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업계, 여신규제 완화 절실

“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신 금리 덕에 돈이 몰리고 있지만 여신에 대한 규제가 지나치게 많아 자금 운용이 쉽지 않다” 은행권의 예대마진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는데 반해 서민금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상호저축은행업계는 요즘 고사직전의 상황이다. 올 들어 한중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한지 2주만에 플러스저축은행이 다시 영업정지를 당했다. 이 같은 연쇄 영업정지사태에 대해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들은 현행 금융감독 및 규제가 저축은행들의 영업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수신금리가 일반 시중은행보다 1∼2% 높은 저축은행업계로 자금이 몰리는데 반해 지역영업을 벗어날 수 없는 한계로 인해 자금운용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내수침체로 부실채권은 늘어만 가는 현실에 직면해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금융감독당국은 부실영업이나 불법대출이 횡행하는 저축은행업계의 상황에서 규제 완화보다는 오히려 경영건전성에 대한 감독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 최근 1년간 5개사 영업 정지돼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부실한 경영실적으로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저축은행은 한나라, 한마음, 아림, 한중 등을 포함해 모두 5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작년 2월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에 미달해 결국 영업이 정지된 한나라저축은행은 적당한 인수자마저 찾지 못해 법원에서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저축은행은 모두 금융감독원이 경영건전성 평가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는 BIS 자기자본 비율이 1%에 미치지 못해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는데 현행 감독체계에서 BIS비율이 3∼5%일 경우 경영개선권고, 1∼3%는 경영개선요구, 1% 미만시 경영개선명령을 각각 받게 된다. 특히 지난해 6월부터 금융감독원이 자기자본비율 감독기준을 종전 4%에서 5%로 상향조정하면서 이를 맞추지 못하는 저축은행이 속출하고 있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최근 1년동안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 5개 회사 가운데 3개는 지난해 하반기에 징계조치를 받았다는 점에서 감독기준 상향 조정이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기간에 미리 자본을 확충하거나 여수신 규모를 줄이지 못하는 저축은행들은 높은 수신금리와 소액신용대출 부실화를 견디지 못하고 자본잠식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불황이 장기간 지속되는 가운데 해당 지역에만 국한해 영업을 해야하는 저축은행들로서는 경영수지가 악화되는 것을 감당할 재간이 없을 만큼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만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주주나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불법대출 등 사고라도 있다면 문을 닫는 것은 사실상 시간문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최근 적기시정조치로 영업이 정지된 플러스저축은행의 경우 출자자의 대출이 경영부실로 이어지면서 결국 문을 닫게된 원인 가운데 하나였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플러스저축은행은 지난 2003년말 이후 출자자를 대상으로 280억원의 대규모 불법 대출을 했던 사실이 적발된 바 있다. 이에 앞서 영업이 정지된 경남의 아림저축은행과 서울소재 한중저축은행 역시 불법 대출과 전산조작은 물론 대출금 횡령까지 겹치는 등 경영진의 불법행위가 부실을 초래한 바 있다.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소규모인 저축은행은 견제장치가 부족해 경영진과 대주주가 모의만 한다면 자금을 맡긴 고객과 직원들이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 여신규제 대폭 완화 절실해 그러나 막상 선량하게 영업을 하고 있는 우량 저축은행인 경우라도 서민금융 환경이 점점 열악해지면서 경영애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연쇄 영업정지사태를 목도하고 있는 업계는 근본적으로 저축은행업계를 옥죄고 있는 여신규제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단 생존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규제로 인해 대출영업을 할 수 있는 틈새시장에 접근할 여지까지 없애는 금융감독당국의 무리한 규제는 전향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우선 여신에 대해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는데 현행 저축은행 감독규정에 따라 여신은 자기자본의 20% 이내에서 최고 80억까지로 한정하고 있다. 일반 가계에 대해서는 최고 3억원이고 자기자본의 10%를 넘는 대출금의 합계액이 자기자본의 5배를 넘지 않는 한도까지 허용되며 대출총액의 절반은 의무적으로 해당 영업구역 내에서 이뤄지도록 영업이 규제돼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신 금리 덕에 돈이 몰리고 있지만 여신에 대한 규제가 지나치게 많아 자금 운용이 쉽지 않다”고 실상을 밝혔다. 그는 또 “시중은행이나 여타 금융기관의 압력에 밀려 그동안 지점 설치규제 해소는 아예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저축은행의 영업 확대는 결국 중소 자영업자와 평범한 직장인을 비롯한 서민들의 신용회복과 밀접한 연관이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저축은행이 지점을 증설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이 법정 자본금의 2배이상이며 출장소의 경우 1배이상이 돼야 하며 최근 2년간 금감원 검사결과 임직원이 정직 이상의 징계사실이 없어야 한다. 아울러 BIS 자기자본비율이 8%이상으로 양호한 자산건전성을 유지하고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8%이하로 재무상태도 건전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금감위의 인가를 받을 수 있다. 업계는 현재 은행·증권·보험은 물론 상호금융기관인 신용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까지도 점포 설치에 대한 규제를 받지 않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하면 논리에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결국 저축은행업계의 까다로운 지점 설치 규정 때문에 전국 110여개의 저축은행 가운데 지점을 두고 있는 곳은 불과 40개사에 그치는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턱없이 높게 잡힌 자산건전성 판단기준인 BIS비율 8%도 적정수준이 아니라며 굳이 외환업무를 취급하지 않는 저축은행이 국제기준의 적용을 받아야 하며 반문하고 있다. ■ 금융감독원, 부실 저축銀 신속 퇴출만 강조 반면 금융감독원의 입장은 사실 업계의 볼멘소리와는 전혀 딴 판이다. 이를 반증하듯 윤증현 금감원장은 지난 25일 열린 저축은행 경영건전화를 위한 워크숍에서 “BIS비율 하락 등 부실이 심각해 정상화 가능성이 희박한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적기시정 조치를 과감히 발동, 조기에 정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원장은 또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저축은행에 대해 경영개선협약을 체결해 사전에 자구노력을 기울이게끔 적극 유도하겠다”고 말해 규제 완화보다 감독강화를 강조했다. 이 같은 금감원의 감독 강화방침은 최근 저축은행들의 잇따른 영업정지사태는 과거 부실자산의 누적과 대주주 전횡으로 자산건전성이 악화돼 계속되는 부실경영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저축은행에서 향후 불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과징금까지 부과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임원 결격사유를 강화, 밀착 상시감사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한구 비은행감독국 팀장은 “최근 실시된 일부 저축은행 검사결과 출자자에 대한 대출 및 휴·폐업업체에 대한 대출, 전산원장 및 예금원장 불법조작 사례가 적발돼 앞으로는 예방이 가능할 수 있도록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감독 강화방안에 대해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지나친 규제는 업계 전반의 영업의욕을 저해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며 “현행 규제 아래서도 영업하기 힘든 데 오히려 저축은행업계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지나 않을지 걱정된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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