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달러 달성' 아직은 먼나라 이야기?

1월 20일 김중수 KDI(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은 "3년 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5%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날 한국표준협회 주최로 열린 최고경영자 조찬 세미나에서 '2005년 한국경제와 경기 전망'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중수 원장은 "2008년이면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할 수 있냐"는 전망의 실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환율하락 등을 감안하더라도 2만 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향후 3년 간 5%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는 결코 쉽지 않다"며 "3~4년 혹은 4~5년 내 2만 달러 시대에 진입한다는 것은 무리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래도 국민 체감경기는 나아질 것'? 그는 이어 "현재 노동투입, 투자 등을 보면 성장률은 높아야 3%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 뒤 "잠재성장률 5% 달성을 위해서는 국내제도를 국제경제 규범에 맞게 바꾸고 시장개방, 특히 서비스산업 개방을 통해 경쟁력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국내 경제전망에 대해서는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4.0%로 작년(4.7%)에 비해 낮아지겠지만 지난해 0.8% 감소했던 민간소비가 올해 2.5%의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국민들의 체감 경기는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원장은 또 우리 경제의 양극화 현상을 설명하면서 "수출과 내수의 괴리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부품·소재 분야의 취약으로 중간재 수입품 비중이 늘어나면서 수출의 부가가치(소득) 유발효과가 떨어져 내수증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간소비 침체와 관련해서는 "2002년 급격하게 늘어난 가계대출이 2003년 급감하면서 소비가 위축되는 순환적 측면과 고용안정성 저하, 실질금리 급락, 자영업 침체, 국민연금을 비롯한 부담금 급증 등에 따른 구조적 측면이 있다"며 "다만 순환적 요인이 소비를 위축시키는 단계는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특히 국민연금과 관련, "국민연금이 늘면 민간의 가처분소득은 감소하게 된다"며 "연금으로 거둬들인 돈이 민간부문에 있을 때처럼 주식투자를 할 수 있어야 민간부문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중국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노동집약적) 중소기업에 큰 위협을 주고 있어 양극화를 가속시키고 있다"며 "중소기업 정책은 과거 금융지원에서 기술개발에 대한 위험을 분산시켜 주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계와 기업의 성장 양극화 현상 심각 한편 잘되는 곳과 못되는 곳의 격차가 벌어지는 '양극화'가 한국경제의 선진국 진입을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월 13일 노무현 대통령이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가계와 기업 간의 성장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호황은 지속되고 있지만 이것이 고용과 투자를 통한 가계소득 증가로 연결되지 못해 현재의 소비부진과 체감경기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 1월 20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가계와 기업의 성장양극화 현상'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자와 소규모 자영업자를 합친 가계소득 증가율은 2.6%에 그친 반면 기업소득 증가율은 38.7%로 가계의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소득 증가율은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기업 부문보다 높았지만 이후 급속히 줄어들면서 2000~2004년에는 평균 2.4%로 기업 평균 18.9%에 크게 못 미친다. "기업들이 고용과 신규투자를 늘리지 않음으로써 기업의 이익이 가계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끊어졌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취업자 수도 2000년 4.3% 증가에서 지난해 1.9%에 그친 것으로 추정되는 등 고 용이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가계는 저금리로 인해 이자수입이 줄어든 데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사회부담금 지출 증가율이 외환위기 이후 40%가량 늘어 소비를 갈수록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한은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비 중은 2002년 40.5%에서 2004년 2분기 52.3%로 큰 폭 상승한 반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를 합친 내수비중은 같은 기간 66.3%에서 60.6%로 하락해 내수와 수출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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