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공공기관장 교체 뒷이야기

▲ “MB 아래 헤쳐모여”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장 교체에 이 대통령 캠프 인사들이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청와대는 ‘실세의 측근’임을 빙자한 인사개입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인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305개 공공기관 가운데 240곳 안팎의 기관장을 교체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는 한전과 가스공사, 주택공사, 토지공사 등 11개 대형 공기업과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5곳의 연기금 및 보험운용기관, 국립암센터를 포함한 13개 대학병원, 코트라 등 공모 활성화 대상기관으로 선정된 90곳도 포함돼 있다. 이는 조직을 수뇌를 바꾸지 않으면 공공기관의 개혁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미 일부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 공모제가 시작됐으며 다른 공공기관도 향후 대대적인 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신임 공공기관장에 능력과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를 선임하겠다고 밝혔지만 공공기관장 공모제 곳곳에서 이 대통령의 정권수립에 도움을 준 ‘이명박의 사람들’의 도전이 눈에 띄고 있다.

대대적인 공공기관장 교체에 이명박 캠프 출신 줄 대기 한창
靑 “능력있는 인재라면 누구나 환영, 인사청탁은 절대 사절”
공기업 중 알짜배기 노른자에 MB人 유력 후보 물망에 올라
“이명박 정부와의 소통능력” VS “낙하산 인사, 내정일 뿐”

공공기관 인사에 이명박 대통령의 사람들이 웅성이고 있다. 지난 대선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들은 이 대통령의 당선과 동시에 요직이 주어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이 대통령 라인으로 정비가 되기는 했지만 인사문제로 첫 조각이 흔들린 것. 때문에 여론을 의식한 듯 요직에 점쳐지던 이들도 슬며시 발을 뺐었다. 이들에게 기회가 왔다. 이 대통령이 ‘민영화’ 등을 들며 새롭게 변신하려는 공공기관장 인사가 시작된 것이다.

“나는야 MB 일등공신”

청와대는 공공기관장 공모제가 초기에 차질을 빚은 데 대해 “청와대가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인선을 방해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몇몇 공공기관에서 유력 인사의 낙하산 인사나 내정설이 떠돌자 “두 번 실수는 없다”며 “인맥이나 선거 때 공을 세운 사람 위주로 뽑지는 않을 것이다. 청탁을 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며 내부 단속에 나섰다.

정부는 이처럼 이번 공공기관장 교체가 ‘무늬만 공모’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 공언하고 있지만 공공기관장 선정은 현 정권의 영향력을 피해갈 수 없는 데다 ‘이명박의 사람들’은 이 대통령의 개혁 노선을 함께 할 수 있는 이라는 점 때문에 공공기관장 후보로 오른 이들은 유력 후보로 선정 확률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실세에 선을 댄 인사들도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는 눈치다.

이번 공공기관장 인선의 최대 관심사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과의 밀착 여부와 에너지·자원을 담당하는 한국전력, 금융권 중에서는 산업은행, 건설분야에서는 통합 대상에 오른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등으로 압축되고 있다.

이중 우선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언론과 관련한 부분이다. 이미 이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전 갤럽 회장이 방통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언론계 안팎에서는 공공기관장 교체에 따른 우려가 적잖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코바코) 사장임원추천위원회(사추위)는 3명의 사장추천 후보를 확정했다. 양휘부 전 방송위 상임위원과 코바코 임원출신인 조천영, 민영철씨다. 양 전 위원은 공모전부터 사장 임명설이 나돌았던 만큼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내부 반발이 만만찮다. 언론 장악이라는 비판과 함께 낙하산 인사 시비에 휘말린 것.

언론·시민단체는 “KBS 기자 출신인 양휘부씨는 지난해 대선에서는 이 대통령의 방송특보단장으로 활동했다”며 “양씨가 될 경우 전형적 낙하산 인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코바코 사장에는 양씨 외에도 이철영 홍익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등 이 대통령 캠프 인사가 응모하기도 했다.

역시 이 캠프에서 방송특보로 활동했던 구본홍 전 MBC 보도본부장은 케이블TV 보도전문채널 YTN 사장에 응모, 사추위로부터 사장추천 후보로 결정했다. YTN 사장에는 이명박 후보 방송특보 출신인 김관상 전 YTN 미디어국장도 응모했었다.

YTN노조는 차기 사장 낙하산설 등이 계속해서 제기됐던 만큼 강력 대응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혀 진통을 예고했다.

취임사에서 “방송의 독립성과 공익성은 흔들림없이 지켜야할 가치”라고 역설했던 최시중 위원장의 정연주 KBS 사장의 퇴진 압박에도 MB측 사람심기가 있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곽경수 청와대 언론2비서관이 손관수 전 한국방송 기자협회장에게 “KBS 사장은 김아무개씨로 가야 한다”고 정연주 사장 후임자를 공공연히 거론했다는 것. 김아무개씨는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방송전략실장이었다.

여기도 저기도 MB 인사

▲ “공공기관은 홍역 중”한국방송광고공사와 산업은행, 우리금융 지주, YTN 등 일부 공공기관장 유력 후보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지자 노조와 시민단체가 반발, 홍역을 앓고 있다.
금융 공기업 인사의 핵심은 산업은행 총재와 우리금융 회장·우리은행장이다. 정부는 우리금융 회장과 우리은행장을 따로 뽑기로 했다. 하지만 산은 총재와 우리금융 회장·우리은행장 공모에 같은 인물들이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금융 공기업의 공공기관장에 거론되는 인물로는 이팔성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전 우리투자증권 사장)과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회장, 이덕훈 전 금융통화위원 등이다.

이팔성 대표는 산업은행 총재로 이름이 오르내렸으나 이 대통령과의 친분이 발목을 잡았다. 그는 이 대통령과는 고려대 동문으로 서울시장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나라당 선대위 경제살리기특위에서 활동했던 것.

그러나 이 대표는 우리금융지주 회장 유력 후보로 다시 돌아왔다. 우리금융 회추위는 이 대표와 임영록 전 재정경제부 차관을 회장 후보로 압축한 데 이어 이 대표를 사실상 내정자로 확정했다. 금융계는 정부의 공기업 인사의 핵심인 민간 출신 CEO에 힘이 실려 관료 출신인 임 전 차관보다 이 대표에게 점수가 더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 총재로는 민유성 리먼브라더스 서울지점 대표와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손성원 전 LA한미은행장, 이덕훈 전 금융통화위원 등과 함께 경제살리기특위 부위원장을 지낸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회장이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유력 후보로는 민유성 대표가 꼽히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 대통령의 방중 출장과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유럽 출장이 끝난 이후 민 대표를 산업은행 신임 총재로 제청할 예정이다. 산업은행 총재는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청와대와 금융위간 내부 조율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금융권의 전언이다.

민 대표는 경기고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주립대 버펄로교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씨티은행, 자딘플레밍, 모건스탠리, 환은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등 외국계 금융기관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특히 지난 2001년 3월부터 2004년 5월까지 우리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담당 부회장을 지내며, 전광우 금융위원장(당시 전략담당 부회장)과 같이 근무하기도 했다.

민 대표에게도 노조의 반발은 복병이다. 산은 노조는 ‘금융위는 민유성씨에 대한 산업은행 총재 선임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금융위원회가 최근 주가조작 혐의로 물의를 빚었던 일개 미국 증권사 서울지점 대표 경력의 인사를 국가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산업은행 수장으로 제청하는 것은 너무 터무니없고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원칙이라는 시대적 요청을 무시한 극에 달하는 정실주의, 코드인사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금융위와 청와대가 민씨와 같이 시대적 요구에 걸맞지 않는 정실인사를 강행하면 노동조합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분야의 삼성’ 수장은?

공기업 중 최대 규모인 한국전력은 ‘공공분야의 삼성’으로 불린다. 그만큼 신임 사장에 대한 궁금증도 크다. 한전의 경우 덩치가 큰 것은 물론, 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발전자회사를 포함한 산하 CEO 인선에 도미노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전에도 캠프 출신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한국전력 사장에 눈도장을 찍은 정동락 전 한수원 사장은 캠프 경제살리기특위 위원을 맡은 바 있다. 국회 산업자원위원장 출신으로 4·9총선에서 낙천한 맹형규 의원도 자천·타천 이름을 올렸다.

주공과 토공은 정부가 통합 대상으로 분류했지만 사장을 따로 뽑는다. 통합까지 걸리는 시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각각 뽑고 통합하면 한 사람은 사장, 다른 사람은 부사장을 맡는 조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토공 사장으로는 이종상 전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과 홍철 전 건설교통부 차관보, 서훈 전 한나라당 의원 등 20명이 지원했다. 주공 사장에는 최재덕 전 건교부 차관, 이동성 전 주택산업연구원장 등 25명이 공모했다.

토지공사 사장에 지원한 이종상씨는 캠프에서 정책특별보좌역으로 일했으며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건설기획국장과 균형발전추진본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공공기관 주요 인사에 이 대통령 캠프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러한 ‘물갈이’를 단지 ‘전조현상’이라고 못박는다. 한전 사장 인선에 따라 산하 기관장의 인선이 줄줄이 이어지는 것처럼 ‘연쇄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것.

정치권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장급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일부 거물”이라며 “실상 청와대에 선을 대거나 공공기관장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들에게 다가서는 이들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사장으로 거론되는 이들 외 공기업 감사나 이사직을 노리는 캠프 출신 인사들도 즐비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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