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보면 공중전화박스를 보기 힘들다. 길이나 공공장소에 덩그라니 놓여 있는 공중전화는 사람들로부터 외면 아닌 외면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대신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휴대폰을 그 대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너도나도 휴대폰 마니아가 된 셈이다.

그런데 이동통신사들은 이 같은 사람들을 우습게 여긴 모양이다. 고객만족도를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얌체처럼 통화당 10원꼴로 주머니를 채웠으니 말이다. 다행히도 감사원을 통해 적발됐지만 무려 7년 가까이 지속됐으니 서민들의 호주머니는 그만큼 가벼워진 꼴이다.

통신사업자 불공정행위 규제 실태를 조사한 감사원에 따르면 국내 이통 3사는 통화사용료를 10초 단위로 부과하고 있다. 휴대폰 요금이 적정요금보다 최대 91배나 더 많은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지난 2001년 ‘CDMA-2000’이라고 떠들고 광고를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전송속도가 빠른 새로운 통신망을 도입한다고 유혹했다. 그리고는 전송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을 빌미로 데이터 요금제를 시간제에서 용량제로 바꿨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요금기준이 새로운 통신망이 아니라 예전의 느린 통신망을 기준으로 정했다고 한다. 얼마나 소비자들을 우습게 여겼으면 그런 장난을 쳤을까 하는 생각에 화가 난다.

감사원의 직접실험 결과를 보면 이통사의 상술이 더욱 가관이다. 휴대폰으로 음악파일을 다운로드 받아보니 한 패킷에 0.05원 정도면 되는 것이 실제 요금은 4.55원이었다. 무려 91배나 높다. 화상통화요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03년 용량제로 바꾸면서 무려 23배나 더 비싼 10초당 400원으로 높였다. 2001년에는 10초당 17원이었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한 함정은 10초당 부과하는 요금체제에 있다. 이동통신 3사는 10초당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문제는 11초만 통화해도 20초만큼 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외국은 1초당으로 계산하는데 이들 3사만 10초당을 고집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렇게 거둬들인 낙전수입이 8000억원대로 추정 집계했다.

이통 3사는 이번 감사원 결과 발표를 계기로 환골탈태하길 기대한다. 소비자는 봉이 아니다. 주머니 쌈지돈을 털어 배속을 챙기는 것은 소인배나 하는 행동이다. 소비자들은 이번 일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 곰곰이 생각해본다면 해답이 나올 것이다.

소비자들의 불만을 자극해서 얻을 것은 없다. 잘못을 했으면 그것을 인정하고 거듭나야 하는 게 정상이고 기업의 본분이다. 3사는 이번 평가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기업의 이윤도 좋지만 공익에 우선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그런 모습을 견지해 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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