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성석제, 삶의 신산스러움에 시선 돌리다

생동하는 입담과 해학의 이야기꾼 성석제가 2002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이후 3년 만에 들고 나온 소설집. 현대문학상 수상작 '내 고운 벗님'을 비롯해 9편의 단편 속에 여러 군상들을 여전히 빛나는 날카로운 풍자와 통찰로 실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전개와, 등장인물이 들려주는 옛날이야기가 액자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표제작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는 군더더기 없이 잘 짜여진 이야기 속에 녹아든 깊은 모정과 그리움, 슬픔의 정서가 독자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작품이다. 한 시골 마을 낚시터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내 고운 벗님'에는 현실에 대한 세련된 야유가 담겨 있으며, 상가의 슬픈 곡소리를 절묘하게 묘사해 낸 '잃어버린 인간'에서는 일제에서 한국전쟁, 독재로 이어지는 신산한 세월 속에 이야기를 채워넣고 그 이야기 속에 다시 풍문에 쌓인 한 인간의 실체를 찾으려는 노력을 담았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어린 시절 자신의 철없는 폭력과 대면하기도 한다. 또, 지방도시에 새로 부임한 경찰서장의 뇌물사건을 다룬 '만고강산', 부(富)에 대한 허망한 집착을 다룬 '인지상정'에서는 부와 권력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읽을 수 있다. 성석제는 이번 소설집에서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풍자하기보다는 삶의 신산스러움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 나의 형제,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을 닮은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이번 소설집만의 특징이라면, 터져 나오는 웃음 뒤에 눈가를 적시는 축축한 기운에서 찾을 수 있겠다. 작품의 활달한 이야기와 풍자, 우스꽝스러운 야유 속에 자리하고 있는 그리움과 인간에 대한 건강하고 따뜻하고 너그러운 시선을 발견하게 되는 소설집이다. 10년 세월이 가져다 주었을 '순순함'에 대한 발견은 그의 문학세계에 대한 독자의 믿음을 더욱 도탑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성석제 지음. 창비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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