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3800명 줄여…증권·카드 연쇄파급 전망

국민은행이 설 연휴를 앞두고 3800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원감축을 추진키로 했다. 이는 갈수록 열악해져만 가는 금융권 영업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지만 금융권의 대규모 연쇄감원 태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은 만큼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국내 선도은행으로서 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 등을 감안할 때 이번 감원의 파장은 은행권에만 국한되지 않고 증권, 카드업계까지 광범위하게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희망퇴직에 퇴직관리까지 강화 국민은행은 우선 2월중 기존 희망퇴직 때와는 달리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 전체직원의 17%에 이르는 3800명에 대한 감원에 착수한다. 또한 이번 1차 인력감축 이후에도 오는 2007년까지 경영목표 달성차원에서 상시퇴직관리를 통해 추가로 인력을 줄여나가 최적인력구조를 유지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감원배경은 무엇보다 인적자원 최적화를 목표로 직원 1인당 실질부가가치를 신한은행의 수준까지는 제고해야 한다는 경쟁의식에 따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경우 외형에 비해 1인당 실질생산성이 상당히 떨어지고 있는데 작년 6월말 현재 신한은행의 절반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증하듯 작년 6월말 기준으로 판매관리비 1억원에 대한 총자산규모는 국민은행은 80억4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신한은행은 128억5000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판매관리비 1억원 대비 부가가치 역시 신한은행은 2억6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는데 반해 국민은행이 1억3000만원으로 50%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오는 2007년까지 총자산을 230조원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감원을 통해 판매관리비 1억원당 총자산을 85억2000만원으로 줄이고 판매관리비 1억원 대비 실질부가가치는 2억100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경영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2007년까지 신탁계정을 제외한 총자산을 200조원대로 제고하는 동시에 ROA(자산수익률:세금차감 후 순이익을 평균총자산으로 나눈 비율)는 1.2%, ROE(자기자본이익률:기업의 자기자본에 대한 기간이익의 비율)의 경우 20%까지 목표를 올려 잡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국민銀, 올해 총 3085명 줄여? 한편 국민은행은 인건비 대비 판매관리비율을 55%까지 낮추는 한편 평균인건비 상승률은 3.5%에서 동결하겠다는 방침으로 있다. 이는 작년말 현재 신규채용을 포함한 2만7401명의 직원중 계약직 2653명, 정규직 2210명 등 총 4863명을 감원해 오는 2007년까지 최대 2만2538명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사업부별로 접수한 적정인력이 2005년말기준 총 2만4316명임을 감안하면 금년에는 계약직 1335명, 정규직 1750명을 감원해야 적정인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퇴직관리차원에서 노사합의를 거쳐 ‘후선보임 대상자 선정 심의기구’를 설치, 운영한다는 방침인데 실무협의회는 인력개발팀장, 심사위원회의 경우 HR부행장이 맡게 된다. 또 상·하반기 인사 전 한번씩 후선발령 여부가 결정이 이뤄지는데 실무협의회에서 1차로 심사해 후선보임·중점관리대상으로 분류한 후 심사위원회에서 최종 대상자 결정이 이뤄진다. 특히 업무추진역, 상담역, 대기역을 비롯한 후선발령 이후에도 실적기준에 미달하면 아무리 퇴직을 거부하더라도 6개월 단위로 명령휴직을 거쳐 당연면직 처리까지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민은행은 행원 및 대리급의 하위직원들에 대해서는 명예퇴직금을 조정해 무분별한 퇴직사태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 외환銀 등 추가감원 예상 국민은행의 감원계획은 결국 금융권 영업환경이 작년에 이어 여전히 불확실한 가운데 본격적인 인력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올리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 은행권에서는 우선 지난해 10월 당초 985명을 해고키로 했으나 막상 500명 정도규모의 명예퇴직을 단행한 바 있는 외환은행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25일부로 대주주인 론스타에 의해 선임된 리처드 웨커 행장 및 로버트 팰런 이사회 의장을 통해 구조조정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직후 론스타가 요구했던 인원감축규모가 985명이었던 만큼 금년 11월 이후 매각이 본격화되기 전 추가감원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외환은행은 명예퇴직에 불복한 현역지점장 50명을 포함한 직원 250여명을 특수영업팀으로 발령, 퇴직을 종용하고 있으며 별도로 50여명이 희망 퇴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작년말 한미은행을 인수한 한국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경영권을 인수한 제일은행 역시 금융권 감원의 한파를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은행은 인수합병으로 인한 인위적인 인력구조조정은 없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의 한계로 감원추진 가능성을 전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신한은행이나 하나은행 등은 상대적으로 견실한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어 다소 여유가 있지만 국민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인력구조조정 추진과정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 증권업계도 위기감 여전 연초라는 계절적 원인으로 증권시장이 일시적인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IMF외환위기 이후 20% 이상 임직원이 증가한 증권업계도 감원에 대한 위기감이 높은 것은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오는 4월 LG투자증권과 통합을 추진하는 우리증권의 경우 입사 3년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25일까지 희망퇴직신청을 받고 31일부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할 예정이다. LG투자증권 역시 24일 박종수 사장이 취임한 것을 계기로 합병정지작업 차원에서 중복업무 해소가 가속화되며 조만간 구체적인 인력구조조정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권업계 수위를 유지하는 삼성증권의 경우도 올 1월말에 거점별 대형화전략에 따라 총 16개 지점을 폐쇄키로 한 만큼 인력감축이 업계 전체적으로 번질 가능성도 다분한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국증권은 작년말 희망퇴직 형식으로 직원 305명 가운데 15%인 48명을 감원했으며 굿모닝신한증권과 한양증권도 각각 235명과 54명씩 줄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영부실로 인해 매각절차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한국투자신탁증권과 대한투자신탁증권의 경우는 상당부분 인력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카드업계에서는 삼성카드가 경영수지 흑자전환과 조직 슬림화를 통한 생산성 제고차원에서 10%안팎의 인원감축을 실시할 계획으로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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