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역사와 문화, 세계관과 영성에 대한 모든 것

티베트 이야기 / 토머스 레어드 저/ 웅진지식하우스 / 1만8000원

티베트의 상징 달라이 라마 티베트의 정신적 역사 풀어내
‘인간’ 달라이 라마의 비극적 개인사 등 삶과 생각에도 조명

“티베트의 역사를 서술한 뛰어난 학술 자료는 여럿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서양인이나 중국인들이 쉽게 읽을 만한 정확한 사료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지요. 두 해 전 성하(聖下)를 처음 뵙고 이야기를 나눌 때, 티베트의 역사가 복잡하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말씀 속에서 티베트의 역사는 평범한 사람에게는 이야기해봤자 소용없으리라는 아쉬움이 묻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느낌을 떨쳐낼 수가 없어서 그랬는지, 무심결에 공부하다 보니 티베트의 역사 자료들은 거의 모두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도전해봄 직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복잡한 것들을 거두어내 티베트 역사의 핵심을 드러내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티베트에 대한 성하의 역사관에 중점을 두면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티베트 역사 학술서라고 하면 어디 일반인들이 펼쳐볼 생각이나 하겠습니까.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티베트 역사서를 펴낸다고 해도 먹히지 않을 일입니다. 하지만 성하께서 말씀하시는 티베트 역사라면 많은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할 것입니다.”
“중국 정부는 제가 티베트를 ‘모국’에서 ‘분리’하려는 세력의 선동자라고 주장합니다. 제가 어떤 말을 하건, 심지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조차 맹렬한 비난을 퍼붓지요. 그래서 티베트 현대사에 대해 언급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제 관점을 내비치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을 향한 티베트의 저항운동이 한창이다. 전 세계의 시선이 중국을 향하고 있고 ‘독립’을 외치는 티베트를 향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가 입을 열었다. ‘독립’을 향한 주장으로 가득 차 있지 않지만 그의 티베트를 향한 목소리는 ‘티베트’에 대한 인식을 한 꺼풀 벗기게 한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이야기’에서 글쓴이와의 1997년부터 2000년까지 3년여 에 걸친 대화를 통해 신비와 용서로 가득 찬 티베트가 만들어진 과정과 티베트의 역사와 문화, 세계관과 영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쓴이는 여기에 몇 십 년에 걸친 연구를 더해 1400년 세월을 견뎌온 ‘티베트의 모든 것’을 담았다.

달라이 라마는 첸리시(관세음보살)라는 존재가 원숭이를 인간으로 진화시켰다는 신화 같은 기원에서부터 당나라의 수도를 점령했던 강대국 시절의 영광, 자신의 어린 시절과 망명 이후의 여정까지 파란만장했던 티베트 문명의 역사를 차근차근 이야기한다.

또한 환생한 고승들을 찾아내 다시 지도자로 삼는 제도는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겉으로 보이는 역사 뒤에 있는 영적인 차원의 역사란 어떤 것인지, 티베트를 삼키려는 중국의 음모와 왜곡에 가린 진실은 무엇인지,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가 겪었던 소설 같은 흥망성쇠와 고난의 의미를 깊이 있게 설명해준다.

아울러 이 책은 티베트의 역사의 일부인 ‘인간’ 달라이 라마의 삶과 생각에도 조명을 비춘다. 엄청난 숙명을 떠맡아야 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 권력투쟁으로 아버지를 잃고 외국 편에 선 형과 대립할 수밖에 없었던 비극적인 가족사 등 이제껏 알 수 없었던 개인사를 달라이 라마는 담담하게 회상한다.

이 과정에서 불교만을 맹신했던 조국을 비판하는 지식인, 과학과 사회주의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가진 합리주의자, ‘진실의 힘’을 믿고 세계인들의 영혼을 살피는 위대한 스승으로서의 모습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달라이 라마의 허물없는 인품이 그대로 묻어나는 대화와 글쓴이의 균형잡힌 서술을 통해 ‘티베트 이야기’는 티베트 문명의 뿌리와 정신, 고통에 대한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낸다. 또한 책 사이에 티베트와 달라이 라마의 과거 사진을 함께 수록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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