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소문 없이 지분 늘려 ‘오너등극초읽기’

최근 재계 주요 그룹들의 오너일가 지분 이동이 활발하다. 차기 대권을 바탕에 둔 후계구도 차원에서다. 이미 지분 승계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나선 곳도 여럿이다. 아직까지 직접적인 경영권과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소리 소문 없이 지분을 늘려 대주주로 등극한 예비후계자들도 있다. <시사신문>이 속속 경영전면에 다가서고 있는 재벌그룹 로열패밀리들의 행보를 따라가 봤다.

명부에 이름 올리고 경영 능력 검증 중!
주요 그룹 차기 대권 예약 황태자 누구?


현재 재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후계자들은 20여 명에 이른다. 이들 중에는 경영 전면에 나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후계자가 있는가 하면 아직까지 경영권과는 거리를 두고 예비후계자의 조용한 행보를 걷고 있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서 승계를 염두에 둔 지분이동 만큼은 모두가 적극적이다. 후계자들의 뜻이라기보다는 아무래도 집안의 뜻이 강할 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심지어 주식이 무엇인지 모를 듯 보이는 초등학생 손자손녀에게까지 막대한 주식이 증여되고 있을 정도다.

차기 대권 향해 ‘고고~’

이미 주요 재벌그룹들의 경우 로열패밀리 2·3·4세로의 지분승계가 마무리 단계다. 재계 전문 사이트인 재벌닷컴이 지난 6월 초 ‘국내 50대 그룹(자산총액 기준) 지주회사 및 핵심기업의 최대주주 및 자녀 지분 내역’을 조사한 결과 삼성, 롯데, 동부, KCC, 현대백화점, 대한전선, 애경, 농심 등 13개 그룹사의 지분구조상 이미 후계자에게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삼성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그룹의 핵심 기업인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25.1%를 보유해 지분으로만 보면 사실상 그룹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이고, 롯데그룹 역시 신동빈 부회장이 롯데쇼핑 지분 14.59% 등을 확보하고 있어 ‘회장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는 모양새다.

또 KCC는 정상영 명예회장에서 장남 정몽진 회장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은 정몽근 명예회장에서 장남 정지선 회장으로, 애경그룹은 장영신 회장에서 장남 채형석 부회장으로 각각 그룹의 핵심 지분이 넘겨져 경영권 승계가 완전히 마무리됐다.

이처럼 이미 후계 딱지(?)를 떼도 무관할 만큼 대주주의 위치에 올라 그룹의 경영전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질적 오너들이 있는가 하면 경영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있지만 지분이동을 통해 대주주에 이미 올라 있는 예비후계자들도 여럿이다.
대표적인 곳은 동부그룹과 LG그룹 등이다.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외아들인 남호씨의 경우는 아직까지 경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다. 그럼에도 그는 동부제강과 동부화재 등의 대주주로 올라서 사실상 차기 대권이 유력한 상태다. 남호씨는 미국 동부에 자리 잡은 명문 웨스터민스터대를 졸업한 상태로, 재계에선 그의 경영 입문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사실 남호씨에 대해선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그는 이미 지난 2002년부터 재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동부그룹 주력 계열사 주식을 잇달아 사들이면서 재계의 관심을 모았던 것이다. 당시 김 회장 다음으로 많은 주식을 보유, 그룹 밖에 있는 상태에서도 사실상 2인자나 마찬가지였다.
남호씨가 주식을 물려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4년부터다. 당시 미성년자면서 학생 신분이었지만 주요 계열사 주식을 조금씩 매집했다. 1994년 2월말엔 특히 동부화재(당시 한국자동차보험) 유상증자에 참여, 지분을 0.1%에서 13.4%로 늘려 김 회장 다음 2대주주로 뜀박질 했다.

실제 남호씨는 동부화재의 14.6% 지분(995만1520주)을 보유,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반면 김 회장은 12.10%(856만8500주)며, 장녀인 주원씨는 4.07%(287만9640주)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놓고 재계 일각에선 이미 동부그룹의 지분승계가 끝났으며 차기 오너경영인을 향한 남호씨의 행보만이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동부그룹과 함께 재계가 후계자와 관련,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곳은 LG그룹이다. 4세 경영이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양자인 광모씨가 (주)LG 지분율(4.45%)을 지속적으로 늘리며 대주주에 등극한 상태여서다.

광모씨는 지난해 소리 소문 없이 LG전자에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에서 나섰다. LG그룹이 그동안 구인회 창업주-구자경 명예회장-구본무 회장으로 이어진 ‘장자(長子) 승계’ 원칙을 지켜왔다는 점에서 광모씨의 경영수업은 경영권 승계 일환으로 풀이되는 대목. 구 회장의 두 딸인 연경과 연수는 후계구도와는 무관한 상태다.

광모씨의 후계자 물망은 사실 1994년 구 회장의 외아들인 원모씨가 사망하고, 바로 아래 남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 광모씨를 양자로 입적하면서부터 관심사였다. 특히 광모씨는 양자 입적 후 LG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G 지분을 빠르게 늘렸고, 더불어 LG상사 지분과 비상장사인 LG이노텍 지분도 가지고 있다.

지분 늘려 후계자 부상

한화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도 후계자들의 지분 늘리기가 활발한 곳이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동관씨가 (주)한화 지분율을 크게 높인 상태다. 지난 2005년 3.47%에 불과했던 동관씨의 한화 지분율은 현재 5.34%까지 급증했다. 더불어 한화씨앤씨 등 그룹의 다른 계열사 대주주 명부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어 경영권 승계를 점치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장남 세창씨 역시 그룹 차기 대권의 유력한 예비후계자로 꼽힌다. 세창씨는 현재 금호타이어에 근무하고 있는데, 금호석유화학 지분 4.71%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세창씨는 금호가문 3세 가운데 유일하게 그룹 내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데다 금호석유화학 이외에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 지분 3.01%를 확보해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부상한 상태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