 끝이다. 하루 빨리 회복해야 한다. 개인이 신용불량이면 당사자만의 불행이지만 대통령의 신용불량은 국민을 불행하게 만든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곤경도 국민에게 신용을 잃어버린 탓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는 신용불량자가다. 그래서 못 믿는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표를 주었던 이유의 하나인 불도저 같은 추진력은 대통령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강력하지만 합리적인 추진력을 원한 것이다. 대통령이 오해했다.

기업의 회장은 단독으로 결정하고 말 듣지 않는 직원을 쫓아낼 수 있다. 국민이 회사 직원인가. 국민이 주인이고 대통령은 국민이 고용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착각을 한 것이 아닌가.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 가야 하는 것이다. 나를 뽑아 줬으니 믿어 달라. 미국정부가 그렇게 한다고 했으니 믿어 달라. 아무리 애걸을 해도 국민이 거부하면 도리가 없다.

다른 방법이 하나 있다. 권력을 동원해서 독재를 하는 것인데 운동권 출신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은 결코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지 않을 것이다.

정치는 대통령이 혼자서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참모들이 필요하다.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의 장관들이 대통령을 도와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한다. 때문에 참모들은 참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KBS와 정연주 사장 탓이고 촛불 집회 역시 방송 탓이라고 주장하는 최시중 같은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대통령의 두 번째 사과가 있고 청와대 비서실 개편이 있었다. 이동관 대변인만 살아남았다. 아주 잘못한 것이다. 강원도 춘천 인근의 절대농지를 사들인 이동관이다. 사들이는 과정에서 허위 작성한 위임장을 첨부한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공문서를 위조한 이동관이다. 책임도 묻고 상징적 의미로도 이동관 대변인은 갈았어야 한다.

그런 그가 살아남았다. 화장실에서 아무리 쾌변을 봤다 해도 뒤가 깨끗이 정리 안 되면 그건 아니다. 이미 나타난 사실만으로도 이동관 대변인은 벌써 청와대를 나왔어야 한다. 그런 이동관이 살아남았고 대통령의 인사는 망쳤다.

왜 이런 잘못을 하는가. 모든 국민이 자기 마음 같은 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은 대통령에게 빚이 없다. 530만 표를 더 줬는데 무슨 빚인가. 대통령만 국민에게 잘 할 의무가 있다. 대통령이 얼마나 이동관을 사랑하는지는 몰라도 이동관 스스로 그만 두겠다고 했어야 하고 아니면 대통령이 내 보내야 했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무슨 일을 결정해도 무조건 옳다고 선전하는 언론을 국민들은 경험했고 언론의 치욕으로 남아 있는 사전적 의미의 ‘땡 전’ 뉴스는 지금도 수치다.

지금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가 무슨 일이 있어도 방송만은 장악해야 된다는 아집에 사로잡혀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으면 이럴 수가 없다. 대통령 선거기간 중 방송특보를 지낸 사람들을 모조리 방송사 사장으로 임명하려는 데 어떻게 방송장악으로 보지 않을 수 있는가.

YTN의 구본홍. ‘스카이라이프’의 이몽룡. 아리랑 TV의 정국록. 방송광고공사의 양휘부. 그리고 KBS의 정연주가 나가면 그 자리에 앉을 것이라고 세상이 다 아는 김인규.

정말 해도 너무 한다. 아예 여론 같은 것은 염두에도 없다는 대국민 선언이다. 아무리 반대를 해도 방송만은 절대로 못 놔. 이렇게 생각한다면 참 비극적인 착각이다. 기자회견 중 미리 한 약속 때문에 기자들이 질문을 못했다 치더라도 대통령이 절대로 방송장악은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선언을 했으면 얼마나 점수를 땄을까. 아쉽다.

설사 이명박 정권의 기도대로 방송사 사장은 언론특보 출신으로 모두 심어놓고 모든 방송을 입맛대로 내 보낸다고 하자. 그러면 정치가 물 흐르듯이 흘러가리라고 믿는가.

포기했던 대운하는 다시 추진되고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도 수입을 할 수 있고 광우병 RSM(광우병위험물질)이 포함됐을지도 모를 내장이 수입되도 국민이 가만히 있으리라 믿는가.

축구경기에서 자살골이라는 것이 있다. 설명할 필요도 없다. 방송장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자살골을 넣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바르게 알려주는 참모가 있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라는 최시중은 뭘 하고 있는가. 해야 될 일은 안 하고 안 해야 할 일은 골라서 하는 방송장악의 사령탑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해임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방송장악의 뜻이 없다고 대통령이 말해도 최시중이 그 자리에 있는 한 국민은 믿지 않는다. 신뢰회복의 가장 좋은 방법은 신뢰를 잃은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최시중이 바로 원인이다.

지금 방송사 사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을 청와대로 불러 술 한 잔 함께 하며 사장 자리 단념하라고 간곡하게 설득하면 이해할 것이다. 절대로 사장 안 한다고 그들이 공동성명을 내면 국민들은 믿을 것이다.

KBS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정연주 사장이 무슨 배임죄를 저질렀다고 고소당해 검찰이 조사한다는 것도 중단시키면 신뢰회복의 좋은 방범이다. 감사원과 검찰 고유영역이라서 간섭 못한다고 하면 국민들이 웃는다.

법무장관이 조중동의 광고중단 요구 전화를 조사한다고 하는데 이런 장관은 야단쳐야 한다. 조중동에게는 자신에 대한 비판을 해도 좋으니 제발 왜곡 보도는 하지 말아 달라고 공개부탁을 해야 한다. 그럼 인기 올라간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라는 노래가 유행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백 번 옳은 말이다. 여기에 한 마디 덧 부치면 대통령의 권한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해야 한다.

이명박 호는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로 없이 출범한 선박과 같다. 어쩌면 이렇게도 방향을 못 잡는가. 이유는 대통령의 독선과 자만이다. 내가 하면 옳다는 생각은 누구의 경우라도 옳지 않다.

무오류는 신의 몫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제부터 할 일은 진짜 소통이다. 소통은 쌍방향이다. ‘이거 하시오.’ ‘네 알겠습니다’ 이것은 소통이 아니다.

준비 없이 떠난 배가 표류할 것은 당연하다. 이명박 호는 5년을 가야하는 긴 항해에서 불과 3개월 만에 조난을 당했다. 그냥 항해를 강행한다면 침몰이다.

다행이 이명박 선장이 조난의 원인과 심각성을 느끼고 방법을 모색했다. 선박을 세우고 새로 정비를 할 경심을 했다.

“청와대 뒷산에 올라 촛불의 긴 행렬을 보면서 ‘아침이슬’을 들었다.”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를 개선하겠다는 결심을 피력했다. 그러나 언론문제만은 제외했다. 역시 건드리지 싶지 않은 성역인 모양인데 그건 아니다.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차점자 보다 530만 표를 더 줬다. 얼마나 대단힌 신뢰인가. 이 정도면 최상의 신임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어느 누구라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좋은 정치를 해 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것을 다 까먹었다. 10%대의 지지율은 내각책임제라면 벌써 권좌에서 내려와야 할 수치다. 항해불능 상태에서 멈춰버린 이명박 호를 국민은 주시한다. 얼마나 제대로 고칠 것인가.

돛대로 아니 달고 삿대로 없이 출항한 것은 잘못이라 하더라도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제대로 항해를 한다면 국민은 한 마음으로 지지를 보낼 것이다.

선박의 상태를 정확히 점검해야 한다. 어물거리며 시간이나 끌어 해결될 일이 아니다. 냉정하게 잘못된 곳을 고쳐야 한다. 실패하면 침몰이다.

국민이 더 이상 선장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으면 선장은 하선해야 한다. 죄 없는 국민이 무능한 선장과 함께 침몰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돛대도 제대로 달고 삿대도 잘 만들어서 이명박 호가 순항하기를 모든 국민과 함께 기원한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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