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사기범죄에 동원되고 있는 ‘대포통장’

- 경찰관계자, 사기 업체들은 주로 제3자 이름으로 만든 통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범인 추적이 쉽지 않다. - 인터넷 환경이 첨단을 치닫고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를 악용하는 범죄도 부쩍 늘고 있다. 이제는 이들 범죄가 놀라운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에게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들 대다수가 서민이라는 점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사이버 범죄 중 추적이 어렵고 사기 수법이 쉬운 속칭 ‘대포통장’사기 범죄로 피해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어 네티즌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포통장은 신원확인이 쉽지 않은 타인 명의의 통장을 말하는데, 주로 검은돈 세탁 등에 악용된다. 사기 수법은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피해자가 대포통장으로 돈을 입금시키면 이를 현금카드로 뽑아낸 뒤, 자취를 감춰버리는 것이다. 다양한 사기범죄에 ‘대포통장’이용 ‘시세확인서’ 발급받으려면 30만원 입금 시켜라 이처럼 사기수법에 악용이 손쉬운 만큼 다양한 사기범죄에 ‘대포통장’이 동원되고 있다. 경기도 성남 분당에 사는 Y모씨(40.회사원)는 3년 전 분양받은 용인 죽전지구 아파트로 입주하기 위해 살던 집을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내놓았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찾는 사람이 없자 고심 끝에 최근 한 부동산인터넷사이트의 직거래 장터에 매물을 등록하자 며칠 뒤 Y씨는 자신을 부동산 중개업자라고 소개한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은 물론 희망자의 연락처까지 알려주면서 “원하는 가격보다 더 좋은 조건에 계약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접근해 이에 Y씨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매입 희망자가 하루 뒤 계약하겠다는데, 부동산협회가 발급하는 "시세 확인서" 를 요구한다"며 "확인서를 발급받으려면 며칠씩 걸리지만 대행 사무실에 30만원을 입금하면 당일로 발급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집이 팔리지 않아 다급했던 Y씨는 상대방과 거래 희망자의 연락처까지 확보한 터라 안심하고 상대방이 알려준 계좌에 돈을 입금했다. 하지만 돈을 입금한 직후 연락이 끊겼다. 전화번호와 계좌를 추적해 봤지만 허사였다. 결국 자칭 중개업자나 매입 희망자, 대행사무실 등이 서로 짜고 이른바 "대포폰"과 "대포통장"이용. 통장을 개설한 뒤 돈을 가로채 잠적한 것이다. 세금환급 3억원 ‘대포통장’으로 빼돌린 공무원 또 지난해 말에는 창업 자금 400만원이 필요했던 3년차 직장인 황모(28)씨는 ‘제1금융권 마이너스통장 발급’ ‘연체자 누구나 1시간 대출’…이란 글을 보고 대출업체에 연락을 했다. 담당자는 “연체 내역을 전산에서 튕겨서(없애준다는 뜻) 신용 정보를 깨끗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며 선수금을 요구했다. 황씨는 신용 수수료로 50만원을 송금했지만, 이후 연락은 뚝 끊겼다. 이후 이들 대출사기업체들도 단속을 피하기 위해 ‘대포통장’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부산에서는 인천 7급 공무원이 개인사업자와 짜고 부가가치세 환급금 3억여원을 빼돌린 사건에도 ‘대포통장’이 이용됐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부가가치세 환급금 3억여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배임)로 12일 인천세무서 7급 공무원 김모씨(33)와 개인사업자 양모씨(44)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2일 박씨에게서 대포통장 2개를 20만원에 구입한 뒤 국세청 전산망을 조작해 자신이 담당하는 인천 소재 108개 업소의 세금 환급 통장을 대포통장 명의로 변경해 업소당 250만∼300만원의 부가가치세 환급금을 가로채는 수법으로 모두 3억2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게다가 김씨는 업소의 등록계좌변경 권한이 없는 상급자의 ID를 도용해 전산망을 조작했으며 빼돌린 돈 중 2억여원을 도박으로 탕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 등은 1월부터 최근까지 노숙자 등을 동원해 대포통장 104개를 만들어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10만원씩에 팔고, 대포통장에 돈이 입금되면 일부 금액을 미리 개설해둔 텔레뱅킹을 통해 빼내는 수법으로 48차례에 걸쳐 1억2000여만원을 가로챘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포통장'은 도장과 신분증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통장 발급이 가능한 점을 악용, 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힘든 신용불량자들 이 타인의 주민등록증 등을 이용해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각종 범죄에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대포통장’은 노숙자들을 이용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단속 또한 어려운 현실이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대포통장'만으로는 단속 대상이 될 수 없어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통신사기 및 온라인 사기 등이 단속을 피하기 위해 '대포통장'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더욱이 '대포통장'을 이용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거래를 원천적으로 단속할 수 있는 현행법이 없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금융기관에서 정상적으로 개설된 통장이 인터넷 등지에서 거래된다고 해서 단속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 통장들이 자금세탁 등 범죄에 이용된 것이 입증된 이후에 나 처벌이 가능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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